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폐단과 시민 정서 반영
- 특정 정치인 롤모델은 없어"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다. 그는 지난 26일 개봉한 '특별시민'에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변종구역을 맡아 아수라 같은 선거전과 정치판을 휘젓는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의 욕망을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다. 쇼박스 제공

'특별시민'은 변종구를 중심으로 그의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정치부 기자 정제이(문소리), 변종구의 라이벌 양진주(라미란)가 펼치는 서울시장 선거를 그린다.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선거판에서 변종구는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이용하는, 정치판의 육식동물 같은 인물이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대호'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인 변종구를 연기했다. 선거를 치르는 정치판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특별시민'에서 또 한 번 믿고 보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최민식과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정치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어떻게 출연 결정하게 됐는가?

	최민식은 영화 '특별시민'에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변종구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명량' '대호' 등의 사극을 연이어 한 후 '특별시민'이 들어왔다. 정치 드라마라는 점에서 솔깃했다. 정치를 다룬 외화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정치적 소재가 많은데 영화를 신경 써서 만들면 잘 될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다이내믹 코리아 아닌가. 그런데 정치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너무 늘어나서 시리즈로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특별시민'이라는 제목이 중의적이다. 특별시 일반 시민과 특별한 시민이라는 뜻이 있는데, 마음에 드는가?

▶제목을 많이 고민했다. 시나리오 초고부터 '특별시민'이었다. '특별시민'은 일반 유권자와 특별한 계층의 시민이라는 다양한 함축적 의미가 있다. 시나리오 초고부터 '특별시민'이었는데, 더 좋은 것을 찾다 보면 처음 제목이 그대로 개봉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제목은 '시장'(The Mayor)이다.

-평소 현실 속 직업 정치인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씁쓸한 이야기인데, 알게 모르게 우리 의식 속에 정치, 정치인의 인식이 썩 좋은 것이 아니지 않나. '우리를 대신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왜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나' 하는 것이 현실 속의 생각이었다. '특별시민'은 현실 정치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혹은 사건을 발췌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공통적인 정치계의 폐단이나 국민이 스트레스받은 부분에 대한 기억과 잔상을 끄집어냈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인이니까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니까 '개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임무가 권력으로 변질해서 힘을 갖게 되고, 그것을 사익과 정치적 야망을 위해 휘두르면 본래 목적인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게 된다. 올바른 생각과 사명감, 맑은 정신이 정치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대로에 생긴 싱크홀에 매몰자가 생기자 변 시장이 천막 캠프에 기거하며 사건을 진두지휘한다. 그런데 긴중한 상황에 비싼 생선 초밥 도시락을 몰래 먹다 기자가 들어오니 황급히 감춘다. 일부 이중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세월호 사건 때 생존자를 구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발면을 먹었던 분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생존자를 구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그것도 구급상자에 몰래 초밥 도시락을 들여오는 것을 보면 허탈한 웃음을 주는데, 블랙코미디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혹시 롤모델로 삼은 정치인이 있었나?

▶롤모델을 갖게 되면 그 인물을 묘사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영화의 메시지나 의식이 좁아질 것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재미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흥행에 있어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시민'은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개봉 시점은 양날의 검이다. 어떤 사람은 타이밍이 기막히다고 하지만 반대로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있는데 돈 내고 와서 영화를 볼 것인가'하는 생각도 한다. 또 현실 상황이 워낙 센 것들이 많아 영화를 더 세게 만들었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저희는 영화를 만들었고, 개봉하게 됐으니 관객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지만 3, 4년 전부터 새로운 역할이 너무 고프다. 예전에는 '이런 인물이 괜찮을까' '이것을 내가 표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신중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르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조니 뎁이 부럽더라. 또 목 놓아 기다리는 것이 격정 멜로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막 경험해보고 싶다.

-최근 행복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가?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저를 찾아주고, 같이 작품을 의논하는 것이 고맙다. '특별시민' 촬영장에서 세팅할 때인데, 모든 스태프가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서 일사불란하게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며 짠했다. 또 이들의 노력이 헛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한 영화를 결산한다. 개봉 전 인터뷰는 영화에 대한 마지막 작업이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에 마시는 소주가 괜찮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