해가 바뀔수록 바다 상황이 이상해진다는 게 낚시인이나 어업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도, 너무 안 잡혀도 이런 이야기는 나오게 되어 있다. 최근 상황은 물고기가 너무 안 잡힌다는 거다. 지난 봄까지는 그런대로 물고기가 잡혔다. 그런데 6월부터 상황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물어주던 물고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다. 처음에는 오늘 안 잡히면 내일 잡히겠지 했지만, 하루하루 지나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낚시꾼이 부산 앞바다 선상에서 대전갱이를 잡아 올리고 있다.

참돔낚시나 부시리낚시 등 선상낚시를 다니는 분들이나 벵에돔 감성돔 등 갯바위낚시를 하는 분들이나 사정은 비슷했다. 예년의 절반 이하 조과로 만족하기가 다반사였다. 갈 때마다 허탕치는 확률이 더 높아진 거다. 다행히 갈치는 좀 잡혀주지만, 해양수산부가 7월 한 달을 금어기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다 보니 낚싯배든 어선이든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낚싯배의 손님이 뚝뚝 떨어졌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고기가 안 잡히니 직원 봉급도 주지 못하는 배가 속출했다.

그나마 가뭄에 단비 내리 듯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장마가 시작되자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전갱이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전갱이는 해마다 4월이면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입성하는 시기가 장마철로 늦어졌다. 수온이 낮은 것도 아니고 이유가 무엇인지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어종별로 희비를 들여다보면, 심해 우럭과 왕열기는 거의 전멸 수준이다. 근해 참돔, 부시리, 전갱이, 고등어, 감성돔도 아주 부진한 조과를 보이고 있다. 벵에돔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갱이 낚시가 국지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쿨러를 채우고 있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대전갱이는 군집성이 강하고 빠른 조류를 좋아하는 어종이라 조금물때보다는 사리물때가 여러 모로 유리하다. 조금물때로 접어들수록 씨알과 마릿수가 줄어들고, 사리물때로 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마릿수와 씨알 면에서 만족도를 높이려면 사리물때에 출조하는 것이 좋다. 전갱이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는 물고기다. 회로 먹으면 감칠맛이 일품이고, 구워 먹으면 그 고소한 맛에 아이들이 입을 쪽쪽 빨곤 한다. 양념장으로 조림해 놓으면 더 맛이 있는 물고기다.

대전갱이는 카드 채비로 낚시할 때 쉽게 줄을 타기도 한다. 따라서 어군을 잘 찾는 선장은 채비를 내리면 한꺼번에 왕창 잡을 수 있는 어종이다. 대전갱이가 줄을 타면 고기를 올리기가 버거울 정도로 진한 손맛을 볼 수 있다. 어군 잘 찾는 선장들은 줄 몇 번만 태우면 금방 쿨러를 채운다. 장마와 함께 대전갱이 입질이 활발해져서 모쪼록 더운 여름날 꾼들에게 손맛을 돋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춘식·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