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상자 안에 작은 식물 재배
- 돌 표면의 예쁜 무늬 살려 배치
- 비단이끼 깔아주면 장엄한 산세
- 4개월에 한 번 물주고 LED조명

- 작은 동물 키우는 비바리움도
- 습지처럼 꾸며 개구리 등 사육

‘작은 유리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더 실제같이 꾸밀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테라리움에 빠진 이들이 그 매력에 대해 하는 말이다. 테라리움은 밀폐된 유리그릇 또는 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테라리움은 정육면체인 큐브 형태다. 천장이 둥근 형태인 작은 돔이나 위를 잘라낸 구 형태도 있다. 이런 테라리움의 매력에 관한 이야기를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디렉팅 아쿠아 유토의 안창호 대표에게서 들었다.

테라리움 속 돌과 이끼가 빚어내는 풍경이 진짜 산 못지 않다.

테라리움에는 동물은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이끼와 돌, 모래, 자갈 등이 풍경을 이룬다. 20㎝ 또는 25㎝ 큐브를 가장 많이 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작은 공간이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안창호 대표는 “테라리움 안에 돌과 이끼를 배치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원근감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좁은 공간도 넓어 보이고 그 자체로 산 하나를 큐브 안에 넣어 두는 것 같은 느낌이 산다고 했다.

디렉팅 아쿠아 유토의 안창호 대표가 테라리움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가장 선호하는 재료로 석재를 꼽았다. “돌에도 얼굴이 있는데 그 예쁜 얼굴을 찾아내 줘야 한다. 고객이 수조 안의 레이아웃을 고민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조언이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곳에 두는 주인공 돌의 가장 예쁜 얼굴을 찾아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테라리움 속 돌을 들여다보니 돌이 가진 결이나 무늬, 표면의 거침과 긁힘 등이 아주 다양했다. 이렇게 메인이 될 돌을 정하고 나면 아래는 낮고 위는 높아지도록 모래와 자갈을 채워 큐브 공간 속에 깊이감을 준다. 녹색을 담당할 이끼는 잘 자라고 관리가 쉬운 비단이끼를 주로 쓴다. V자 협곡의 형태를 구성하면 자연히 원근감도 생기고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산처럼 보인다.

유지가 손쉬운 것도 인기가 높은 이유다. 4개월에 한 번 정도 종이컵 하나에 수돗물을 채워서 테라리움 뒤쪽에 조심스럽게 부어준다. 그러면 속에서 저절로 습도 조절이 된다. 큐브 위에 붙은 LED 조명은 말하자면 인공 태양의 역할을 하는 거라 밤에는 꺼줘야 한다. 시간을 맞춰서 하기가 귀찮다면 조명에 타이머를 설치해 시간에 맞춰 저절로 켜지고 꺼지도록 할 수도 있다.

테라리움은 큐브 외에 돔 형태도 있다.

이곳의 테라리움은 천장 부분에 가로로 좁고 길게 구멍을 냈다. 큐브가 밀폐되면 김이 서려서 밖에서 풍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안 대표가 낸 묘안이다. 그는 “수족관이나 테라리움의 레이아웃을 짤 때 돌을 재료로 많이 쓰려고 한다. 각도를 달리하면 돌은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고 테라리움 속의 세상을 무릉도원처럼 만들어 주는 마법이 있다”고 했다.

테라리움과 좀 다르게 비바리움엔 동물이 산다.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 특정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을 작은 규모로 만들어 작은 생태계처럼 보이게 한다. 안 대표가 소개한 비바리움 속엔 개나리색보다 더 밝고 진한 노란색의 개구리 두 마리와 코발트블루에 점이 있는 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색상이 너무 원색이고 화려해 인공의 피규어인 줄만 알았다. 이런 큐브 안에는 천장과 벽에 붙이는 흙을 설치해 그 위에 식물이나 이끼가 자라게 한다. 바닥엔 물이 있는 습지처럼 조성한다.

노란색 다트 프로그가 비바리움 안에서 쉬고 있다.

안 대표는 “이 개구리들은 ‘다트 프로그’라고 하는 종류다. 아마존 인디오들이 이 개구리의 독을 화살촉에 발라서 사용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하지만 비바리움 속의 개구리들에겐 독이 없다. 남미나 정글에서 흰개미 등의 곤충을 먹으면 몸속에 그 곤충의 독 성분이 쌓이지만 여기선 초파리를 먹이로 공급하기 때문에 독이 없다. 비바리움 아래 서랍장을 열자 원통 안에 초파리가 잔뜩 있었다. 개구리는 살아 움직이는 먹이만 먹기 때문에 초파리를 키워서 공급해줘야 한다. 그것 외에는 하루에 한 번 물뿌리개로 수분을 더해주는 것 외에 크게 손이 갈 일이 없다.

디렉팅 아쿠아 유토에선 수족관을 꾸밀 수 있는 유목, 돌, 수초 등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목은 맹그로브 유목이나 가지(브런치) 유목 등을 주로 쓴다. 이 유목에 이끼나 수초가 자라도록 활착시켜 수조에 넣어준다. 유목을 안정적으로 가라앉히려면 돌과 결합하는 방법도 좋다. 그러면 원하는 자리에 놓고 물을 부어도 이동하지 않아 원하는 대로 수조 레이아웃을 완성할 수 있다.

유목과 이끼, 수초를 이용해 수조 안이 마치 해저의 숲 같은 느낌을 준다.

안 대표는 “수조 속 레이아웃은 안에서 살아갈 물고기의 생태에 맞춰야 한다. 모래를 파고드는 개체라면 공들여 유목과 돌을 고정해도 소용이 없다. 보기에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개체의 생태에 잘 어울리게 수족관 내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