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꿈꾸다 영화계 뛰어들어
- 부산·경남 출신 배우들 캐스팅
- 기장 대변항·일광해수욕장 등
- 95% 이상 장면 지역에서 촬영
- 기존 수사극과 차이점 느끼실 것

오랜만에 부산 출신의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3일 개봉한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으로, 그는 부산 기장군을 무대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를 가장한 마약범 종진(조진웅)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부산 출신의 김형주 감독이 기장군을 무대로 한 영화 '보안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보안관'은 낭만이 넘실대는 바닷가 마을의 여유로운 정서를 살리기 위해 기장군 대변항과 일광해수욕장, 거제 등에서 촬영했으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김혜은 배정남 조우진 김광규 등 부산과 경상도 출신 배우를 캐스팅해 이들의 몸에 밴 부산의 정서를 살렸다.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가장 잘 아는 곳인 부산에서 95% 이상 촬영했다. '보안관'이 지닌 정서는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 정서라고 생각한다"는 김형주 감독과 데뷔작 '보안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작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개금고등학교에 다닐 때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 동상을 받았는데, 국제신문에 작게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러니 국제신문과는 인연이 있는 셈이다. 한때는 가수가 꿈이었다. 콘서트를 하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가수를 꿈꾸다 어떻게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전환했는가?

▶고3 때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중앙대 영화과(99학번)에 입학했다. 영화를 좋아했지만 지식이 풍부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영화가 신기한 매체이자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정화 감독님의 '달콤한 거짓말'에 이어 임권택 감독님의 '달빛 길어올리기'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부산 출신 윤종빈 감독의 '군도:민란의 시대' 조감독으로 각색에도 참여했다.

▶'군도'를 마치고 윤 감독님이 '니 것을 써봐라'라면서 방을 내주었다. '보안관'은 3년 전 그렇게 시작했다. 윤 감독님이 찬스를 준 것이다. 둘 다 부산 출신이어서 츤데레(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성향)가 있었다. 서로 살갑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지지하는 느낌이 있다.

-전직 형사와 마약 밀매를 위해 마을에 접근한 사업가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한 것인가?

	'보안관'은 부산 기장군을 무대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를 가장한 마약범 종진(조진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에는 마약 만드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IMF 때 제약회사에서 실직하고 마약을 만들어 판 사건이 실제로 있어서 당시 시대상이나 가장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미드 '브레이킹 배드'가 유사한 주제와 내용을 담아 윤 감독님이 "차라리 마약범을 잡는 이야기를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하더라. 그래서 오지랖 넓은 아저씨 이야기로 '보안관'을 시작했다. 기존 수사극과 다른 부산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기장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장은 부산으로 늦게 편입됐다. 세계적인 관광지 해운대 부근에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이 있어서 비치타운 건설을 미끼로 종진 같은 악덕 사업가가 들어오면 어떨까 싶었다.

-상가번영회에서 보안관 역할을 하는 대호의 모습에 공감이 많이 갔다.

▶대호는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동네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대호가 전직 형사이지만 이제는 일반인 신분으로 마을을 지키고, 정의를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종진이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얻게 되면서 오히려 대호가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다.

▶사실 보통의 사업가라면 돈으로 동네 사람을 끌어모으려 하겠지만, 종진은 동네 정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돈이 아닌 사람 마음을 먼저 사로잡아 대호와 균열을 일으킨다. 종진 역을 맡은 조진웅 씨가 신뢰를 주는 이미지라 그런 점이 잘 나온 것 같다.

-'보안관'은 주인공 외에도 기장군에 사는 다양한 캐릭터가 큰 재미를 준다.

▶등장인물이 많아 캐릭터마다 변별력을 주려고 고심했다. 기장뿐 아니라 여느 동네에도 있을 법한 순박한 동네 아저씨들을 그리려고 했다.

-조진웅 씨를 비롯해 김혜은 배정남 김광규 등 많은 배우가 부산 출신이다. 그래서 리얼한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투리는 억양이나 뉘앙스에 따라 정서가 좀 달라진다. 그래서 부산 출신 배우들, 넓게는 경상도 출신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저희 영화의 출연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소박함, 소탈함을 지닌 착한 분들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또 배우들이 편하게 지내니까 그런 기운이나 정서가 영화에 드러나는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에 촬영했다.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좋았던 것은 어선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동네 분들이 흔쾌히 도와주신 것이다. 또 멸치 터는 장면에서도 협조해 주셨다. 영화 찍는다 하니 좋아하셨다. 거제도 촬영 때 태풍이 와서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바다가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데뷔작이 5월초 황금연휴인 '빅시즌'에 개봉을 한다. 첫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아직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모든 감독님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영화 대본의 첫 타이핑을 시작할 때부터 촬영하고 후반 홍보까지 모든 순간이 어마어마한 일인 것 같다. 관객분들이 유쾌하고 쿨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다른 느낌의 작품을 하고 싶다. 지금보다는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