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심보다 손·발가락 힘 조절이 중요
- 한 시간 매달리고 나니 체력 소진
- 헬스보다 힘들어 우습게 봤다간 ‘큰코’

- 불가능해 보였던 한발 떼기 성공하자
- 육중한 몸매도 할 수 있단 자신감 생겨
- 20년 암벽 탄 실력자도 “성취감 짜릿”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암벽타기를 할 줄은. 특히 땀이 삐질삐질 나는 한여름에 할 줄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럴 때가 가장 적기가 아닌가 싶다. 바깥 기온은 35도에 육박해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기엔 적절하지 않지만 오히려 인공암장에는 에어컨이 빵빵해 피서지가 따로 없었다. 쉬워 보여서 내심 스파이더맨처럼 멋진 모습을 연출해야지 하는 착각에 빠지다가 문득 제정신이 들면 철봉에 매달리기조차 힘든데 암벽에 매달려 있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모든 걱정을 접어두고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다. 정 안 되면 사진 찍을 동안만 매달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실내암벽을 체험하기 위해 최근 문을 연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오렌지 실내암벽장을 찾았다.

■스파이더맨인 줄 알았더니…

오렌지실내암벽장 대표 선수인 손진휘(48·위) 씨와 장하다(30) 씨가 암벽타기 초보인 기자를 위해 고난도의 암벽등반을 선보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저녁 시간인 오후 7시에 암벽장을 찾았더니 장하다(30) 씨가 몸을 풀고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장 씨는 이 암벽장이 오픈한 지난해 10월부터 약 9개월간 실내암벽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 왔다고 하니 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건네주며 일단 한번 초보 코스를 타보란다. 첫 번째 난관에 부닥친다. 발가락이 구부러지듯 아프다. 예전에는 본 치수보다 최대 20㎜나 작은 신발을 신기도 했는데 신발 신기가 힘들어 여러 명이 달라붙기도 했단다. 신발만 신으면 암벽타기의 50%는 이뤘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는 자기 치수대로 신으면 되는데 자체적으로 발가락이 구부러지게 돼 있다고 한다. 발이 크면 클수록 조그만 홀드에 체중을 실어야 할 때 불리하므로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이란다.

발가락에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이까짓 거’하며 벽에 올라 한 발씩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벽에 고정된 홀드 중 커다랗고 손가락 전체로 꽉 잡을 수 있는 것만 잡고 이동한다. 홀드는 튀어나온 것, 경사진 것, 손가락 끝만 걸칠 수 있는 것 등 다양하지만 이런 어려운 홀드는 나에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5ｍ 남짓 될까.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가 왼쪽으로 돌아오는데 점점 팔에서 힘이 빠진다. 그래도 최소한 곧바로 떨어지지는 않음을 확인했으니 원위치까지는 간다. 고작 그거 움직였다고 발가락은 쓰라려 오고 팔심도 다 빠져버렸다. 호기롭게 종일 연습할 생각을 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잠시 쉬고 있는데 손직상(43) 센터장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산행을 하며 했던 암벽타기가 좋아 아예 암벽장을 냈단다. 마른 몸매에 잔 근육이 발달해 있어 딱 봐도 암벽타기에 적합한 몸으로 보였다.

암벽타기 체험에 앞서 볼더링(bouldering)을 해보기로 한다. 볼더링이란 등반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높이 6~7ｍ의 돌출한 바위를 등반하는 것으로 실내암벽에서는 과제수행 암벽타기라고 불린다. 정해진 홀드만 이용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 벽에는 총 8, 9개의 홀드만 박혀있고 마지막 홀드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손뼉을 치면 미션 수행. 장하다 씨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9개월간 연마한 ‘포스’가 느껴진다. 난 체격 조건 때문인지 처음에 올라서기부터 쉽지 않다. 결국, 홀드 2개를 밟고 시작하는 것으로 전환했지만 팔과 다리를 한 번 이동하기조차 쉽지 않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팔 한 번 다리 한 번 이동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손가락에 힘이 없어 더는 무리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손 센터장과 몸풀기부터 시작한다. 팔 다리 머리 허리 등 골고루 몸을 풀고 팔다리 운동 20회로 채비한다. 다시 고문 같은 신발 신기를 마치고 손 센터장의 시범을 본 뒤 벽에 달라붙는다.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의 위치. 초보자들은 홀드를 밟을 때 인사이드 스텝(발 안쪽 면을 벽에 붙임)으로 하는 것이 다음 이동에 유리하다고 한다. 좀 익숙해지면 아웃사이드 스텝(발 바깥 면을 벽에 붙임)으로 넘어간다. 아마도 기자는 인사이드 스텝만 하다 끝마칠 것 같다. 또 하나 인사이드 스텝으로 홀드에 발을 걸칠 때 중요한 것은 엄지발가락 쪽에 힘을 주고 올라서야 한다. 편하다고 발바닥 가운데 부분으로 밟으면 안 된다.

