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국정과제화 맞춰
- 경남·경북 이어 재조명 나서

- 학술·발굴·관광·정책 4개분야
- 수영강 따라 문화재 체험길
- 출토유물 관리 부산 이관도
- 2000억대 사업비 확보 관건

부산도 가야사 재조명 대열에 합류한다. 한 발 먼저 치고 나간 경남·경북 지자체에 이어 지역에 산재한 가야시대 문화재를 발굴·정비하고, 학술·연구와 관광자원화 사업에 나선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지역 가야문화 연구·복원사업 계획’을 수립했다고 9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문하고, 지난달 19일 발표된 정부 100대 국정 과제의 실천 과제에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가 포함되면서 부산의 가야사 재조명에 나선 것이다.

	금관가야의 양대 축을 형성했던 세력이 남긴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 모습. 복천박물관 제공

■“부산은 가야사의 중요한 무대”

부산에는 전기 가야인 금관가야와 신라로 넘어가는 과도기 가야의 흔적이 남은 중요한 유적이 있다. 그렇지만 가야사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부산대 김두철(고고학과) 교수는 “3세기 말~ 4세기 초 영남에 ‘가야’라 부를 만한 세력이 등장한다. 대표 세력이 김해 대성동과 부산 복천동에 고분을 남긴 세력이다. 김해와 부산은 4세기 때 영남 전체 패권을 잡았다. 두 세력은 무덤의 형식에 독자성을 보이면서도 공통된 토기, 철기 문화를 가졌다. 5세기 후반부터는 신라문화를 흡수해 고총고분(봉분을 높이 쌓은 고분)인 연산동 고분군을 형성했다. 가야사에서 김해 못지않게 부산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총론 성격의 이번 부산시 계획의 주요 대상은 복천동 고분군(사적 제273호), 동래 패총(〃제192호), 연산동 고분군(〃제539호)이다. 3곳은 전국적인 가야사 재조명 사업을 앞두고 최근 문화재청이 선정한 전국의 가야 관련 문화재 26개에 포함된 주요 문화재다.

시의 가야문화 연구·복원은 크게 네 가지 영역, 총 17개 사업으로 추진된다.(표물 참고) 먼저 학술·연구 사업으로 부산 지역 가야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가야사의 온전한 복원에 기여하고 고대 부산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이 가운데 ‘부산 가야문화의 정체성’ 연구총서 발간은 가야문화 연구복원 사업의 출발점이다. 지역 대학, 박물관 등의 가야사 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5년간 연구총서 3~5권을 간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부산 지역 가야사의 시작과 끝, 정체성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연구총서 발간 과정에서 부산의 가야문화를 동북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기 위해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연다는 계획이다.

가야 문화재 발굴·정비도 중요 사항으로 포함됐다. 김해 대성동과 함께 금관가야의 양대 축인 동래구 복천동 발굴조사·정비사업이 주목된다. 복천동 고분군은 1967년 처음 발굴조사를 한 뒤 총 8차례 발굴했으나 아직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동래 패총 발굴조사·정비도 계획에 포함됐다. 동래 패총 일대는 복천동 고분군에 묻힌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다. 부산 지역 금관가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철 생산시설, 저장시설, 패총이 남아있는 대규모 유적지이지만 현재 유적 일부만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금정구 노포동 고분군(부산시 지정기념물 제42호) 발굴조사·정비도 계획돼 있다.

■국·시비 등 예산 마련 방안이 관건

	복천동 고분서 출토된 금동관

관광자원화 사업도 계획에 포함됐다. 시는 수영강·온천천을 따라 형성된 가야 문화재(노포동 고분군~복천동 고분군~동래 패총~연산동 고분군~배산성지, 총 12㎞)를 잇는 가야문화 체험벨트 ‘가야의 길’ 조성 계획을 제안했다. 동래 패총, 연산동 고분군, 노포동 고분군의 전시관 건립도 계획됐다. 정책 사업으로 ‘부산 가야유물의 귀향’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복천동 고분군 출토 유물의 보관·관리 기관을 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부산시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2005년 이전에는 관련 법에 따라 매장 문화재가 국립박물관에 귀속됐다. 이에 복천동 고분군 출토 유물 전체 8579건 중 8338건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보관·관리하고 있다.

시의 이번 계획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관건은 사업비다. 17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2000억 원대의 막대한 사업비가 예상된다. 부산시가 일찍이 가야문화에 주목한 경남·경북 지자체와 경쟁해 국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시 자체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시는 우선 내년 본예산에 이번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용역비와 학술·연구사업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근간인 학술·연구·발굴조사·정비보다 관광자원화 사업에 치중될 우려도 제기된다. 한 가야사 연구자는 “관광자원화에 치우치면 안 된다. 더는 가야문화 유적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 발굴조사와 활용은 후대에 맡겨도 된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일을 그르친다”고 지적했다.


※부산 가야문화 연구·복원 계획

·학술·연구 사업(5건)

-‘부산 가야문화의 정체성’ 연구총서 발간

-국제학술심포지엄 개최

-‘부산의 가야문화’ 특별전 개최

-가야사 시민강좌 개최

-가야사 디지털아카이브 구축


·발굴·정비 사업(4건)

-복천동 고분군 발굴조사 및 정비사업

-동래 패총 발굴조사 및 정비사업

-노포동 고분군 발굴조사 및 정비사업

-비지정문화재 발굴조사 및 정비사업


·관광자원화 사업(6건)

-‘가야의 길’ 가야문화 체험벨트 조성

-동래 패총 전시관 건립

-연산동 고분군 전시관 건립

-가야무덤 발굴체험관 및 강당 건립

-노포동 고분군 체험전시관 건립

-복천동 고분군 경관 조명


·정책사업(2건)

-‘부산 가야유물의 귀향’ 사업

-사업 추진 조직 신설 및 인력 양성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