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 꽂혀져있는 틀 이용하면
- 안정된 모양으로 뜨기 쉬워
- 초보자도 코 빠트리지 않아
- 목도리는 2시간이면 완성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가 차가워진 것을 느끼면 절로 따뜻한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뜨개질은 늦가을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저개발국 신생아의 체온 유지를 돕기 위한 모자 뜨기 키트도 이맘때쯤부터 봉사자를 찾는다. 보통은 연인이나 가족 또는 나를 위해서 마음에 쏙 드는 목도리를 하나 만들고 싶지만, 손재주가 없어 고민이라면 룸니팅이 답이 될 수 있다.
룸니팅은 '룸'이라는 틀을 이용해 뜨개질(니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룸은 구멍이 뚫린 원형이나 납작한 타원형이 기본이다. 틀의 소재는 플라스틱이나 나무가 대부분이다. 틀 표면에 핀이라 불리는 작은 기둥들이 꽂혀 있는데, 자유롭게 핀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코바늘이나 대바늘을 이용한 뜨개질을 처음 해 보는 사람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어느 코에 바늘을 넣고 실을 어디로 넘겨야 하는지다. 코를 하나라도 빠트리면 구멍이 나버리거나 잘못된 곳에 바늘을 꽂으면 코가 늘어나기 쉽다. 그래서 제일 기본이 되는 긴 사각형이라도 제대로 뜨려면 꽤 오랜 시간과 요령이 필요하다.

김순미 뜨개질 강사가 룸니팅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틀을 이용하면 일정한 모양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맨 처음엔 실로 고를 만들어서 한 매듭을 묶은 뒤 틀의 한쪽 끝 핀에 건다. 그리고 실타래에 연결된 부분의 실로 시계 반대 방향인 겉에서 안으로 핀을 한 바퀴씩 감싸서 돌려준다. 이렇게 털실을 감고 한 바퀴 다 돌리면 다시 한 바퀴를 돌린 뒤 아래 핀을 감싼 실을 집게로 끌어올려 핀에 씌운다. 핀의 바깥에 홈이 있어 그 부분에 실을 끌어올리는 송곳 같은 도구를 넣으면 실이 잘 딸려 올라온다.

크기가 다양한 룸니팅 틀과 코를 끌어올리는 도구.

이 과정을 반복하면 틀 아래로 뜨개질이 완성된 단이 생겨난다. 가장 기본 모양으로 뜨면 바깥은 한코 고무단 뜨기의 모양이 되고 안은 안뜨기의 모양을 갖게 된다. 게다가 속도도 코바늘뜨기보다 빨라서 목에 꼭 맞는 작은 목도리 같은 것은 2시간이면 완성할 수 있다. 뜨개질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는 것이 대바늘이고 그다음이 코바늘뜨기다. 그런데 룸니팅은 이 코바늘뜨기보다 빨라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룸니팅의 첫 단계는 틀에 꽂힌 핀에 실을 감는 것이다.

모양틀에 꽂힌 작은 기둥들은 분리할 수 있어 원하면 더 성글게 짤 수 있다. 조직을 느슨하게 하면 그만큼 시간이 적게 걸린다. 마무리도 크게 어렵지 않다. 아래가 뚫린 부분만 바느질로 막아주고 뚜껑에 똑딱이 자석을 달아주면 클러치도 뚝딱 만들 수 있다. 클러치는 사각형 형태라 재단하기 쉽고 뜨개실이라 자체의 무게가 가벼워 물건을 넣었을 때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따뜻하면서 나만의 독특한 멋을 보여줄 수 있어 인기가 있다.

털실을 두 겹으로 감고 나면 아래 코를 끌어올려서 핀 안쪽으로 넘겨주면 된다.

실은 두툼한 것이 좋다.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어온 루피망고 스타일처럼 굵은 실도 괜찮다. 하지만 너무 두꺼우면 실이 핀 사이를 통과하기 어렵고 두 겹으로 쌓였을 때 윗실이 저절로 풀려버릴 수 있으므로 초보자는 5~10㎜ 두께가 적당하다.

실을 감는 방법을 달리 하면 다른 패턴을 얻을 수 있다.

룸니팅은 기둥에 실을 걸기만 하면 되므로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쉽게 해 볼 수 있다. 뜨개질 강사 김순미 씨는 "외국에서는 노인의 치매 예방을 위해 뜨개질을 권유하기도 한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색색의 다양한 털실을 접하면 뇌가 좋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용히 뜨개질하다 보면 마음의 평화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초 독일에서 열린 공예 전시회에서 영국 출품자들이 가져온 룸니팅 도구와 작품을 처음 봤다. 다양한 모양이 가능하겠지만 컵 받침이나 수세미 모자 목도리 등 소품을 제작하기에 알맞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룸니팅에서 주의할 점은 틀에 있는 기둥에 실을 감는 방향이다. 항상 일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강사는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보여주면서 초보자들은 면사 중에서 튼튼한 것을 선택해 두께가 두툼한 발매트 짜기가 적합하다고 권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