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
- 높이 27m 스카이타워 빼꼼
- 빙글빙글 흔들리는 덱 올라서자
-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릴 만점
- 꼭대기 오르면 세상이 내 발밑

- 인근 전망대에서 보이는 타워
- 거인의 정원 속 인형 집 같아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려면 고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숲길을 걸으면서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을 보는 분위기가 제격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숲이라면 눈까지 시원해진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스릴과 흥분을 더한다면 새로운 가을 즐기기가 될 수 있다.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의 시원한 눈맛에 색다른 재미까지 갖추고 방문객을 맞고 있다.

	형제바위에서 내려다본 스카이타워. 주변의 나무들과 키가 비슷할 정도로 높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개인이 심어서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을 2002년 대전시가 인수해 자연휴양림으로 단장한 뒤 2006년 재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휴양림 입구까지 차가 들어가고 대전서부터미널에서 시내버스 22번도 운행(배차간격 70분)한다. 대전 시내에서 2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스카이타워에서 스카이웨이를 내려다 보면 메타세쿼이아의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처럼 보인다.

입구의 주차장부터 잘 자란 메타세쿼이아가 반겨준다. 공원 초입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만남의 숲'이 있다. 방문 당일도 어린이집에서 야외학습을 온 아이들이 떨어진 나뭇잎을 줍고 메타세쿼이아 사이를 헤매고 다니고 있었다. 평지라 유모차를 밀고 산책을 나온 가족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거기서 3분 정도 들어가면 장태산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매력인 숲속 어드벤처가 기다리고 있다. 지상에서 10~16m 높이로 만든 덱인 196m 거리의 스카이웨이를 걸어서 올라가면 스카이타워에 닿는다.

스카이웨이의 초입에선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허리보다 좀 위에서 걷다 보니 나무 사이를 날 듯 누비는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이다. 여기서부터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높은 산책로의 느낌이다. 스카이웨이에서 스카이타워까지 올라가는 덱이 스릴의 정점이다. 난간으로 다가갈수록 진동이 더 느껴지고 걸을 때보다 멈춰 있을 때 더 흔들거린다. 마치 놀이기구를 탔는데 짓궂은 친구가 난간을 잡고 흔들흔들해 느껴지는 진동처럼 온몸이 움직인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더하다. 그래서 애와 어른 할 것 없이 '으아~' 하는 즐거운 신음을 흘리면서 한 걸음씩 조심해 걷는다. 타워 초입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체험할 수 있으며 강설 1㎝, 강우 20㎜, 강풍 10㎧ 이상일 때는 운영하지 않는다.

	스카이타워가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우뚝 솟아있다.

달팽이처럼 돌면서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타워의 꼭대기다. 타워의 높이는 27.5m로 메타세쿼이아의 꼭대기와 비슷하다. 영화 속 나무집에 올라가 있는 어린이가 된 듯한 기분도 든다. 땅에서 걸으면서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을 가린 메타세쿼이아를 올려다보는 기분도 있지만 마치 나무와 내가 키를 맞춰 어깨를 겯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껴본다. 스카이타워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있으면 약한 지진이 있는 듯한 느낌이라 끝까지 스릴 만점이다.

	스카이타워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걸을때마다 바닥이 흔들려 스릴이 넘친다.

나무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메타세쿼이아가 얼마나 키가 큰 나무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1년에 50㎝ 정도 자란다고 알려졌다. 휴양림 내에서 가장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는 공원 내 전기차 충전소 옆에 있는 것으로 키 38m, 둘레 230㎝다. 1970년대에 심었다고 하는데 곧게 자란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장태산자연휴양림 초입의 숲 체험장인 '만남의 숲'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타워에서 내려와 570m만 오르면 전망대에서 휴양림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길이 무척 급경사라 아이들과 동행하기는 좀 어렵다. 낙엽으로 미끄럽기도 해서 밧줄로 만든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다. 전망대 가는 길에 쉬어갈 수 있는 형제바위가 있다. 비슷한 크기의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어 형제바위다. 두 바위 사이로 보이는 경치도 멋지다.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어가 카드 속 스페이드 모양처럼 뾰족뾰족하게 늘어서 있고 그사이에 타워가 들어앉았다. 거인의 정원 속 인형 집이랄까. 거대한 크기를 멀리서 한눈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대전에선 꼭 맛보자

# 알면서도 지나치기 힘든 맛, 성심당 '튀김소보로'

- '튀소송' 노래까지 있는 전국구 명물
- 담백 부추빵·달콤 튀소구마도 인기

대전에 왔으니 성심당을 빼놓을 수 없다. 성심당의 튀김소보로(튀소)는 유명하다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튀김소보로를 위한 짧은 노래인 튀소송까지 있다니 유명세가 굉장하다. KTX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튀소의 고향인 본점에서 갓 나온 빵을 먹는 맛을 따라가기는 어려우므로 꼭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성심당이 있는 중구 은행동은 마치 성심당 거리 같은 느낌이다. 성심당 본점은 1층으로 여기선 케이크 종류를 제외한 빵을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아래층에서 산 빵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맞은편 건물에는 성심당의 약과, 만주 등의 전통 과자만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한 블록 옆에는 케이크만 모아서 파는 성심당 케이크 부티크가 따로 있다. 그야말로 성심당 거리다.

많고 많은 빵 중에서 구매한 뒤 4시간 안에 먹기를 권한다고 적혀 있는 '판타롱 부추빵(사진)'을 강추한다. 겉은 팥빵 같은 모습인데 속은 달걀과 잘게 썬 부추, 햄으로 채워져 있다. 빵 윗면에 설탕을 졸여 만든 시럽 같은 미로와가 발려져 있어 혀에 닿는 첫맛은 약간의 달콤함이다. 거기에 담백하고 부드러운 달걀이 향긋한 부추와 어우러져 한입에 들어온다. 아주 담백한 만두를 먹는 느낌이라 디저트나 간식보다는 식사용으로 걸맞을 듯하다. 오래 두면 속의 달걀이나 부추가 머금은 물기 때문에 빵이 물컹해질 수 있으므로 구매 직후 먹는 것이 좋다.

성심당의 대표선수 튀김소보로는 윗면의 소보로가 과자처럼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팥소는 달콤해서 정말 잘 어울린다. 이에 지지 않을 만한 메뉴는 튀소구마. 팥소 대신 고구마를 삶아 으깨 퓌레처럼 만든 것을 빵 속에 넣었다. 팥소보다 훨씬 담백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튀소의 왕좌를 위협할 만했다. 방금 나온 빵과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니 여행의 피로가 풀렸다.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면 식사는 닭갈비가 좋겠다. 동구 중앙시장의 '이가닭 숯불갈비'는 중간 정도의 크기인 11호 닭의 다리 살을 발라내 갈비처럼 정형해 구워준다. 양념을 발라 초벌구이한 것을 다시 구워 먹는데 다리 살 특유의 쫄깃함에 숯불 향까지 입혀져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닭갈비라고 하면 살을 발라내 채소와 볶듯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은 껍질과 닭 다리 살의 맛만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맥주나 소주 안주로도 좋고 깻잎에 싸먹으면 특히 잘 어울린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