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르트 위 토마토 신선한 조합
- 말캉한 과육의 상큼 달달함과
- 고소하고 단단한 반죽 어울려

- 졸인 사과 위 소보로 솔솔뿌린
- 애플 크럼블 타르트도 인기
- 속껍질까지 벗겨 쓴 맛 잡은
- 정성 가득 호두 타르트도

여자들끼리 맛있는 디저트를 놓고 하는 말이 있다. “밥 배, 디저트 배는 당연히 따로 있지. 디저트로 뭐 먹을까.” 이미 식사로 ‘배불러 죽겠다’면서도 디저트를 챙긴다. 그만큼 디저트는 어느새 식사의 마무리 단계로 자리 잡았다. 디저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타르트를 색다르게 내놓는 곳을 찾았다.

미야 타르트 시그니처 메뉴‘토마토 타르트’

부산 해운대구 우동 ‘미야 타르트(010-9106-4119)’는 타르트만 다루는 전문점이다. 디저트로 케이크나 쿠키 등을 쉽게 떠올리지만 디저트의 끝판왕이라 꼽히는 것은 타르트다. 타르트를 만드는 과정에 케이크, 빵, 과자 등 베이커리와 파티셰리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해서다. 타르트를 제대로 만들 수 있으면 어떤 디저트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야의 시그니처 메뉴는 토마토 타르트와 애플 크럼블 타르트다. 토마토 타르트는 동그란 체리 토마토가 빼곡하게 올라가 있어 모양과 색이 아주 예쁘다. 하지만 ‘달콤한 디저트인 타르트에 토마토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토마토는 리코펜이 풍부해 항노화 식재료로 유명하다. 치즈와 곁들여 샐러드로 먹거나 설탕이나 꿀을 조금 더해 먹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토마토는 식사 메뉴에 어울리는 재료지 디저트용이라기에는 좀 어색하다. 박경미 대표는 “가게를 기획하면서부터 우리 가게만의 시그니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마음먹어서 다른 곳에선 없는 타르트를 개발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 결과가 체리 토마토를 올린 토마토 타르트다.

타르트 위에 다양한 과일을 토핑해 취향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 위에서부터 애플 크럼블 타르트, 자몽 타르트, 호두 타르트, 토마토 타르트.

매일 농산물시장에서 품질이 좋은 체리 토마토를 사 온 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다. 토마토 껍질은 질겨서 디저트의 식감과는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유기농 설탕,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을 넣어 끓인 시럽에 한두 시간 절여둔다. 토마토의 껍질이 벗겨지면 과육엔 시럽이 아주 잘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토마토 특유의 비린내와 아린 맛, 자극적인 잡내가 제거된다. 타르트에서 토마토만 먹어보면 과육은 말캉하게 씹히며 달콤하고 속에서부터 새콤하게 터져 나오는 식감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니 단단하고 고소한 타르트 반죽 위에 바른 크림치즈와 같이 먹으면 더욱 어울린다. 크림치즈에 생크림과 레몬즙이 들어가 상큼함을 더했다. 프랑스산 버터를 사용한 타르트 반죽의 고소함에 산미와 부드러움을 갖춘 치즈, 새콤달콤한 토마토가 어우러져 많이 달지 않지만 디저트로서의 특징은 다 갖춘 타르트가 완성된다. 한 조각을 다 먹을 때까지 전혀 질리지 않는다.

또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는 애플 크럼블 타르트. 맨 위에 소보로가 보슬보슬하게 얹혀 있고 그 아래에 맛이 제대로 농축된 사과가 깔렸다. 주사위 모양으로 깍둑썰기한 사과를 프랑스산 버터에 볶아서 버터는 걸러내고 사과만 졸여냈다. 정육면체로 부피가 있던 사과 과육이 부피가 완전히 졸아들어 마치 볶은 양파같이 숨이 죽었다. 그런데 사과의 새콤달콤한 맛은 더 진해지고 과육이 살캉거리며 씹힌다. 박 대표는 “사과를 너무 오래 졸이면 완전히 죽처럼 돼서 과육의 씹히는 맛을 즐길 수 없다. 적절한 시간을 지키고 서서 타지 않게 졸여 내면 이런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과의 단맛을 받쳐주는 것은 약간의 소금이 들어간 소보로 가루다. 단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짠맛이 받쳐줘야 한다. 겨울의 대표적인 간식거리 단팥죽에도 적당량의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설탕을 부어도 제대로 단맛이 나지 않는다. 약간의 짠맛이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혀를 도와준다.

다른 곳에서도 흔하게 찾아보는 타르트 종류지만 이곳만의 정성이 더해진 것이 호두 타르트다. 호두는 딱딱한 껍데기를 부수고 나면 알맹이가 속껍질에 싸여 있다. 이 속껍질이 쓰고 아린 맛을 내서 제거하는 게 좋지만 이 공정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박 대표는 “혼수용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호두를 물에 불려 일일이 이쑤시개로 속껍질을 다 벗기는 것을 봤다. 그래서 제대로 된 호두 손질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결과 호두는 고소하기만 하고 뒷맛에 쓰거나 아린 잡맛이 나지 않아 좋았다. 호두는 아주 숙련된 사람이라도 속껍질을 까려면 1시간에 100g 정도가 한계다. 한 판에 300g의 호두가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밑 손질부터 굉장한 정성이 들어간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