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한 SPA 상품에 밀려
- 국내선 고전했던 수입상품
- 타미힐피거·라코스테 등
- 지난해보다 매출 배 늘어
- 출근룩으로 정장 대신 선호
- 중장년층 사이서 특히 열풍
- 전체 구매금액 58% 차지

1978년에 태어난 김복고 씨는 최근 백화점 정장 매장보다는 캐주얼 매장을 기웃거린다. 정장만 입어야 했던 회사 분위기가 최근 바뀌어 캐주얼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유행하는 SPA 브랜드 보다는 가격이 비싼 ‘폴로’ ‘빈폴’ 등에 눈길이 간다. 김 씨는 “SPA 브랜드처럼 왼쪽 가슴에 상표가 없는 옷은 뭔가 어색하다. 싸구려 옷을 입었다는 느낌도 있어 회사에 입고 출근하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가격이 비싸도 고가 캐주얼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4층 타미힐피거 매장에서 남성 고객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고가의 전통 캐주얼 브랜드를 찾는 40·50대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폴로, 빈폴, 타미힐피거, 헤지스, 라코스테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SPA브랜드나 정장에 밀려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겪었던 전통 캐주얼 패션 브랜드들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40, 50대 중장년층 남성 사이에서 자신을 가꾸는 이른바 ‘욜로(yolo)’ ‘그루밍(glooming)’ 문화가 확산하고, 출근하면서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1일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의 지난 2~21일 정기세일 기간 캐주얼 상품군 판매 매출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정기세일 기간에 비해 26.6% 늘었다. 특히 타미힐피거, 라코스테, 헤지스 등 일부 브랜드는 무려 2배 넘게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승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0~12월 부산지역 같은 상품군 판매 매출을 보면 전년도 같은 기관과 비교해 8.1%까지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면서 그 상승세가 대폭 커졌다.

이 같은 전설의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은 1960·70년대에 출생한 이들이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지난해 전통 캐주얼 패션 브랜드 구매 고객을 연령대별로 살펴본 결과 40, 50대 구매 금액이 전체 금액의 58%를 차지했다. 전년도와 비교해도 12% 이상 늘었다.

최근 패션가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도 한몫을 했다. 타미힐피거는 1990년대 유행했던 자사 상표 로고를 크게 돋보이게 한 디자인의 한정판을 내놓자마자 모두 팔렸다. 패션가는 중장년층이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전통 브랜드를 다시 찾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남성 전통 캐주얼 브랜드는 올겨울 전국을 강타한 맹추위로 니트 카디건과 같은 방한 패션 아이템을 찾는 수요에 대비해 이러한 아이템을 주력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낸 점도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안희목 바이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폴로, 타미힐피거 등 수입 캐주얼 브랜드들이 한국의 기후와 패션 트렌드에 대해 예전보다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에 맞는 국내 소비자들만을 위한 디자인, 소재 등을 활용한 아이템 강화해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