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 받지 못한 비주류 악기
- 관객 대부분 통기타라 여겨
- "반주 말고 노래 언제하냐" 물어

- 왼손 새끼손가락 장애 앓아
- 굳은 살갗으로 연주해도 행복
- "언젠가 조명받는 날 올 거예요"

클래식 기타는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베토벤은 '작은 오케스트라'라 했고, 쇼팽은 "기타의 아름다움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음색, 나지막한 소리 등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연주회가 열린다. 부산에서 손꼽히는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김경태(37)는 오는 24일 오후 6시30분 금정문화회관(부산 금정구 구서동) 소공연장에서 독주회 'Silence'를 연다. '폴리포니기타듀오' 멤버이자 '부산페스티발기타앙상블'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그를 지난 18일 만났다.

"열이면 아홉 분이 잘 모르죠. 초청 연주에 가면 클래식 기타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주를 마치니 어떤 관객은 '그래서 노래는 언제 해요?'하고 노래 반주를 하는 통기타를 떠올리시더라고요(웃음). 대학교에도 클래식 기타 전공이 드물고 대형서점에도 관련 책을 찾기 힘들어요. 일본만 하더라도 피아노만큼 책이 많거든요."

김경태는 클래식 기타의 넓지 않은 국내 저변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는 "주류 악기는 아니지만 끈질긴 생명력이 클래식 기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다행인 점은 기타가 대중에게 친숙한 악기라는 거죠. 연주를 듣고 난 다음 '나도 배워봐야지' 하는 분이 꽤 있어요. 아마 TV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통기타 열풍이 불고, 김연아 선수 덕분에 피겨 스케이트가 주목받은 것처럼 클래식 기타도 조명받는 계기가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우리 연주자들과 애호가들이 열심히 각개전투해야죠."

클래식 기타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에는 그의 경험도 한몫했다. 그 또한 클래식 기타 '애호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기타를 잡은 건 대학 동아리에서였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금융계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하고 도와준 건 부산페스티발기타앙상블이었다. 특히 부산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을 스승으로 한국기타문화원에서 매일 연습했다. 그는 "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건 내 인생의 행운"이라 여기며 연습에 몰두하다 날이 밝아서야 집에 가기를 수년간 지속했다.

2007년 첫 독주회에서 고난도 작품을 선보이며 데뷔한 그는 부산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서승완과 '폴리포니듀오'를 결성해 음반 1, 2집을 냈다. 또 부산페스티발기타앙상블에서 고 김태풍, 고충진에 이어 상임 지휘자를 맡았다. 부산페스티발기타앙상블은 2002년 만들어진 부산 유일의 기타 오케스트라로 30여 명이 해마다 기타 페스티벌과 정기연주회를 연다.

김경태는 연주 활동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했다. '핸디캡' 때문이었다. 그는 기타 코드를 잡아야 하는 왼손 새끼손가락 마디가 선천적으로 구부러지지 않는다. "굳은 살갗에 줄을 걸고 연주하고 있어요. 수술해서라도 치료하는 게 평생 소원 중에 하나에요."

이번 독주회에서 김경태는 소르의 '두 개의 연습곡', 메르츠의 '사랑의 노래' '비가', 이르말의 '바덴재즈 조곡',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를 연주한다. 그는 "현재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헝가리 체코 아르헨티나 터키 등 클래식 본고장이 아닌 나라 출신 작곡가들 작품이지만 클래식의 '품격'을 증명한 곡들이죠. 전공자도 유학파도 아니지만 노력하는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는 오는 8월에 있을 부산페스티발기타앙상블의 기타 페스티벌과 폴리포니 기타듀오의 3집 음반, 솔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1만 원. 010-5489-2913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