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 전 가상으로 자택에 배치
- 디지털 거울로 의류 피팅 확인
- 게임과 접목 매장 방문 유도도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봤을 땐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집에 들이거나 입어봤더니 어울리지 않아 난감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반품하자니 귀찮고 그냥 두자니 돈 아깝고. 특히 가구나 가전과 같이 부피가 크고 이동이 어려운 물건일수록 더 그렇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모델이 증강현실을 활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자신과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쇼핑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을 위해 업계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마케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증강현실이 적용되면서 고객들은 구매 결정을 하기 전 가구나 가전이 집 분위기와 맞는지 미리 배치해볼 수 있게 됐고, 옷가게에서는 매번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해당 제품을 걸친 자신의 모습 확인이 가능해졌다.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최근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한샘몰' 모바일 앱에 제품을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 체험(위)과 가구를 실제 배치해 본 모습. 한샘 제공

10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최근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한샘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증강현실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있는 공간에 침대 소파 책상 등 한샘몰에서 판매하는 가구 200여 개를 가상으로 배치하고 360도 돌려가며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구를 미리 놓아볼 수 있어 교환 및 환불하는 경우가 적다 보니 업체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게 된다는 게 한샘 측 설명이다. 한샘은 한샘플래그샵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한 '홈플래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달 모바일 앱을 활용한 증강현실 쇼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샘몰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서비스는 에어컨, TV 등 6개 품목 50여 개 모델에 적용했으며, 매월 운영모델을 50여 개씩 추가해 고객 선택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면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선보인 '가상 피팅 서비스'는 디지털 거울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여러 벌의 옷을 피팅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전국 매장에 확대할 예정으로, 연내엔 온라인몰인 엘롯데에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디지털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저장한 뒤 집에서도 백화점 매장의 의류를 3D로 피팅해볼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이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서 운영 중인 'VR 스토어'에 접속하면 다양한 제품을 360도로 살펴보고 3차원 쇼핑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VR스토어'를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 열었다. VR스토어에 접속하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캐나다구스 파라점퍼스 노비스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의 다양한 제품을 모바일 앱과 VR기기로 3차원 쇼핑이 가능하다. 지난 1월에는 VR스토어 고객 대부분이 남성인 점을 반영해 몽블랑 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을 통째로 옮기는 'VR백화점' 서비스 또한 2019년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증강현실 기술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업체도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 초 매장에 숨은 동물 캐릭터를 잡으면 최대 50만 포인트까지 획득할 수 있도록 한 '미리줌 AR게임'을 전국 50개 지점에서 진행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AR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고 모바일 게임과 접목하면 고객들이 좀 더 즐겁게 쇼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도입했다"며 "AR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이용자를 더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