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 채식
- 향신료 제한돼 심심한 맛 나지만
- 자극 줄여 건강함 깃든 게 강점

사찰음식이라면 건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동시에 심심한 맛이라는 이미지도 연상된다. 절에서는 쓸 수 있는 향신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육류를 쓰지 않으므로 '고기 성애자'에게는 관심 밖의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찰음식이 갈수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찰음식이 가지는 건강함이라는 장점이 현대 식생활의 모자람을 채워줄 수 있어서다.
사찰 음식은 기본적으로 수행자를 위한 음식으로 제철 재료를 쓰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3소식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3소식 캠페인은 모든 음식을 즐겁고 감사하게 먹으라는 뜻인 '웃을 소(笑)', 과식을 삼가고 건강을 유지할 만큼만 먹는 '작을 소(小)', 가능하면 육식을 삼가고 채식을 하는 '채소 소(蔬)'를 합친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성인병 예방은 물론 처치 곤란한 음식 쓰레기까지 줄여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파프리카 고구마 감자찜

이런 뜻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부산 금정구 홍법사는 오는 20일까지 '슬로 해피푸드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사찰음식 소개, 전시, 만들기 및 시식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희문 스님은 "불교 수행자들은 자신 앞에 음식이 놓이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생명체를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음식을 만들어준 이들에게도 감사 기도를 한다"며 음식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강조했다. 자극적이고 금방 먹을 수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현대인의 식생활과 비교해 보면 정반대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오이깻잎소박이

지난달 28일에는 공연을 위해 부산을 찾은 유엔합창단에 사찰음식으로 점심을 대접하는 행사가 있었다. 영국에서 온 필립 캐스퍼드 씨는 표고버섯 튀김과 수수부꾸미에 대해 칭찬을 멈추지 못했다. 캐스퍼드 씨는 "표고버섯의 식감과 맛에 마치 고기 같이 진한 풍미가 있다. 게다가 수수부꾸미는 속에 든 단팥과 겉의 바삭하면서 쫄깃한 부분이 정말 맛있으면서 식감까지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 상을 받으면 누구라도 기꺼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건강과 맛을 한 번에 얻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이날 50여 가지의 전시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은 홍수옥 씨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을 만들어간다. 그런 점을 항상 생각하면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찾는 일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진다"고 덧붙였다.


◇알록달록 영양만점 파프리카 고구마 감자찜

● 재료

고구마 반 개, 감자 반 개, 빨강·노랑·주황 파프리카 각각 3분의 1개, 마 1개, 소금 3분의 1작은 술, 참기름 반 작은 술, 검은 깨 약간

● 만드는 법

1. 고구마와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토막을 내어 물에 넣고 끓인다.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인다. 다 익었는지는 젓가락으로 찔러서 쑥 들어가는지를 보면 된다.

2. 파프리카는 속을 파내되 꼭지 부분을 살려 놓는다.

3. 비닐장갑을 끼고 마 껍질을 벗겨낸 뒤 강판에 갈아서 밑간해 둔다. 마는 맨손으로 만지면 간지러울 수 있어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질해야 한다.

4. 큰 그릇에 삶은 고구마와 감자를 넣고 으깬 뒤 소금, 참기름으로 간한다.

5. 이렇게 만든 속을 색색 파프리카 속에 채우고 간 마를 조금 올린 뒤 그 위에 검은 깨를 몇 개 뿌려준다.

6. 이 상태로 김이 오른 찜기에 젖은 면보를 깔고 속을 채운 파프리카를 넣어 뚜껑을 덮고 쪄낸다. 생으로도 다 먹는 재료라 센 불에서 3분이면 충분하다.

파프리카의 상큼함과 감자, 고구마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잘 어우러진다. 속이 부드러워 아이나 노인들의 간식으로도 적합하다.


◇새콤달콤 향긋한 오이깻잎소박이

● 재료

조선오이 2개, 깻잎 4장, 배 4분의 1개, 당근 3분의 1개,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단촛물(소금 1작은술, 설탕 반 컵, 물 반 컵, 식초 반 컵)

● 만드는 법

1. 굵은 소금으로 오이 표면을 문질러 씻은 다음 가로로 반을 갈라 이등분한다.

반으로 자른 오이를 세워서 길게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낸 반대편은 온전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이 상태로 생수 3컵에 소금 3큰술을 넣은 소금물에 30분간 넣어 절인다.

2. 절인 오이의 속은 찻숟가락으로 파내 놓는다.

3. 분량대로 단촛물을 만들어 둔다. 설탕이 다 녹게 잘 저어주어야 한다.

4. 배, 당근, 청고추, 홍고추는 곱게 채를 썬다.

5. 깻잎에 채를 썬 재료를 넣고 김밥처럼 돌돌 만다.

6. 칼집을 내 절인 뒤 속을 파낸 오이의 중심에 깻잎으로 만 재료를 넣고 모양을 잡은 뒤 김밥 썰듯 동그랗게 썰어낸다.

7. 접시에 예쁘게 담은 뒤 단촛물을 부어 내면 완성이다. 오이의 상큼함과 단촛물의 새콤달콤함, 깻잎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식전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로 알맞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