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건디 같은 어두운 색감에
- 깔끔하고 단순한 앞 코
- 과감한 패턴·장식 뒷 굽 포인트

- 모피 블로퍼·벨벳 스니커즈 등
- 계절감 반영한 신발 대세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차림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온이 낮아지니 가을옷이 눈에 들어오고 신발장 속에 넣어 두었던 부츠도 꺼내 먼지를 털게 된다. 올해 가을, 겨울의 멋과 실용성을 책임질 신발을 살펴봤다.

	앵클부츠의 라인 자체는 깔끔하면서 굽에 기하학적 무늬를 넣거나 원통 모양으로 제작하는 등 굽에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이 강세다.

갈수록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다 보니 신발의 굽도 낮아졌다. 하이힐은 아찔함과 육감적인 느낌, 날 선 세련됨이 있지만 반나절만 지나면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불편함도 같이 품고 있다. 하이힐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진지하게 신발을 벗고 걸을까 하는 충동을 겪은 적이 있을 거다. 귀가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벗어 던지면 이제야 살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똑같은 신발을 신게 된다. ‘내 정장엔 이 신발이 가장 어울리니까’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올해는 하이힐의 치명적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이라도 눈을 한 번이라도 돌릴 만한 앵클부츠가 봇물이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벨벳 원단에 주얼리 장식을 과감하게 붙인 스니커즈. 소박한 운동화의 느낌 대신 화려하고 특색있다.

굽은 7㎝를 넘지 않는 미들이나 아예 3~4㎝로 낮은 키튼힐이 대세다. 그 대신에 밋밋할 수 있는 굽에 다양한 장식과 색상을 얹어 개성을 드러낸다. 굽 자체의 모양도 일직선이나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전통적인 모양을 거부한다. 위는 좁고 아래로 갈수록 굵어지거나 굽 자체가 꺾여 있는 것 같은 기하학적인 모양도 보인다.

이런 독특한 형태에 더해 굽에 다양한 색상을 넣어 패치워크로 표현하거나 꽃이나 무늬를 그려내 장식성을 살렸다. 굽에 진주나 주얼리 장식을 부착해 앞모습보다 뒷모습에 더 힘을 준 디자인도 눈에 띈다.

이렇게 포인트가 될 만한 장식이 있는 부츠의 특징은 앞 코나 전체 디자인은 깔끔하고 단정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화려한 장식과 어울려 조화가 된다. 구두 자체의 라인은 단순한데 장식이 과감하게 들어가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스타일이다.

	굽이 아래로 갈수록 굵어지는 독특한 형태에 마블 무늬를 넣은 구두.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박재우 구두 바이어는 “부츠의 소재나 밑창, 굽 등에 장식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트렌드로 벨벳과 자수, 보석을 이용한 포인트도 눈에 띈다”고 유행 경향을 알려줬다.

지난해에 이어 발목 부분에 고무 밴딩 처리를 해 신고 벗는 걸 편하게 한 첼시부츠가 여전히 강세다. 첼시부츠는 롱 스커트나 청바지 등 어디에도 입기 편해 오래 사랑받고 있다. 지퍼가 없이 발목 부분에 엘라스틱 밴드나 니트 등 다른 소재를 덧대 발을 넣고 빼는 게 편하다.

이와는 좀 다르게 부츠 전체 원단을 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해 발에 완전히 밀착되게 하는 스타킹 부츠가 새로운 경향이다. 발의 곡선을 다 드러내서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려주고 가죽보다는 훨씬 가벼워 발의 피로도 덜하다. 발목에 꼭 달라붙으면 전체 다리에서 발목이 가는 것이 강조돼 각선미를 부각할 수 있다.

	앞이 막힌 슬리퍼 형태의 신발인 블로퍼. 가을·겨울 용으로 모피를 내피에 덧대 보온성과 개성을 표현했다.

색상도 어두운 것보다는 튀는 원색으로 발랄함을 더했다. 이는 지난여름부터 이어져 온 복고 무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벨벳과 스웨이드 누벅을 사용한 앵클부츠와 앞에서 끈으로 묶어 고정하게 하는 레이스업 부츠도 인기다.

이 외에도 블로퍼가 봄, 여름에 이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이 막힌 슬리퍼 형식의 신발인 만큼 가을, 겨울에 추워 보이는 단점을 보완해 신발 안을 모피로 장식하는 등 바뀐 계절감을 반영하고 있다.

부츠의 길이도 조금 달라졌다. 앵클부츠보다 발목 부분이 2~3㎝ 더 올라간 미디부츠가 강세다. 미디부츠는 다리의 각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구두 원단으로 트위드 소재를 쓰고 다양한 장식을 넣어 화사하고 깜찍한 느낌을 살린 슬립온.취재협조=세라, 슈콤마보니, 바비, 리치오안나

기존 부츠의 앞 코는 둥근 모양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앞 코를 길게 빼거나 각지게 해 포인트를 주는 상품이 눈에 띈다. 색상은 어두운 그린과 블루, 버건디 와인 등 한 톤 다운된 컬러감의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신세계센텀시티 리치오안나 신미연 매니저는 “모던하고 클래식한 기본형 부츠의 우드 굽에 포인트를 넣어 캐주얼이나 정장 등 다양한 스타일에 신을 수 있는 부츠가 인기”라고 밝혔다.

굽이 높지 않은 부츠도 불편하다면 다양한 색상이 섞여 있어 화려한 느낌을 주는 스니커즈가 답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벨벳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이다. 벨벳은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화려한 색상까지 갖고 있어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소재다. 여기에 글리터(반짝이), 모피, 실크, 파이톤(비단뱀) 가죽 등의 소재에 진주, 크리스털 등의 장식적인 요소를 가미해 운동화의 느낌을 지웠다. 올해는 이렇게 과감한 컬러 매치와 다양한 소재를 섞어 써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스니커즈가 대세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