호기롭게 첫발을 뗀다. 아까는 몰랐는데 인사이드 스텝만으로 하려니 매달려 있는 시간도 더 길어지고 홀드 선택도 더 어렵다. 결국, 오른쪽으로 5ｍ를 이동했다 되돌아오는데 왼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떨어지고 만다. 웬만하면 완주하려 했으나 왼팔이 마비되는 것 같더니 힘이 들어가지 않아 홀더를 잡을 수조차 없었다. 초보지만 부끄러웠다. 종일은커녕 한 시간 만에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면서 훗날을 기약한다.

■한고비 넘길 때마다 매력에 풍덩

손직상 센터장이 벽면에 더 붙으라며 초보용 암벽에 매달려 있는 기자의 허리를 밀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볼더링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불가능해 보이던 한 발 떼기에 성공했을 때는 ‘어 이제 되는구나. 조금만 더 연습하면 미션을 완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그만큼 불가능해 보이는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성취감이 남다르다는 것. 약 20년간 암벽타기를 해왔다는 손진휘(48) 씨는 역시나 성취감을 암벽타기의 최고 매력으로 꼽았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요세미티 십진 체계라는 미국식 레벨 평가를 기준으로 5.13레벨 정도 된다는 그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암벽타기는 헬스보다 힘들다 보니 쉽게 접근했다가 한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수많은 시도 끝에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짜릿함이 온몸에 퍼진다”고 암벽타기 예찬론을 펼쳤다.

요세미티 십진 체계는 5.1부터 5.15까지 레벨을 구분하고 있다. 앞의 5는 클래스로 암벽타기를 뜻하는 것이고. 뒤의 1부터 15까지는 암벽타기의 난도다. 1부터 9까지는 숫자만으로 10부터는 뒤에 a~d로 구분된다. 암벽등반의 여제 김자인 선수가 5.14d 정도 되는 것을 고려하면 된다.


# 우리동네 실내암벽장은 어디

◇ 다대포 등 총 20여 곳… 3개월에 20만 원 안팎

- 암벽 높이 3~3.5ｍ가 대부분
- 정관 하이클라이밍은 무려 7ｍ
- 입문시기 성장기 10세 전후 무난

부산에는 일부 기초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한두 군데씩 모두 20여 곳의 실내암벽장이 있다. 대부분 암벽은 건물 한 층 높이인 3~3.5ｍ지만 정관 하이클라이밍은 공장을 개조해 7ｍ에 달한다. 5, 6살부터 시작할 수는 있지만 뼈와 근육이 어느 정도 자란 초등학교 2, 3학년 때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체험 비용은 오렌지 실내암벽장의 경우 1일 1만 원, 월 6만 원, 석 달에 15만 원 선이다. 대부분의 암벽장은 1일 1만5000원, 한 달 8만~10만 원, 석 달 20만~25만 원을 받는다.

손 센터장은 “실내 암벽타기는 상당히 재미있는 운동이지만 그만큼 부상 위험도 크다”며 “안전을 생각하며 운동하면 평생 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2020년 도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온라인 검색 발췌>

상호명 연락처 상호명 연락처 오렌지클라이밍(사하구)  010-2483-7066 락오디세이(동래구)  010-4190-459 더비치실내암벽(사하구)  010-8872-3931 패밀리클라이밍센터2(동래구)  (070)8279-8746 락오디세이(사하구) 010-4190-4592 피플락클라이밍짐(동래구)  010-8484-9845 so클라이밍(북구) 010-3279-4444 두클라이밍(남구) 010-3518-9557 락클라이밍센터(북구) (051)331-8382 문현클라이밍센터(남구)  010-3843-3670 용클라이밍(북구)  010-7175-0546 두클라이밍(사상구) 010-7766-4329 김다랑스포츠클라이밍(동구)  010-8500-4563 락오디세이(부산진구)  010-4190-4592 더하트3호점(금정구) 010-9343-0230 와우클라이밍(부산진구) 010-4036-1118 더하트클라이밍센터(금정구)  010-9343-0230 빅월클라이밍클럼(서구) 010-6338-0257 덕수산맥(중구)  010-7601-3093 클럽스파이더(서구) 010-4108-7055 피크클라이밍(중구) 010-5558-2534 어썸클라이밍짐(수영구) 010-2578-3763 동래인공암벽(동래구)  010-2557-5442 정관하이클라이밍(기장군)  010-6778-8733 동래클라이밍센터(동래구) 010-2581-7747 클라이밍센터(해운대구) (051)867-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