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머신 없는 핸드드립 전문점
- 융과 사이펀으로 6종 커피 추출
- 매달 일본서 유명 원두 공수도
- 100여 개 융 뽀송뽀송 관리 철저
- 매일 만드는 식빵 쫀쫀해 맛나고
- 흐르는 재즈선율 분위기 더해줘

다양한 맛집을 접하지만 커피숍을 소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 전문가가 아닌 터라 맛 표현에도 한계가 있고 워낙에 그 방면에 식견을 갖춘 분이 많으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맛있는 커피와 잠깐의 여유를 즐길 만한 소담한 곳을 발견한 즐거움을 혼자 누리는 건 맛 담당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니 용기를 냈다.

	카페 모모는 커피뿐 아니라 매일 만들어 당일만 판매하는 빵도 인기다.

부산 연제구 부산교대 인근의 카페 모모(051-501-6661)는 핸드드립 전문점이다. 커피머신이 아예 없다. 그 대신 핸드드립을 위한 융과 사이펀만 있다. 그리고 매일 만들어 그날만 파는 빵이 있다. 모든 커피는 융드립으로 내리거나 사이펀을 이용해 추출한다. 원두는 싱글오리진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콜롬비아 수프리모 안티오키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방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바, 케냐 AA 키아구트, CALDI 블루 마운틴까지 총 6종을 갖추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일본의 유명 원두를 사와서 소개하고 있다. 매달 일본의 카페투어를 떠나는 직원이 골라오는데 고객들에게 다양한 맛을 전해주고 싶어서란다. 이번 달에는 CALDI의 블루 마운틴을 기간 한정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커피 추출에 쓰이는 융의 관리는 쉽지 않다. 매일 하나의 융으로 한 번의 추출만 할 수 있어 모모에선 100여 개의 융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쓰는 융은 영업이 끝나고 베이킹 소다를 넣은 물에 삶은 뒤 서늘하고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말린다. 이렇게 세척해 밀폐용기에 담은 뒤 냉장고에 넣어 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냉장하거나 냉동해 두었다 꺼내서 쓰기를 권한다. 만약 3일 이상 융드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위의 세척과정을 거친 뒤 완전히 건조해야 한다. 매일 쓰는 융은 섬유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 두어야 하므로 냉장이나 냉동 보관으로 수분을 잡은 상태로 둔다.

	카페 모모의 김윤정 바리스타가 융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이처럼 관리가 힘든 융을 사용한 추출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김윤정 바리스타는 "종이를 사용해 커피를 거르면 종이 특유의 맛이 커피에 배어난다. 반면 섬유인 융으로 추출하면 잡맛이 없이 아주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맛본 것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방코였다. 김수정 바리스타는 "방코는 약배전하는 원두라 향을 더 진하게 뽑아내려면 가열하는 방식인 사이펀으로 추출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사이펀은 과학실에서나 보던 원형 플라스크 같이 생겼다. 속에 역시 융으로 만든 거름망이 있고 그 위에 원두를 올리고 가열하면 바닥에 있던 물이 위로 올라와 저어가면서 추출한다. 커피가 완성되면 융 위의 커피가 마치 빵같이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야 제대로 된 것이다. 김수정 바리스타는 "원두가 신선하고 제대로 잘 추출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렇게 만든 방코는 향이 아주 좋았다. 연한 꽃향기가 나면서 한 모금 머금었다 삼키면 뒷맛에는 신맛이 남아 입속이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윤정 바리스타는 "방코를 추출할 때 장미향이 정말 많이 난다. 마실 때보다 융에서 내릴 때 향이 정말 진해서 내릴 때마다 향기를 맡게 된다"고 했다. 첼바는 방코보다는 산미가 덜하며 좀 더 묵직한 맛을 낸다. 그래서 방코는 여성들이, 첼바는 남성들이 선호한다고.

모모의 또 다른 매력인 식빵류는 오전 10시 정도면 만날 수 있다. 금방 나온 식빵 특유의 죽죽 찢어지는 결과 수분, 거기에 특별히 더 쫀쫀한 식감이 인기 비결이다. 여기에 아예 빵 속에 잼이나 치즈 등을 넣어서 구워내 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된다.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식빵은 윗면은 백소보로 가루를 얹고 속에는 생치즈와 체다 치즈를 넣어 고소함을 살렸다. 쫀득해서 마치 떡 같은 식감을 주는 식빵 속에 치즈가 쏙쏙 박혀 씹을 때마다 고소하고 간이 맞다. 단맛은 거의 없어서 커피와 함께하면 정말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든다. 블루베리 잼을 속에 발라 구워낸 블루베리 식빵도 인기다.

모모에서 꼭 칭찬해야 할 한 가지는 음악이다. 커피숍에선 조용한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일행과 대화할 때 음악이 거슬려서도 안 된다. 김윤정 바리스타는 "카페음악을 모아놓은 것을 들려드린다"며 "주로 재즈로 구성돼 있어서 비가 오거나 해질 무렵이면 테라스 좌석의 분위기가 최고"라고 자랑했다. 골목으로 향한 테라스는 햇볕이 좋은 날에도 추천할 만하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