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일본요리 맛볼 수 있어
- 연말모임 갖기 좋은 선술집
- 크림 같은 아귀 간에 입맛 돌고
- 방어·도미 등 제철회 부드러워
- 직접 만든 교자 정성 가득한 맛

	회가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리아와세. 고소한 방어와 도미, 갈치 등 계절에 맞춰 달리 구성된다.

연말인데 얼굴 한번 보자는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서로 생활에 바빠 자주 못 보던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니 평소보단 조금 특별하게 즐겨보고 싶다. 하지만 다들 연말이라고 주머니 사정이 갑자기 나아질 리가 없으니 가성비 좋은 이자카야가 답이 될 수 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갓포현(051-804-7757)’은 제철 요리를 주로 내는 이자카야다. 현영길 대표는 “가게에서 내는 요리는 다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낸다. 시판 음식을 사다 내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자카야라면 가벼운 선술집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공들여 만든 다양한 일본 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다.

제일 먼저 맛본 것은 배따라즈께다. 배따라즈께는 일본식 무 절임이다. 음식점에서 밑반찬부터 언급하는 게 이상할 수 있겠지만 잘 만든 배따라즈께를 내는 집이라면 요리 솜씨를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배따라즈께는 소금에 하루, 설탕에 하루씩 통틀어 이틀을 절인 뒤 죽밥에 무를 넣어 발효시킨다. 이때 밥에 다시마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수분이 빠져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아지는 데다 무의 매운맛은 완전히 사라지고 새콤, 달콤, 짭짤한 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완성되기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 밑반찬으로 몇 점 나오는 배따라즈께를 이렇게 공들여서 만든다면 주요리에 쏟는 정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밑간을 해 찐 아귀 간. 옅은 분홍색의 동그란 아귀 간은 크림처럼 부드럽다.

현 대표가 “우리 집 대표 선수 중 하나”라며 내놓은 것은 아귀 간 찜(안키모)이다. 아귀의 간은 푸아그라만큼이나 진미로 통한다. 생아귀를 통으로 사서 직접 장만하거나 단골집에서 따로 받아오는 생아귀 간을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서 피를 뺀 뒤 우유에 1시간 동안 담가둔다. 이렇게 잡내를 제거하고 밑간만 해서 랩으로 싸고 쿠킹포일로 한 번 더 싸서 쪄낸다. 아귀 간이 동그란 모양으로 바뀌고 속이 옅은 분홍색을 띤다. 현 대표는 “아귀 간이 신선할 때만 이렇게 분홍색이 난다”고 설명했다. 입속에 통째로 넣으니 그야말로 크림으로 변했다. 비린내나 잡내는 전혀 없이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감탄사만 나왔다. 나중에 초밥으로도 맛봤지만 아귀 간 찜이 더 입에 맞았다.

	연두부처럼 생긴 모찌리도후는 생크림과 우유에 젤라틴·레몬이 더해졌다.

이어 나온 모찌리도후는 그야말로 취향 저격. 보기엔 연두부 같았지만 젓가락을 넣어 잘라보니 두부의 질감보다는 훨씬 치밀했다. 치즈가 들어간 거냐고 물었더니 생크림과 우유를 끓인 뒤 젤라틴과 레몬을 넣어 굳혔다는 답이 돌아왔다. 거기에 약간의 고추냉이와 유자청이 들어가니 고소하고 향긋해 입맛을 돋우는 데 완벽한 조합이었다.

회가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사시미 모리아와세부터 맛봤다. 계절에 맞게 구성이 달라진다. 이날의 베스트는 한창 기름이 오른 방어 뱃살. 자른 단면에 기름이 자르르하고 윤이 났다. 생고추냉이를 약간 바르고 간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가득하다. 입안의 온도가 높으니 방어의 기름이 녹아 나오면서 부드러움도 더해진다.

도미와 갈치, 삼치 타다끼, 연어, 생참치로 구성된 사시미는 모두 잘 손질돼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비려서 잘 먹지 않던 갈치회도 맛있게 먹었다. 현 대표는 “갈치를 씻고 밑 손질을 할 때 얼음을 가득 넣고 그 위에 레몬을 짜 넣는다. 그러면 비린내가 사라진다”고 했다. 갈치는 거제도에서 낚시로 잡은 갈치를 썼다.

	식사류 중 인기 있는 교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부산에선 앙장구라고도 부르는 말똥성게의 내장, 우니도 맛봤다. 이곳에선 우니를 작은 숟가락 위에 소복이 올리고 채 썬 오이를 지리초에 찍어 함께 먹도록 한다. 지리초는 간장, 식초, 다시마를 끓인 육수, 가쓰오부시 등을 넣고 숙성한 식초로 맛이 연하고 부드럽게 시다. 녹진하고 아릿하면서 고소해 크림 같은 우니에 상큼한 오이와 식초 맛이 더해지니 자꾸 손이 갔다. 여기에 갓포현의 하우스 사케인 ‘현’을 곁들이니 아주 잘 어울렸다. 하우스 사케 현은 준마이급으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갓포현에선 식사류 중 교자가 인기다. 직접 만든 교자는 속이 꽉 차 있었다. 일본에서 맛본 것처럼 바깥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간장을 곁들이면 한 접시가 금방 사라졌다. 큼직한 모시조개가 들어간 된장국은 시원하고 깔끔했다. 된장의 텁텁함을 어떻게 잡았나 궁금했다. 현 대표는 “된장에 다시마를 넣어 발효하면 미소 된장 특유의 텁텁함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정성의 차이가 맛을 달리한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