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노 배경 액션 느와르서
- 자아분열증 겪는 1인2역 맡아
- 보스 사업가 르포 작가로 변신
- "농도짙은 베드신과 액션 화제
-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장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로 아시아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른 배우 김수현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에 '리얼'(28일 개봉)로 스크린에 컴백해 주목받고 있다.

	영화 '리얼'에서 김수현은 자아분열증을 겪는 1인 2역을 맡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코브픽쳐스 제공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 카지노 오픈을 앞둔 야심 가득한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그에게 거액의 투자를 약속하며 나타난 얼굴도 이름도 똑같은 의문의 사업가 장태영이 허구와 진실 사이를 오가며 펼치는 액션 느와르 영화다. 특히 김수현은 자아분열증을 겪는 1인 2역을 맡아 이전에 볼 수 없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두 명의 장태영은 각자 르포 작가와 조직의 보스, 사업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 김수현은 서로 다른 세 가지의 인격체를 완벽하게 연기해 한층 넓어진 연기력을 입증했다. 다만 '리얼'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와 매끄럽지 않은 연출 때문에 설명서가 필요한 영화가 됐다. 지난 27일 "'리얼'은 연기 인생 최고의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김수현을 만나 영화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김수현 씨의 차기작에 관심이 많았다. '리얼'의 어떤 점에 끌렸는가?

▶'리얼'은 제가 표현해야 할 색깔이 너무 다양해서 반했다. 또 그만큼 숙제도 굉장히 많았다. 제가 연기한 것은 두 명의 장태영이지만, 두 명 모두 자아분열을 겪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한 사람 안에 각기 다른 두 명의 인격체를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욕심도 생겼다. '리얼' 시나리오에 영혼을 빼앗긴 것은 그 욕심 때문이었다.

-김수현 씨나 함께 연기한 최진리(설리) 씨의 연기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연출은 혹평이 주를 이룬다.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리얼'에는 장태영의 인격체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힌트들이 숨어 있다. 그런데 액션이나 섹스신 등 센 장면 때문에 그 힌트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이사랑 감독님은 이야기를 비틀고 또 비틀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님의 방향성이나 의도에 대해 찬성하는 편이고, 저는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자아분열을 겪는 두 명의 장태영, 즉 르포 작가 장태영과 사업가 장태영은 조직의 보스를 동경한다. 그래서 '씨에스타'라는 마약을 통해 자아분열을 겪으면서 보스 장태영의 모습이 나온다. '리얼'이 불친절하게 보이는 것은 자아분열을 겪게 되는 원인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보스 장태영은 르포 작가 장태영과 사업가 장태영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다. 르포 작가 장태영은 일 중독자로 위험한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데, 그 과정에서 마약을 접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보스 장태영의 모습으로 분열증을 겪게 된다. 보스 장태영은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그 에너지를 표출할 데가 없어 계속 껌을 씹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업가 장태영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들어온 후 치료를 위해 마약을 하게 된다. 그때 다른 병실에 있던 르포 작가 장태영과 보스 장태영의 인격이 발현된 르포 작가 장태영(1인 2인격)을 접하고, 그를 동경하게 된다.

	영화 '리얼'의 한 장면. 코브픽쳐스 제공

-사업가 장태영은 교통사고 후 얼굴을 보스 장태영으로 성형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 중반까지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목소리와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가면이 주는 에너지는 컸다. 가면을 쓰면 가장 먼저 기분이 바뀌고, 가려져 있는 만큼 연기도 과감해졌다.

-'리얼'에서 액션도 중요하다. 르포 작가 장태영이 보스 장태영이 되어 보여주는 강력한 액션과 환각에 빠진 사업가 장태영이 보스 장태영이 되어 보여주는 안무 같은 액션을 어떻게 준비했나?

▶보스 장태영의 액션을 위해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복싱을 연습했다. 간결하게 주먹을 뻗지만 흐트러지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또 무용이 접목된 액션을 저희는 '환각 액션'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그 액션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실 수 있다. 그 장면은 안무를 외우듯이 촬영했다. 사실 몸을 쓰는 데 울렁증이 있어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힘들었다.

-또 장태영의 연인이자 간호사 송유화 역으로 등장하는 최진리 씨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농도 짙은 섹스신도 연기했는데.

▶최진리 씨는 '리얼'을 통해 처음 만났다. 굉장히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여서 '리얼'에 상당한 욕심을 보이며 열정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런 점에서 제가 자극을 받기도 했다. 섹스신은 저도 긴장을 많이 하고 촬영장에 갔다. 실은 촬영장에서 덜덜 떨기도 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 장면은 보스 장태영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장면이었다.

-'리얼' 기자간담회에서 "입대 전에 한 작품 정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생각해둔 것이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차기작은 여자에게 남자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 입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내년 봄 전에 하지 않을까 싶다. 부름을 받으면 바로 다녀오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