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껫'하면 으레 바다 떠오르지만 사실 어원은 말레이어로 '산''언덕'
- 색다른 정글·절벽 등 즐길 곳 많아

- 외줄에 몸 매달아 하강하는 집라인…원숭이가 숲 속 나무 옮겨타듯
- 17번 이어탈 수 있는 짜릿한 경험…끝난 뒤 달콤한 열대과일 잔치

- 빠질 수 없는 물놀이엔 럭셔리 요트
- 해변 들러 수영하며 맛난 음식 먹고 요트 선미 누워 석양 보며 여유 즐겨

태국 제1의 섬인 푸껫은 해변의 천국이다.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를 촬영한 피피섬, 제임스 본드섬,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HYPE 요트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 만난 랑야이섬의 해변. 함께 요트를 타고 왔던 태국의 젊은 여성들이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보면 새로운 푸껫이 보인다.

푸껫은 산이나 언덕을 의미하는 말레이어 '부킷'에서 유래됐다. 해변 외에도 산과 절벽 정글 호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푸껫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숨은 즐길거리를 찾아가 보자.

울창한 정글에서 타잔처럼 날아다니는 집라인, 호화 요트에서 주변 섬들을 보면서 오후 한때를 보내는 설렘 가득한 여행이다.

	푸껫 남부의 하누만 월드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새처럼 날아가고 있다. 안전요원들은 집라인 길이가 어느 정도 길어지면 신청을 받아 뒤에서 다리를 잡아주며 나는 체험을 하도록 해준다.

■타잔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집라인을 타기 위해 지난해 푸껫 남부에 문을 연 하누만 월드(Hanuman world)를 찾았다. 푸껫타운 인근이다. 하누만이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장군으로 신처럼 모셔지고 있단다. 원숭이처럼 정글을 날아다니는 집라인과 어울린다. 직접 체험해본 월드A 코스는 30개의 플랫폼을 이어가며 집라인 17번(허니문 코스 포함), 공중강하 3번(20m 2번, 40m 1번), 나선형 계단과 다리를 두 번씩 이동하는 코스로 스카이 워크와 식사를 포함해 총 3시간이 소요된다. 국내의 집라인은 대부분 한번 타면 끝인데 17번을 탈 수 있으니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몸무게가 세 자리에 육박하는 기자는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20㎏이 넘으면 타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어 안심했다.

출발은 나름 순조롭다. 짧지만 처음이라 살짝 겁을 먹었는데 안전요원은 "손 놓고 새처럼 타보라"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 멋지게 타려고 했는데 빙글빙글 돈다.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도도 동반 상승한다. 카메라 때문에 뒤집어 타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이미 타잔이다. 공중강하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안전요원이 날고 싶은 사람은 신청을 받는다. 안전요원이 뒤에서 다리를 잡아주며 함께 날아간다. 무서워해야 하는데 웬걸. 멀리서 날아오는 모습이 한 마리 새처럼 우아하다. 비명도 들린다.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소리다.

집라인 타기를 마치고 이번엔 스카이 워크를 걷는다. 높이 30m에서 나무와 나무를 이어 200m가량 걷는 코스. 두리안 등 각종 열대과일이 나무에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코스 끝에는 달콤한 과일과 과일주스가 기다리고 있다. 집라인을 타본 뒤여서인지 800m 코스를 쾌속으로 내딛는 롤러 집라인을 못 타본 게 아쉽다.

■럭셔리 요트 파티란 이런 것

	랑야이섬으로 가기 위해 옮겨탄 보트에서 찍은 요트.

선상 요트 파티를 즐기러 푸껫 북쪽의 요트 헤이븐 마리나로 이동한다. 수십 척의 요트를 지나 HYPE 요트에 오른다. 최대 80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는데 이날은 30여 명이 타 여유롭다. 요트를 자주 타본 것처럼 여유를 부려봤지만 복장만 봐도 일하러 온 티가 팍팍 난다.

