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로 만든 소품·가구 등에
- 아크릴 물감 찍어 붓으로 표현
- 평평한 표면에 뭐든 그릴 수 있어
- 수채화 같은 자연스러움이 중요
- 바니시 바르면 반영구적 사용도
- 초보자용 도안 있고 수정도 쉬워
- 서랍장 책꽂이 등 다양하게 응용

'톨 페인팅'은 용어부터 낯설다. 이 용어가 생겨난 것은 16~17세기까지 거슬러 간다. 당시 유럽의 귀족들이 가구나 함석으로 만들어진 주방용품을 장식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그것이 농민에까지 유행처럼 번졌다. 농민의 살림살이는 아무래도 소박해서 옛 가구나 낡은 집기에 고풍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이런 것을 포크아트라 불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나라마다 고유의 스타일과 장르로 발전해 왔다. 그중 프랑스에서는 주석에 그린다는 뜻으로 톨 페인팅이라 불렸다. '톨(tole)'은 도료를 칠한 금속제 식기나 요리용 기구를 뜻한다. 그 이후로 목재 유리 도자기 직물 등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조정아 미니모리 대표가 스텐실 붓을 사용해 별 장식물의 테두리에 색을 입히는 법을 수강생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요즘엔 대부분 나무로 된 소품이나 가구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한다. 미술 시간에 접했던 보통의 아크릴 물감보다는 좀 더 묽어서 펴 바를 때 훨씬 쉽다. 여기에 물을 더해 농담 조절을 할 수 있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부산에선 톨 페인팅을 배울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금정구 장전동의 '공방 미니모리'에서 톨 페인팅 강좌가 열린다. 톨 페인팅의 장점은 평평한 표면이면 어디든 그릴 수 있다는 거다. 나무로 만드는 소품이 액자 시계 서랍장 책꽂이 등 아주 다양한 만큼 톨 페인팅으로 개성 있게 만들 수 있다.

톨 페인팅은 작은 서랍장부터 장식까지 모든 가구에 활용할 수 있다.

붓으로 색과 질감을 표현하니 아주 섬세한 표현과 다양한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소녀의 물 들인 듯한 볼을 나타내고 싶다면 동그란 붓에 물감을 최소한으로 묻혀 표면에 살살 돌리면 된다. 구멍이 뚫린 틀을 놓고 물감을 뿌리거나 칫솔 등으로 긁는 스텐실 기법과 비슷하다. 나무의 밑 색도 완전히 나무색처럼 살릴 수 있고 아예 물감으로 다 덮을 수도 있다. 물감이 다 마를 때까지는 만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만 주의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 말릴 때는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 마른 뒤 색바램과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니시를 바르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이나 채색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초보자를 위한 도안이 있고 채색을 하다가 실수를 해도 바로 물을 묻힌 면봉으로 닦아내면 된다. 마르고 나서 수정하려면 표면을 살짝 사포로 밀어서 깎아내면 된다. 초보자들이 작은 연필꽂이를 쉬운 도안으로 완성하려면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조정아 대표는 "지난해에 금정구에서 진행한 '학습곳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공방에 오셔서 재료비만 내고 수업료 없이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주민 대부분이 직접 만든 연필꽂이를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톨 페인팅으로 꾸민 인형과 휴지꽂이.

톨 페인팅에서 중요한 것은 셰이딩이라 부르는 명암 넣기다. 평면에 색깔을 칠하다 보면 입체감이 없어 큰 매력이 없다. 납작한 붓의 끝에 물감을 조금만 묻혀서 가볍게 칠하면 물감이 많이 묻은 곳은 진하게, 덜 묻은 곳은 연하게 붓 자국만 난다. 연한 곳은 약간 튀어나와 보이고 짙은 곳은 들어가 보이게 하는 음영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나면 작품이 완전히 달라진다. 완성도 면에서 뿐 아니라 고급스러움도 훨씬 더해진다.

미니모리 공방에선 튀는 색상보다는 차분한 색상 위주로 색을 진하게 쓰지 않는 작품을 많이 제작한다. 그래서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거기에 요즘 인기인 북유럽 감성의 아이콘인 부엉이 모티브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북유럽 인테리어 유행으로 부엉이 모티브를 활용한 책꽂이가 인기다.

조 대표는 "색상이 너무 진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 수채화 같은 자연스러움을 살리되 색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초보자들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체크무늬다. 체크는 방향을 맞춰야 할 뿐 아니라 무늬 간의 간격까지 고려해야 해 고급기술에 속한다. 게다가 체크 색에 음영까지 넣어야 하니 중급 정도도 무리다. 조 대표는 "장식장 테두리를 체크로 장식했던 작품이 있는데 한동안 목 통증으로 고생했다"며 조언했다.

미니모리에선 한국컨츄리공예디자인협회의 물감을 사용한다. 협회별로 물감이 제작돼 나오므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1~8호의 붓과 가는 붓인 세필, 스텐실 붓, 물감 12개, 목공풀, 바니시, 스테인 등을 갖춰야 하므로 10만~13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 대신 이후로는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큰 부담이 없다. 조 대표는 "톨 페인팅은 밋밋한 나무로 된 소품이 색과 도안으로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힐링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