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무더위가 걷히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아직 한낮에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쬔다. 대만 북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시원한 기후에도 현지에서 가을로 분류되는 10월까지는 더위로 고생해야 한다. 그 대신 해가 지면서 어둠이 내릴 즈음 하나둘씩 문을 여는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무더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야시장은 한국에서도 더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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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시장 천국’ 타이베이 관광은 해가 지고 난 뒤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각종 먹거리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사진은 스린 야시장에서 파는 통돼지구이. |
공식 기록이 남은 건 아니지만 대만의 야시장은 대략 20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일과를 마치고 농수산물을 내다 팔기 위해 주민들이 인근 사찰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들어서며 야시장이 형성됐다는 설이다. 대만 특유의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더해지며 입소문을 탄 야시장은 관광객들에게 꼭 들러야 할 곳이 됐다. 대만 정부에서도 관광 상품으로 야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수십 개의 야시장이 타이베이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가운데 그중 가장 큰 규모의 스린 야시장,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한 라오허제 야시장,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닝샤 야시장을 둘러봤다. 타이베이 시내를 연결하는 MRT를 활용하면 세 군데의 야시장 외에 다른 유명 관광지에도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일일권 기준 150대만달러(약 5000원)로 타이베이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 스린 야시장
- 최대 규모 구역별로 판매 품목 달라
- 지하 푸드코트 형식 넓은 매장 갖춰
■가장 크고 다양한 스린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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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린 야시장의 낚은 물고기를 상품으로 바꿔주는 게임 상점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 |
타이베이에 있는 야시장 중 가장 크고 유명한 스린 야시장은 외곽 지역에 있다. MRT 담수이-신이 라인의 젠탄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큰 규모만큼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다른 야시장이 음식점과 잡화 매장이 뒤섞여 있는 반면 스린 야시장은 구역별로 판매 품목이 다르고 지붕이 덮여 있는 곳도 있어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피하기에 좋은 구조다. 특히 야시장 지하에 푸드코트 형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파는 넓은 매장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스린 야시장을 비롯해 타이베이 야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건 특유의 취두부 냄새다.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코를 찌르는 취두부 냄새에 가던 발걸음을 재촉해 지나가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 자리에 멈추고 만다. 중국 본토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취두부는 이곳 타이베이에서 기름에 튀겨 매운 소스를 끼얹어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칫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맛은 냄새로 심어진 이미지만큼 나쁘지 않다.
# 라오허제 야시장
- 길 따라 두 줄로 늘어선 먹거리 천국
- 풍선·과녁 맞추기… 실 마사지 이색적
■먹거리 끝판왕 라오허제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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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라오허제 야시장 마사지 매장에서 최근 유행하는 실 마사지를 하는 모습. |
송산-신단 라인의 종점인 송산역 근처의 라오허제 야시장은 먹거리로 유명세를 타며 사람들이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기존 상점들이 밀집한 거리 중간에 밤이 되면 먹거리를 파는 간이 매장들이 두 줄로 늘어선다.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에서 판매하는 갖가지 길거리 음식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해산물과 각종 육류 및 채소를 내놓고 직접 선택하면 한데 모아 볶아 요리해주거나 돼지를 통째로 튀겨낸 뒤 썰어서 양념과 함께 내놓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게도 익히 유명한 큐브 스테이크나 크고 넓적한 닭튀김 지파이도 발길을 사로잡는다. 더위에 고생했다면 이곳에서 대만의 명물인 망고 빙수를 비롯해 땅콩 아이스크림, 열대 과일 음료수 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풍선이나 과녁을 사격이나 다트로 맞추거나 점수가 새겨진 물고기를 낚아 상품을 가질 수 있는 게임장이 곳곳에 있다. 다양한 상품이 있는 대만 관련 기념품 매장에는 한국 노래가 흘러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마사지도 받을 수 있는데 최근 타이베이에서 유행하는 실을 이용한 마사지 매장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다. 한쪽 실을 입에 문 마사지사가 다른 한쪽을 잡고 얼굴과 어깨, 목 등을 실로 마사지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시원한 느낌이다. 여행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면 한번쯤 시도해보자.
# 닝샤 야시장
- 현지인들이 더 자주 찾고 포차 느낌
- 명물 멧돼지 소시지 구이 육즙 폭발
■현지인 분위기의 닝샤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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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즐겨 찾는 닝샤 야시장에 늘어선 포장마차들. |
닝샤 야시장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송산-신단 라인의 중간 지점인 중산역에서 멀지 않은 이곳의 명물은 멧돼지 소시지구이다. 익히 알고 있던 소시지에 비해 육즙이 풍부하고 식감도 좋다. 마음에 드는 매장에서 주문하고 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야시장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관이다. 낮에는 차가 다니는 도로라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 덕분에 이동하기에는 다른 야시장보다 쉬운 편이다.
타이베이에는 이곳 외에도 곳곳에서 야시장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는 절 용산사를 둘러싸고 네 개의 야시장이 있고, 시먼딩 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학로처럼 각종 버스킹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야시장도 있다. 각각의 야시장마다 먹거리와 특성이 다른 만큼 그 매력을 비교해보고 특징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이베이시 차원에서 이전부터 같은 야시장 내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야시장이 경쟁 체제를 가지도록 유도했고, 관광객의 반응과 매출 규모 등 다양한 평가 기준으로 시장과 상인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다르게 집행했다.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야시장 환경 미화에 힘쓰고 지나친 가격 경쟁을 지양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잇따랐다. 타이베이 교통부 관광국 쳉 잉 후에이 해외협력과장은 “야시장이 대만과 타이베이의 랜드마크가 된 만큼 앞으로는 야시장 외에도 대표적인 다른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타이베이=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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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베이 야시장 곳곳에서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취두부를 튀기는 모습(왼쪽), 소스를 끼얹어 먹는 대만식 취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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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왼쪽)과 육류 재료들(가운데)을 선택하면 한데 볶아주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꼬지(오른쪽)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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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닝샤 야시장의 명물 멧돼지 소시지 구이(왼쪽), 최근 늘어난 국내 야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징어 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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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텁지근한 날씨에 지쳤다면 망고 빙수가 더위를 식혀준다(왼쪽), 에그 타르트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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