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SF 영화 '컨택트'가 관객과 만난다. '컨택트'는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을 연출하며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첫 SF로 화제를 모았으며, 최고 과학소설에 수여하는 네뷸러상, 휴고상 등을 수상한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제공

어느 날 갑자기 지구 전역에 외계에서 온 12개의 쉘이 나타난다.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은 외계인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해독해야 한다. 과학과 휴머니티, 철학의 만남을 보여주는 '컨택트'는 언어학과 기호학을 기반으로 한 SF 영화다.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계인과 소통하려는 루이스의 모습은 긴장감을 준다. 특히 서서히 외계인과 소통하는 루이스는 어린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떠올리는데, 딸의 존재는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루이스에게 외계인이 던진 첫 번째 말은 '무기를 주다'다. 인류가 생각하는 무기는 총과 칼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전쟁을 준비한다. 하지만 외계인이 의미하는 것은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는 소통을 뜻한다.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에 담긴 비밀을 알아내고,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깨닫는다.

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외계인들과의 전쟁이나 특수효과를 이용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컨택트'를 보고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몰입감을 더하며 지적 유희를 유도한다. 특히 다른 언어지만 소통을 이뤄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한 인간의 현재와 과거, 미래가 그려지는 모습은 꽤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낸 빌뇌브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2일 개봉.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