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최민식 선배님과 첫 호흡
- 긴장했지만 따뜻한 인품 인상적
- 작업하며 배우역량 커진 것 같아
- 다음엔 로코물도 도전하고파

1999년 치정멜로 영화 ‘해피엔드’로 충격적인 서사를 보여준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18년 만에 또 한 편의 강렬한 법정 드라마 ‘침묵’(2일 개봉)으로 관객으로 만난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재벌가 회장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랑니’ ‘은교’ ‘4등’ 등 작품마다 강렬한 주제와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정 감독과 임태산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의 앙상블은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 ‘침묵’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 재벌가 딸을 변호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 박신혜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영화 주연 배우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이 두 배우 외에 과거 임태산 딸의 과외 선생님이었던 인연으로 변호를 맡게 된 최희정 변호사 역의 박신혜 또한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연기로 관객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그간 ‘상의원’ ‘뷰티 인사이드’ ‘형’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TV 드라마에서 영화로 활동 영역을 꾸준히 확장한 박신혜는 “‘침묵’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이제 제대로 된 주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침묵’에서 ‘보이는 사실 속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영화 연기의 맛을 제대로 느낀 박신혜와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침묵’은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다시 뭉쳤다고 해서 화제였다. 두 분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인가?

▶정 감독님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분이고, 최민식 선배님은 이름 세 글자가 장르인 분이다. 이 두 분과 어떤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배우로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어떤 장면이 나올지 상상하게 되는데, 기대가 많이 됐다. 그리고 촬영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작업이었다.

-‘침묵’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 장면은 무엇인가?

▶실은 그 반대로 상상이 안 됐다. 최 선배님께서 연기한 임태산 회장과 제가 연기한 최 변호사가 법정에 같이 서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됐다. 선배님은 스크린을 통해서만 많이 뵈었던 분이라 그 기가 얼마나 대단할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뵈니 너무 따뜻하고 후배들을 단번에 감싸 안아주셨다. 촬영 현장에서 선배님만 보면 달려가고 싶었다. 한참 어린 후배로서 선배님께 가서 연기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달라고 졸랐고, 선배님은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많은 선물을 주셨다.

-드라마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한류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영화에서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7번방의 선물’이나 ‘형’에서 비중은 작지만 사건에 도움이 되고, 그 사건에 참여해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을 맡았다. 그리고 ‘상의원’이나 ‘침묵’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박신혜가 영화에도 어울리는 익숙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다.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이 단련돼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아직 모자란 것 같아서 그 역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싶었다. ‘침묵’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는 주연에 욕심 내고 도전하려 한다.

-영화나 TV 드라마에 다양한 변호사가 등장한다. ‘침묵’의 변호사가 지닌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침묵’의 촬영 현장에서 최민식과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박신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임 회장은 최 변호사가 딸의 과외선생이라는 인연이 있어 무죄를 확신할 것이라 생각하고 변호를 맡긴다. 최 변호사 역시 아끼는 동생이자 제자라는 주관적인 신념을 가지고 무죄를 변호한다. 임 회장은 최 변호사가 끝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최 변호사가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했을지에 대해 정 감독님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연기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연기하며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임태산의 딸로 ‘특별시민’에서 최민식 씨의 딸로 등장했고, ‘용순’에서 주연을 맡은 이수경 씨가 출연했다. 신인급 후배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놀라는 순간이 많았다. 낯가림도 많은 친구가 카메라 앞에 서면 돌변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솔직하게 연기하지?’ 했다. 수경이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준 친구다.

-태국 방콕에서도 촬영했다. 방콕 촬영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는가?

▶방콕에서는 열흘 정도 촬영을 했는데 결정적인 장면이어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하루 쉬는 날 짜뚜짝 시장에서 코코넛 껍질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고생했다. 그래서 아쉽게도 최 선배님의 마지막 엔딩 촬영 장면을 보지 못했다.

-앞서 이제 영화 주연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차기작은 정해졌는가?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못했다. ‘침묵’을 촬영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했다. 차기작은 ‘침묵’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나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TV 드라마에서는 많이 해봤지만 영화에서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지 못했다. 또 인간관계의 솔직한 내면을 내비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자극적이지 않고 싱거워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영화를 하고 싶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