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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칼질로 빚다…오징어의 환상 식감

부산진구 범천동 칼질천번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7-03-08 18:59:2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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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적거림 탓에 호불호 갈리지만
- 글 비칠 정도로 얇게 포 뜬 몸통
- 오돌오돌 씹히는 지느러미 살
- 잘게 썰어 상쾌함까지 주는 다리
- 8가지 부위별 색다른 맛의 향연
- 회간장에 찍어 소주와 금상첨화

오징어는 무척이나 친숙한 해산물이다. 생으로 먹고 찌개나 국으로 끓여서 먹고 말린 것을 구워서도 먹는다. 고춧가루나 고추장 양념에 묻힌 밑반찬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징어를 회로 먹을 때 고급스러운 요리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오징어를 회로 내면서 다양한 부위의 색다른 맛을 살리는 곳을 찾았다.
   
오징어 회가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식감이다. 오징어 회를 입에 넣고 몇 번 씹으면 살이 사르르 풀어지거나 숙성된 회처럼 입에 착착 감기는 대신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이 느낌이 싫은 사람은 오징어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기자도 이런 끈적거림이 싫어서 오징어 회를 즐기지 않는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칼질천번(051-638-7942)'은 오징어 회가 고급스럽지 않고 별 먹을 것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칼질천번이라는 상호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오징어 회에 무슨 정성을 이렇게 쏟는다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도 함께 준다. 회를 썰어내는 데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뜻을 누구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부위별로 잘라 회를 치고 껍질을 벗겨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칼집을 내 다양한 식감을 내는 조국제 코스. 물회와 오징어 통찜까지 오징어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조국제 대표는 "오징어 몸통을 포로 뜨고 회 한 접시로 썰어내는 데 칼이 몇 번이나 움직이는지 한 번 세어봤다. 오징어 몸통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900여 번이었다. 거기에 착안해 칼질천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흔한 오징어 회에서 오징어 부위별로 8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오징어 회가 만들어지는 기점이었다.

제일 먼저 오징어 몸통을 두세 겹으로 아주 얇게 포를 떠 1000번 썰어낸 것을 맛봤다. 오징어 몸통 살을 두세 번 포를 뜨면 뒤편의 글자가 보일 정도로 얇아진다. 이것을 얇게 썰어내니 거의 국숫발처럼 보이는 데다 입에 넣었더니 씹을 게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렇게 썰어낸 것을 천번이라 부르고 이것보다 더 굵게 해서 보통의 오징어회 크기 정도로 썰어낸 것을 오백번이라고 한다. 오백번은 천번보다는 훨씬 씹히는 맛이 있다. 조 대표는 "여성은 아주 부드러운 천번을, 남성은 씹히는 맛이 있는 오백번을 선호한다"고 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회와 샐러드, 국물 등.
오징어의 귀라고 부르는 지느러미 부위는 몸통보다는 탄력이 있다. 오징어의 몸통과 다리가 연결되는 부위에 눈이 있는데 이 눈 주위 살도 따로 썰어내 오돌오돌한 느낌을 살렸다. 기자의 취향 저격 부위는 다리였다. 오징어 다리를 잘게 썰어놓은 것이 어찌나 탄력이 있는지 씹는 재미가 있었다. 오징어 특유의 으깨지면서 죽처럼 변하며 이에 달라붙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입속이 상쾌한 느낌이랄까. 생오징어의 다리가 이런 맛이었나 놀랐다. 다리를 잘게 써는 것 외에 껍질과 빨판을 제거하고 오징어 다리를 통으로 놓고 다이아몬드 형태로 칼집을 낸 것도 있다. 이 방법으로 썰어낸 회는 부드러워서 오징어 다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찐득하게 달라붙는 식감도 거의 없었다.
오징어 회도 맛있지만 물회를 빼놓을 수 없다. 물회에 들어가는 해산물은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지만 시원하면서 자연스러운 단맛의 육수는 변함이 없다. 부담스러운 단맛이 아니라 은근한 데다 뒷맛은 발효된 음식이 주는 시원한 맛이 있었다. 조 대표는 "물회에 와인을 좀 넣는다. 앞으로는 복분자주를 넣어서 맛을 잡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몸통을 포로 뜨면 글자가 비칠 정도로 얇게 된다.
오징어 회는 뭐니뭐니해도 소주와 잘 어울린다. 그 대신 오징어 회를 초장에 찍는 대신 고추냉이와 간장을 풀어 만든 회간장에 찍어 먹는 게 본연의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칼질천번에는 '김영란 코스'가 있다. '조국제 코스'에는 다이아몬드 칼집을 낸 오징어가 포함되지만 김영란 코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 외에는 구성이 같다. 두 메뉴 모두 사랑받는 것은 오징어회뿐 아니라 생선회, 물회, 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풍성해 가성비가 무척 좋기 때문이다. 점심 특선으로 칼천물회정식도 준비 중이다. 물회에 동태탕과 생선가스를 곁들인 식사 메뉴로 이 역시 가성비가 좋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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