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 등을 통해 사랑과 연애, 젊음, 기억,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 김종관 감독이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과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의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마치 단편소설 네 편을 묶은 것 같은 영화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간 인연에 관한 영화다.

영화 ‘더 테이블’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제 유명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의 만남을 그린다. 상황이 달라진 두 사람을 통해 재회의 씁쓸함과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다음은 하룻밤 사랑을 나눴던 경진과 민호가 시간이 흐른 뒤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시작하는 사랑의 설렘과 두려움이 두 사람의 대화에 녹아있다.

세 번째는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모녀로 만난 은희와 숙자의 이야기다. 일로 만난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사연 속에서 교감을 갖는다. 마지막은 조건에 맞춰 결혼하는 혜경과 전 연인 운철의 대화다. 조건이 맞지 않아 헤어진 두 사람이지만 뭔가 미련이 남아 멈칫거림이 느껴진다.

한 장소에서 두 사람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구조는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사연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나브로 영화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 ‘더 테이블’의 매력이다. 또한 영화에 차례로 등장하는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의 연기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호사도 누릴 수 있으며, 네 배우와 호흡을 맞춘 정준원 전성우 김혜옥 연우진의 연기도 그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대사와 대사 사이를 오가는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을 잡아낸 카메라가 서정적으로 다가와 김종관표 사랑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 24일 개봉.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