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채소 넣고 7시간 끓여
- 누린내 없이 투명한 육수 완성

- 양지국밥 짜지 않아 술술
- 육전 푸짐하게 올린 막국수
- 매콤·새콤·달콤 입맛 돋구어
- 수육전골 채소 곁들여 담백

뚝배기에 담겨서 김이 풀풀 나는 뜨거운 국물을 보면 ‘거 참 시원하겠다’고 한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국물을 훌훌 들이켜면서 ‘어~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건 어찌 생각하면 참 우습다. 시원하다는 말은 피부에 닿는 느낌이 체온보다 낮아서 차가운 것을 말하는 건데 우리는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글 때나, 뭉친 근육을 누가 풀어줄 때 시원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생각해보면 시원한 것 같기도 하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나면 뜨거워서 입이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어~’ 소리가 나고 추워서 굳었던 몸이 풀리거나 숙취로 불편했던 속이 가라앉으니 말이다. 뜨끈한 뚝배기에 코를 박고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한 소음을 내고 싶은 소박한 식당을 찾았다.

양지국밥은 고깃국물인지 헷갈릴 정도로 맑게 끓여내 잡내가 없고 깔끔하다.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 이바구 양지국밥(051-467-0847)은 양지국밥과 수육, 육전막국수 등 한 그릇 음식을 내는 소박한 밥집이다. 초량 이바구 길을 걸어 부산의 옛 모습을 돌아보다 들러볼 만하다. 양지탕은 고깃국물이 맞나 싶게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담겨 나온다. 색깔만 보면 아주 맑게 끓인 지리 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건져 먹을 것이 풍성하다. 잘 삶아 얇게 썬 양지, 팽이버섯, 콩나물, 부드러운 당면 등이 뚝배기를 채우고 있다. 양지국밥에는 양지고기만 들어가고 섞어국밥에는 도가니와 힘줄(스지)이 들어간다.

고깃국물답지 않게 투명하지만 감칠맛은 충분하다. 양지와 힘줄은 국내산을 쓰지만 나머지는 호주산이다. 그래서 냉동 밀봉된 고기를 포장을 벗기지 않고 물에 넣어 해동한 뒤 핏물을 빼는 작업을 한다. 이상우 대표는 “필요 없는 기름을 제거하고 그 사이에 있던 핏물까지 제대로 없애야 삶아내거나 끓였을 때 잡내가 안 난다”고 했다. 끓일 때도 솥 곁에 지키고 서서 위로 뜨는 불순물이 포함된 거품을 완전히 걷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깨끗하고 맑은 국물이 만들어진다.

전골 수육은 잘 삶은 양지, 도가니, 힘줄 부위에 배추, 부추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거기다 고깃국물 특유의 누린내가 없는 건 버섯과 단배추, 무 등의 채소가 내는 채수(菜水) 때문이다. 양지, 힘줄, 도가니를 삶아낸 국물에 양파, 대파, 마늘, 통후추, 무 등을 넣어 육수로 만들기까지 총 7시간이 걸린다. 밑 손질에 들이는 정성을 보면 음식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담백하고 그야말로 깔끔한 맛이라 해장에 더할 나위 없다. 간이 세지 않아서 심심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국물 요리에선 식으면 뜨거울 때보다 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양지국밥은 국물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짜지 않아 좋았다. 이 대표는 “국물도 좋지만 우리는 쌀을 단일품종만을 고집해서 밥맛이 좋다는 칭찬도 많이 듣는다”고 자랑했다. 압력밥솥에서 하는 밥이라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퍼 온장고에 오래 보관돼 퍼석해진 밥과는 완전히 식감이 달랐다. 보통의 국밥과 다르게 말아서 나오지 않으므로 깨끗한 국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육전 막국수 물비빔은 비빔 상태에서 육수를 부어 비벼먹게 했다.

계절 메뉴지만 육전을 가늘게 썰어 푸짐하게 올린 육전 막국수도 꼭 맛보기를 권한다. 비빔과 물, 물비빔 세 종류인데 물비빔이 잘 넘어간다. 물비빔은 비빔 양념인 채로 나와서 취향에 맞게 육수를 부어서 먹는다. 국물은 약간만 자작하게 부어서 술술 잘 넘어가게 하는 게 적절하다. 양념의 매콤, 달콤, 새콤함이 아주 조화가 좋다. 여기에 올리는 김도 조미한 김이 아니라 맨 김을 칼로 썰어내 김의 향이 잘 섞여 있고 바스러지지 않았다. 양념 색은 빨갛지만 너무 진하지 않아 더 잘 들어간다. 고명으로 올라간 육전은 쇠고기 우둔살을 사용해 구워낸다. 약간의 밑간만 했기 때문에 면, 양념과 섞였을 때 간이 딱 맞다. 막국수 역시 간이 세지 않아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수육전골에는 배추, 부추, 팽이버섯 등의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 고기는 양지뿐 아니라 힘줄과 도가니가 포함돼 씹는 맛이 다르다. 특히 도가니는 동글동글 모양이 예쁘게 잡힌 것으로 쫀득쫀득한 연골의 씹는 맛이 제대로다. 수육 전골 역시 육수에 고기와 채소가 자작하게 잠겨 있어 끓여가면서 먹는다. 끓일수록 맛이 진해져 술안주나 식사 모두 적합하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