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전쟁 막는 북한 정예요원 역할
- 양우석 감독과 작업 부담 없지만
- 대구촬영 때 박사모 방해 받기도
- 동갑내기 곽도원과는 호흡 척척

한 주 차이를 두고 차례로 개봉하는 12월 한국영화 기대작 삼총사(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 중 ‘강철비’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철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언급할 때 항상 떠올려지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이 만난 영화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라는 가상의 상황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제작 때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11일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슷한 내용이 많아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영화 ‘강철비’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후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정우성. NEW 제공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후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핵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 작전을 펼치는 첩보 액션 영화다. 정우성은 북한 체제에 충성하지만 핵전쟁으로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죽음과 남북의 공멸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거는 엄철우 역을 맡아 곽철우 역의 곽도원과 ‘아수라’에 이어 또 한번 멋진 브로맨스 호흡을 보여준다.

최근 ‘아수라’ ‘더 킹’에 이어 ‘강철비’까지 사회성 짙은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이 시대의 부조리를 들춰내고, 자신의 생각을 관객에게 전하고 있는 정우성.그를 만나 ‘강철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2월 극장가가 뜨거워지고 있다. ‘신과함께-죄와 벌’에 출연하는 이정재 씨는 절친이자 함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고, ‘신과함께-죄와 벌’, ‘1987’에 동시에 출연하는 하정우는 같은 소속사다. 함께 경쟁하는 소감은.

▶서로 경쟁도 하고 격려도 한다. 다행히 세 편의 영화가 같은 소재나 장르의 영화가 아니라서 관객들에게 주는 재미와 이슈가 다르다. 각 영화가 충분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변호인’과 정우성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상징한다. 그와 작업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면에서는 무모하리만치 무신경했다. 영화에 출연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런 것은 신경을 안 쓴다. 그러다 보니 촬영 기간 중에 문득 “둘 다 블랙리스트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제작 과정에서 어떤 압박은 없었나?

▶압박이라기보다는, 대구에서 촬영할 때다. 촬영기간 동안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가 촬영장 앞에 집회신고를 했다고 하더라. 첫 촬영 날에는 제가 없었는데, 박사모가 “양우석 나와, 정우성 나와”라고 하면서 촬영을 방해했다고 들었다. 둘째날은 제 촬영이 있어 내려갔는데, 그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이 있었다. 박사모가 다들 상경해서 촬영을 편하게 했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가 핵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 작전을 펼치는 첩보 액션 영화 ‘강철비’. NEW 제공

-‘강철비’는 첩보 액션 영화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다. 스포일러지만 예를 들어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바뀌는 정권 이양기의 두 대통령이 등장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며 한반도 주변 열강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의 반을 남한에게 주면서 평화를 유지한다는 결말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영화가 제시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영화는 이렇게 끝나지만 우리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성향을 지닌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성향이 다른 두 대통령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입장을 보여주는 대사를 보면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각자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북한 요원이 남한에 온다는 설정은 최근 ‘공조’, ‘브이아이피’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또 북한 요원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영화에서 북측 인물은 북한 체제 안에서 당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엄철우 캐릭터는 큰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보인다. 당에 대한 충성심은 살얼음처럼 얄팍해서 깨지고, 한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가족애나 개인적 고민이 더 강하게 발현돼 행동한다. 북한 체제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주민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귀순한 북한 병사도 소녀시대 팬이라고 했다던데, 주체사상이나 정치적 이념은 한 개인의 욕구를 이겨낼 수 없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은 곽도원과의 호흡이 돋보였다.

▶곽도원과 ‘아수라’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신뢰가 생겼다. ‘아수라’ 이후 공백이 길어졌으면 그냥 개인 대 개인으로 남을 텐데 적절한 타이밍에 ‘강철비’로 만나서 신뢰가 상승됐고 빛을 발한 것 같다. 곽도원과 동갑인데, 친구이자 동료로서 아끼는 마음이 서로 크다. 그런 개인적인 감정도 연기에 잘 묻어났다.

-실제 북한 사람처럼 사투리를 한다는 평을 들었다. 사투리 연습은 어떻게 했는가.

▶사투리 선생님도 있었지만 완벽한 평양 남성의 톤을 알려고 평양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녹음해서 계속해서 들었다. 현장에서는 계속 평양 사투리를 썼다.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날래 보라우(웃음).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