기자의 일행 왼쪽에는 20대 태국 남녀 커플 4쌍이 자리했다. 우리와 달리 요트가 익숙한지 미리 준비한 옷으로 몇 차례 갈아입으며 패션쇼를 연출한다. 날씨가 흐려 사진 찍기에는 썩 좋지 않았지만 선탠이 필요 없는 피부를 가진 기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간단한 뷔페식 식사와 푸딩, 각종 음료가 기본으로 나온다. DJ가 멋진 음악을 틀어준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친구도 보인다. 섬들이 하나둘 뒤로 밀려나고 하늘에서는 푸껫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따금 보인다.

사진작가로 빙의한 듯 1층과 2층(1인용 매트리스가 양쪽에 4개씩 있다)을 누비고 다니다 선수에 깔린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는다. 럭셔리 요트에 타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며 행복해진다. 이까짓 요트가 뭐라고 다음 가족 여행 때는 한번 질러보자 싶다가도 가족 수를 생각하니 계산이 복잡해진다.

	요트 매트리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들.

보트가 닻을 내린다. 눈앞에 푸껫 동쪽에 있는 랑야이섬의 해변이 펼쳐진다. 작은 보트로 옮겨타고 해변에 닿는다. 수영하는 몇몇 관광객을 보자 마음이 동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물이 차가울 텐데 살짝 데운 듯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가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물에 첨벙 뛰어든다. 수영구역을 알리는 부표가 떠 있지만 감시자는 없다.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챙기라는 뜻이란다.

다시 요트에 오르니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지고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면서 분위기를 달군다. 리듬에 살짝 몸을 맡겨본다. 시꺼먼 구름이 가득한 가운데 석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신성한 기운마저 감돈다. 정신을 못 차릴 즈음 거센 바람을 타고 뱃전을 때린 파도가 배 위로 물을 뿌린다. 맨 앞자리가 럭셔리해 보였지만 이럴 땐 최악의 자리로 돌변한다.

■푸껫타운 전망을 담은 카페들

대부분 뷰포인트가 바다 조망인 것과 달리 카오랑힐 뷰포인트는 푸껫 시내를 조망할 수 있어 인기다. 카오는 산, 랑은 뒤를 뜻한다. 나지막한 건물이 주를 이루는데 간간이 20층 안팎의 고층 건물이 보인다. 바로 옆 퉁카카페는 전망이 좋아 떠오르는 식당 겸 카페. 입구 옆 액자형 포토존에서 인증샷도 찍을 수 있다. 팍풍파이댕(모닝글로리 볶음) 미깽뿌(얇은 국수 면발에 게살 카레를 부어 먹는 음식) 외에도 오징어와 마늘을 살짝 튀겨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 등을 시켰는데 맛이 깔끔하다. 아이스커피와 차를 섞은 퉁카카페표 음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근 식당인 '카오랑 브리즈'와 비교하면 전망은 퉁카카페가 낫지만 음식은 카오랑 브리즈가 낫다는 현지인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 푸껫 항공편

- 오전 출발땐 타이항공 유일
- 돌아올 때는 저녁 비행기로

푸껫에 가려면 대체로 밤에 떠난다. 국내 항공사의 일정이 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껫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부산에서 유일하게 오전에 출발하는 타이항공을 강력 추천한다.

타이항공 부산~방콕~부산 구간은 주 5회(월 수 목 금 일) 운항 중이며 총 299개 좌석(36개 비즈니스석과 263개 일반석)이 있는 A330기를 이용한다. 푸껫으로 갈 때는 부산~방콕(오전 8시30분 출발, 오전 11시50분 도착). 방콕~푸껫(오후 2시5분 출발, 오후 3시25분 도착)편을,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푸껫~방콕(오후 8시35분 출발, 밤 10시 도착), 방콕~부산(0시5분 출발, 오전 7시10분 도착)을 이용하면 된다. 참고로 방콕~푸껫~방콕 국내선은 하루에 10회 운항한다.

취재 지원=태국관광청, 타이항공, 그레이스랜드 리조트&스파

태국 푸껫=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