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그룹 2NE1 해체 후 배우행보
- 색깔로 음악 인식 '색청' 환자 역
- 슬럼프에 빠진 작곡가 지일과
- 마음상처 치유해가는 과정 담아

- 기억 잃은 절망적 상황의 시현
- 내성적인 어릴 적 내 모습 같아
- 영화 속 포크발라드 매일 연습
- 목소리 잘 어울린다는 평 들어
- 연기·노래 병행 엄정화가 롤모델

K-팝을 대표했던 걸그룹 2NE1의 해체 이후 산다라박이 배우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6일 개봉한 음악영화 '원스텝'에서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음악을 색깔로 보게 되는 색청 증상을 지녀 음악을 듣지 못하는 시현 역을 맡은 산다라박은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감성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슬럼프에 빠져 작곡을 할 수 없게 된 지일(한재석)과 음악적 교감을 통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속에는 산다라박이 가수로서 경험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스텝'을 연출한 전재홍 감독은 산다라박에 대해 "영화 촬영 내내 NG를 한 번밖에 내지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첫 주연작인 '원스텝'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제 막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산다라박을 만나 첫 주연을 맡은 '원스텝'과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소감에 대해 들었다.

-이전에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원스텝'은 첫 주연 데뷔작이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는가?

▶시나리오를 받고 음악영화라는 점에 끌려 해보겠다고 했다. 그 당시는 편한 마음으로 결정했다. 영화는 처음이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그동안 경험이 있어서 현장에서 떨지 않았다. 그런데 개봉이 다가오니까 떨리기 시작했다. 생방송이나 콘서트 무대에 설 때는 '이제 내가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 있어서 떨지 않았는데, 찍어놓은 결과물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린다는 생각이 드니 떨렸다.

-그렇다면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본 느낌은 어떤가?

▶제가 어떤 일이든 만족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번에도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 감독님께서 "네가 편해야 하니까 편한 말투로 바꾸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하라"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다. 한재석 선배님도 다정하게 대해주시면서 대사도 많이 맞춰주셨다. 그런 과정이 즐거웠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산다라박 씨가 연기한 시현은 '색청'이라는 흔히 볼 수 없는 증상을 지녔다. 시현에게 보이는 색청이 컴퓨터그래픽으로 허공에 색깔로 그려지는데, 그래서 독특한 음악영화가 됐다.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너무 희귀한 증상이라 참고할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색이고 모양이지 않겠냐는 상상으로 연기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들으면 각자 상상속에서 색깔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영화처럼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산다라박이 주연을 맡은 음악영화 '원스텝'의 한 장면. 엠씨씨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였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시현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 깊게 느꼈을 것 같다.

▶시현이는 기억도, 가족도 없는 절망적 상황의 아이다. 어둡고 조용한 성격에서 나오는 슬픈 표정이 저하고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차분하고 조용하고 낯가리고 두려움도 많은 모습이 어릴 때 저와 비슷하다고 했다.

-'원스텝'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부르는 '한걸음'은 포크 발라드곡으로, 2NE1 시절과는 다른 음악이다. 청아한 목소리가 무척 잘 어울렸다.

▶평소 하던 것과 다른 장르라 녹음실에서 많이 당황했다.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야 하는 장르라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의 연습실을 빌려 매일 연습했다. 주변 분들이 이런 노래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저 또한 '내 목소리에 이런 색깔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장르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힙합은 블랙으로 스웩이 넘친다. 어쿠스틱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흰색일 것 같다. 그런데 어떤 노래든 제가 부르면 오렌지색이 되는 것 같다. 제 목소리가 지닌 밝은 톤 때문에 항상 오렌지색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졌는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는데 아역이 많이 나오는 것이었다. '쟤네들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장래희망을 탤런트라고 했다. 이후 중·고등학교 때 가수로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만능엔터테이너로 바뀌었다. 드라마를 워낙에 좋아해서 연기에 대한 꿈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가?

▶'원스텝'을 보신 관객분들로부터 혹평을 받을 마음의 준비는 했다. 한 번에 사람이 바뀔 수 없듯이 저는 꾸준히 노력해서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편이다. 이번에도 시작이니까 혹평도 잘 받아들이고 차근차근히 해내고 싶다.

-배우로서 아이 같은 밝은 목소리 톤은 단점이 될 수 있다.

▶2NE1 때도 목소리 톤이 밝고 아이 같은 느낌이 있어서 슬픈 노래를 하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제 파트가 줄어들기도 했다. 타고난 톤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이 목소리를 어떻게 장점으로 만들까 고민 중이다.

-혹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연예인이 있는가?

▶엄정화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영화에서는 정말 배우답고, 무대에서는 정말 가수다워서 존경스럽다. 한 가지 일을 할 때 다른 모습이 생각나지 않게 하는 것이 너무 좋다.

-가수로서의 활동도 기대된다.

▶당분간 연기에 집중하겠지만 많은 분이 무대에 선 산다라박의 모습도 좋아해 주시니 좋은 곡과 프로듀서를 만나면 앨범을 준비할 것이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30대 여성 파워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솔로로 홀로서기를 하는 두려움은 없는가?

▶네 명이 하다가 혼자 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외롭고 쓸쓸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혼자 나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씩씩해진 것 같고, 변화해가는 단계다. 그룹 음악이 아닌 저에게 맞는 음악을 찾아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