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대표적 친한파 배우 휴 잭맨은 2000년 개봉한 '엑스맨'에서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의 중심에서 울버린을 연기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후 '엑스맨' 시리즈 전편에 출연하며 휴 잭맨이 없는 '엑스맨'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휴 잭맨의 울버린은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로건'을 마지막으로 울버린 역과 이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영화 '로건'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29년을 배경으로 한 '로건'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점점 사라져 지치고 나이든 로건(울버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병든 프로페서 X를 돌보며 숨어 살던 그는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소녀 로라를 만나게 된다. 돌연변이 DNA로 살인 병기를 만들려는 집단이 로라를 쫓고, 로건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로건'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난무하는 '엑스맨' 시리즈와 결이 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쓸쓸한 황무지다. 손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무기 클로를 이용해 적들과 대결을 펼치는 로건과 로라의 피 튀기는 액션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사실적이며, 왠지 모를 슬픔이 깃들어 있다.

이런 영화 분위기는 로라와 프로페서 X가 호텔 TV로 보는 서부극 '셰인'과 닮아 있다. 심지어 로건이 불한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한 농가를 지키는 장면은 '셰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뿐만 아니라 악당을 물리친 셰인이 소년 조이에게 "이유야 어쨌든 난 살인을 했어. 돌이킬 수가 없구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이 마을에 총이 필요 없다고 말씀드려"라고 하는 대사는 '로건'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된다.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를 볼 수 있는 '로건'은 핏빛 휴먼 드라마로 막을 내린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