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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술 익는 마을 발길 멈춘 나그네, 어찌 취하지 않으리오

언양 酒지순례

  • 국제신문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7-02-22 19:21:3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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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맥주, 사케, 고량주는 이름만 대도 어느 나라 술인지 알 수 있다.

프랑스나 호주의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벨기에의 맥주 양조장, 일본의 사케 양조장은 시음 투어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문화는 부족하다.

그런데 부산에서 가까운 울산 울주군에 양조 과정을 보고 시음할 수 있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시기,시음을 곁들인 양조장 투어는 어떨까.

영남권 최대 크래프트 맥주 생산자인 트레비어의 브루어리와 프리미엄 막걸리의 선두주자인 복순도가의 양조장.

어쩐지 언양에 가까워지자 술 익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복순도가의 박복순 여사가 고두밥과 누룩을 버무려 전통방식으로 빚은 막걸리의 발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마치 자식을 돌보는 듯한 숭고함이 느껴진다.
# 수제맥주 양조장 '비어포트브로이'

- 쓴맛 적은 필스너·달콤한 바이젠 등 8종
- 양조부터 보관, 유통까지 한 자리에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공식 만찬주 선정
- 5월부터 투어·테이스팅 클래스 등 계획

   
울산 울주군 언양읍 트레비어(Trevier) 공장인 ㈜비어포트브로이. 언양읍에서 봉계로 가는 도롯가에 있는 데다 붉은 외벽이 깔끔해 바로 눈에 띈다. 2개의 건물 중 앞 건물은 통합사무실, 뒷건물(300평)은 양조장·시음장·보관창고다. 뒷건물로 들어서니 곧바로 20평 규모의 시음장으로 총 30개의 좌석(6인용·4인용 테이블 각 3개)이 마련돼 있다. 한때는 무료 시음을 했으나 지금은 한 잔씩(3000~5000원) 사 마셔야 한다. 예쁜 잔에 담긴 맥주는 각자 개성을 뽐내듯 유혹한다. 테이크아웃으로 맥주를 구입하는 고객도 간간이 보인다. 언양에 산다는 구화순(여·42) 씨는 "이렇게 맛있는 술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아직 수제맥주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추했다. 황찬우 브루어는 "하루 평균 20개 팀이 맥주를 구입하거나 마시고 간다"고 설명했다.

   
보관창고에서 숙성중인 맥주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는 8종이다. 울산에서 뷔페를 운영했던 황동환(53) 대표가 독일 여행 중 뮌헨 비어가르텐을 방문한 뒤 2003년 수제맥줏집 트레비레스토랑을 창업했고 독일식 맥주인 필스너 바이젠 둥켈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필스너(4.5도)는 쓴맛이 적고 목 넘김이 깔끔하며, 바이젠(4.5도)은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이다. 이후 2014년 맥주의 외부 반출이 가능해지자 농협 소유의 농작물 냉장창고를 구입해 공장을 건립했다. 이 무렵 미국식 맥주인 호피라거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IPA)을 추가했다. 호피라거(5도)는 은은한 유로피언 홉에 상쾌한 아메리칸 홉을 더해 청량감과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다. 황 대표의 아들인 황 브루어가 개발해 2015년 출시했다. 최근에는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지대에서 만들었던 농주를 기반으로 한 새콤달콤한 세종(5도)과 실크 같은 거품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임페리얼 스타우트(8.5도)도 선보인다. 이런 열정이 통한 걸까. 트레비어 맥주는 지난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트레비어의 대표 맥주 8종.
양조장을 둘러보는 행운도 얻었다. 규모가 큰 발효조와 조금 작은 숙성조가 줄지어 있다. 제조된 맥주는 케그(KEG)라는 용기(20ℓ)에 담겨 보관창고에서 숙성된다. 미국의 버본 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도 있었는데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담는다고 한다.
황 브루어는 "현재는 시음 또는 구매에 한정돼 있지만 오는 5월부터 양조장 투어와 테이스팅 클래스, 시음과 구매를 연계한 3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크래프트 비어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의 (052)225-1111


# 손으로 빚은 막걸리 '복순도가'

- 시어머니께 양조비법 전수받은 며느리
- 고두밥 짓고 누룩 버무려 전통방식 고수
- 톡 쏘는 탄산에 과일·꽃향기 어우러져
- 4월 부산 고려제강 수영공장 입점 예정

   
비어포트브로이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복순도가가 있다. 언양읍에서 석남사로 가는 길에 있는 복순도가는 안사장인 박복순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막걸리 제조법을 상품화했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발효건축이라 불린다. 미국 뉴욕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한 첫째 아들인 김민규 대표가 설계해 2016년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발효건축이란 발효가 유기물을 삭히며 어우러지듯 대지와 공간 등이 인간에게 유용해지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검은색 외관이었는데 해가 지는 저녁에는 황금빛으로 물들기도 하고 어두운 밤에는 조명에 따라 색상이 변화한다.

   
시음용 술과 잔.
예약을 하고 찾으면 제조장과 판매장 사이 통로로 들어서면서 막걸리가 발효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발효실 바깥에 설치된 스피커로 발효되는 소리를 듣고 환풍구를 통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도 있다. 이어 판매장에서 복순도가를 시음한다. 시음한 사람 대부분이 막걸리를 구매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날 매장을 찾은 신재인(33) 씨 부부는 "막걸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복순도가는 일반 막걸리와 달리 청량감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마셔도 될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복순도가의 특징은 샴페인 같이 차오르는 탄산이다.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버무려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데 새콤달콤한 맛에 온대성 과일 향과 꽃향기가 난다. 알코올 도수 6.5도의 이곳 막걸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음회에서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한주소믈리에 백웅재 씨의 책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에서는 '우리 전통주는 옹기에 숙성시키는 탓에 탄산이 전부 날아가 버리는데 복순도가의 손막걸리는 내압병을 이용해 병입 숙성을 시켜 탄산이 살아있다'고 소개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병입한 뒤에 숙성시키는 막걸리다.

   
복순도가를 찾은 신재인 씨 부부가 막걸리를 맛보고 있다.
일부 전문점과 개인을 통해서만 알려지고 유통됐던 복순도가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건배주 채택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전통 방식으로 빚는 술이라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만난 박복순 여사 역시 "생산량을 늘리려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힘들어서 못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복순도가는 오는 4월 고려제강 수영공장에 레스토랑을 차려 부산에서도 복순도가를 쉽게 맛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박복순 여사는 "한식에 걸맞은 우리나라 대표 술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1577-6746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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