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작품 1980년 ‘5·18’ 다뤄
- 광주에 대한 마음의 빚 덜고
- 시대아픔 넘어 희망 전하려 노력
- 시사회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1980년 5월, 그 뜨거웠던 광주의 모습이 영화 ‘택시운전사’(개봉 8월 2일)를 통해 재연된다. 그 중심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있다.

	‘택시운전사’의 주연 송강호. 영화는 평범한 택시운전사가 광주로 가려는 외국인 기자를 승객으로 태웠다가 1980년 5월 광주를 목격하는 내용이다. 쇼박스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그를 태운 택시 기사 김만섭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는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였으나 5월 광주를 경험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겪게 된다.

최근 ‘변호인’에 이어 또 한 번 격동의 현대사를 그리며 우리 시대의 얼굴이 된 송강호를 만나 ‘택시운전사’와 5월 광주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시대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여름에는 ‘밀정’으로 만났다. 거의 1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데, 최근 ‘관상’ ‘변호인’ ‘사도’ ‘밀정’ 그리고 ‘택시운전사’까지 사극과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에 연이어 출연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1년에 한 번 나름 의미도 있고 깊이도 있는 영화로 관객과 만나니 좋기도 하고,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함도 있다. 시대별로 보면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1980년대를 그리는 영화에 출연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마약왕’이라고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찾아뵐 것 같다. 일부러 시대물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 한국 영화계도 시류가 있는 것 같다. 한때는 현대물이 90%였는데 현대물의 소재가 고갈되면서 사극으로 갔다가 지금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시대물 출연이 많아졌다.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는1980년대 아픈 역사를 그린다.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잘할 것인가와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가 한평생 배우로 살면서 중요한 것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일련의 선택은 정치적 성향이 아닌 배우로서 지닌 기본적인 의식으로 선택한 것이다.

-시사회 때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광주로 들어가던 김만섭(송강호)과 독일 기자(토마스 크레취만)가 군인을 만난 장면. 쇼박스 제공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는데 뜨거운 눈물이 났다. 택시가 광주에 진입해서 처음 시민들을 만나는 느낌이 슬펐다. 시민들끼리 주먹밥도 서로 나눠 먹고, 외지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순수한 모습인데, 나중에는 그런 자리가 비극의 자리가 된다는 것이 슬펐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를 기억하나?

▶당시 중2였는데, 라디오 뉴스에서 ‘군인들이 새벽 4시를 기해서 폭도를 진압했다’는 방송을 듣고 ‘어휴 다행이다. 질서가 잡혔구나’ 하면서 학교 갔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후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5월 광주의 실제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를 직·간접으로 보면서 실상을 알게 됐다.

-‘변호인’도 그렇고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당시의 아픔을 겪은 분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삶의 진솔함과 고통을 이제야 제대로 평가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을 지켜주지 못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택시운전사’에는 전 국민이 5월 광주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부채의식이 있다.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의 그 정신이 지금을 살아가는 밑바탕이 됐지 않은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택시운전사 만섭의 도움으로 광주를 탈출해 5월 광주의 실상을 세상에 알린다. 희망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물론, 1987년 6·10 민주 항쟁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촛불집회 등은 아픈 역사, 잘못된 역사를 시민의 힘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희망을 외쳤나를 보여주고 있다.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사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닌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소시민이다. 이런 사람들이 역사를 바꾸고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송강호의 얼굴에는 평범한 우리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슬픈 장면이든, 기쁜 장면이든, 웃기는 장면이든 감정의 진실이 중요하다. 배역이 지닌 인간적인 테두리 속에서 진심 어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궁극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나의 진심’과 ‘대중이 원하는 진심’ 사이의 딜레마가 있다. ‘나의 진심이 어떻게 보일까’라는 고민을 한다. ‘택시운전사’도 연기에서 진심이 부족한 지점이 있겠지만 제 진심의 한 켠을 받아주시는 것 같아 흡족하다. 항상 그렇듯 아쉬움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소통되지 않나 자평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