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자기 블랙코미디 소동극
- 스토리 좋아 바로 출연 결정
- 현실감 위해 과장·오버 연기
- 세계관 맞는 작품 주로 선택

다양한 역할을 제대로 연기해 ‘하균신(神)’이라는 애칭을 얻고 있는 배우 신하균이 블랙코미디 영화 ‘7호실’(개봉 15일)을 통해 또 한번 색다른 역할에 도전한다.

	영화 ‘7호실’에서 손님이 없는 DVD방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호구 자영업자 두식 역을 맡은 신하균. 쇼박스 제공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7호실’은 파리만 날리는 DVD방을 팔려는 사장 두식(신하균)과 학자금 빚을 갚기 위해 마약을 DVD방 7호실에 감춘 알바생 태정(도경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두식은 조선족 알바생 한욱(김동영)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자 엉겁결에 시체를 7호실에 감추면서 태정과 얽히고설킨 관계가 된다.

좁은 공간인 DVD방을 배경으로 자영업자의 비애, 청년실업과 이주노동자 문제를 코믹 터치로 그린 ‘7호실’에서 신하균은 욱하는 성격과 속물근성을 지녔지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리얼한 자영업자의 모습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그는 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이제는 어엿한 배우인 태정 도경수와 호흡을 맞춰 100분간의 ‘웃픈’ 코미디를 이끄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어느덧 20년차 배우의 연륜과 경험이 쌓여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신하균에게서 ‘7호실’에 관해 들었다.

-‘7호실’은 소품 같지만 그 안에 담은 내용은 생각해볼 점이 많은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이용승 감독의 전작인 ‘10분’을 봤는데 디테일한 연출이 좋았다.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진중하고 내용도 좋았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7호실’은 DVD방 세트를 만들어 놓고 연극 무대에 올려도 좋을 영화다. 이런 아기자기한 소동극은 오랜만에 만났다.

-전 재산을 털어 DVD방을 차린 두식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바로 욱하고 만다. 신하균의 평소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인물인데,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저는 화나는 일이 있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 혼자 술 한 잔 하면서 삭이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현하진 않는다. 두식처럼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재미있다. 두식은 욱하는 성격도 있지만 마음의 바탕엔 여린 면도 있어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끔 익살스럽고 ‘오버하는’ 장면도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는 가운데 절실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을 연기하고자 했다.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은 조금 더 과장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DVD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답답할 수 있었을 텐데.

	DVD방 사장 두식과 알바생 태정이 비밀을 감춘 7호실을 두고 격돌하는 블랙코미디 영화 ‘7호실’. 쇼박스 제공

▶실제로 그랬다. DVD방 실내 세트에서 2주 넘게 촬영을 했는데,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그 안에서도 동선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DVD방 내부에서 도경수와 막싸움 같은 액션이 꽤 길게 이어진다. 좁은 공간이라 부상의 위험이 더 컸을 것 같다.

▶좁은 공간이라 테이블이나 벽 모서리에 부딪쳐서 다칠 수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합을 맞추는 멋진 액션이 아니고 몸싸움처럼 진행되는 액션이라 서로 동선만 맞추고 촬영에 들어갔다. DVD 케이스나 정수기통, 방향제 등 소품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손에 잡히는 것을 마구 던졌는데, 다행히 다칠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경수를 업은 채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잘못하면 허리를 다칠 수 있어서 와이어를 사용했다.

-도경수와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엑소 멤버라는 사실은 알았나.

▶솔직히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은 못 봤고 연기 잘하고 성실한 유망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 만남에서 눈이 너무 좋았다. 우리 영화를 보면 도경수의 순수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늘진 눈이 보일 것이다. 말을 많이 안하는 진중한 친구인데, 그 모습을 보면 영화 속 태정의 모습이 보였다.

-개성 있고 독특한 느낌의 영화에 자주 출연한다. 그 이유가 있는가.

▶관객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영화가 제작됐으면 한다. 또 그런 시장이 형성됐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도 독특하고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출연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아끼는 작품은 무엇인가.

▶최근작이 가장 애착이 간다. 그리고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영화는 어린 나이에 했던 어려운 역할이라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시대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제가 공감을 하는 이야기와 인물이어야 하고, 저의 세계관과 맞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면 좋을 것 같다. 영화적 재미도 있으면 좋고 조금이라도 새로움이 있었으면 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