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해체 직전 멤버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명곡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택배기사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권력에 의해 개인의 삶이 완벽하게 조작되는 가운데, 학창시절 밴드를 하며 우정을 나눴던 친구들과의 우정이 잘 어우러진다. 강동원은 영문도 모른 채 암살범으로 쫓기다가 용기를 내어 권력에 반격을 시도하는 건우 역을 맡아 완벽한 원톱 주연의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마스터’ ‘1987’ ‘골든슬럼버’까지 연기의 폭을 한층 넓히며 ‘원조 꽃미남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 변모하고 있는 강동원과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골든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직접 영화화하자고 제안했다. 생각한 대로 영화가 나왔는가?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원작 소설에서는 개인이 결국 권력에 굴복하기 때문에 마음 아프게 끝난다. 하지만 영화는 그와 다르게 관객들이 (건우의 반격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는데 그 점은 성공한 것 같다. 물론 도주극을 다이내믹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제작비 문제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원래 할리우드가 판권을 사가려고 한 것을 우리가 사온 것인데 미국에서 찍었으면 얼마나 스펙터클했겠는가. 그런 지점은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도주극답게 처음부터 굉장히 많이 뛰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제일 많이 뛴 것 같다. 육상 선수 역은 아직 하지 않아서(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뛰니까 촬영장에 가면 “또 뛰어?” 했다. 제일 힘든 곳은 하천 배수로를 뛸 때였다. 죽은 쥐가 내려오는 실제 배수로에서 뛰었는데, 냄새도 심하고 물이 튀니까 너무 힘들었다.

-또한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이자 대로인 광화문과 신촌 오거리 등지에서 차를 막고 촬영했다. 색다른 느낌이었겠다.

▶대로를 막고 촬영했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요일 아침에 광화문에서 찍었는데,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양쪽에서 열릴 때였다. 그 중간에서 촬영을 하는데, 묘했다.

-‘1987’에 이어 이번에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1987’은 작은 분량이었지만 실제 사건이라 눈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왔다. ‘골든슬럼버’는 친구들 중 김대명(장동규 역)이 “내 친구 살아 있다”고 외치는 장면에서 뭉클했다. 눈물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가 보다. ‘내 영화 보면서 눈물 흘리는 것이 좀 그런가’ 싶어서 쓱쓱 닦기도 했다.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나보다. 영화 속에서는 학창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이 건우를 계속해서 믿어주기 때문에 우정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대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 친구들과 우여곡절도 있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났다.

-‘골든슬럼버’에서 음악은 중요하게 사용된다. 영화 제목인 ‘골든슬럼버’는 비틀즈의 히트곡이고,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의 음악이 흐른다.

▶고등학교 때는 방송반이었는데, 당시 (신해철이 리더였던) 그룹 넥스트의 음악을 엄청 많이 틀었었다. 신해철 선배님의 아내 분과 만났었는데, 제가 “넥스트의 광팬이었다. 특히 ‘디 오션’을 무척 좋아했다”고 하자 “‘디 오션’을 어떻게 아냐. 진짜 팬이었네” 하시면서 선배님도 저를 좋아했다며 “살아계셨을 때 만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말씀도 하셨다. ‘골든슬럼버’는 영화를 하면서 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건우는 정의롭고 성실하게 사는 평범한 택배기사다.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 있는가?

▶저도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착하게 살려고 한다. 데뷔 때 좌우명이 ‘남한테 상처주면서 살지 말자’였다. 손해를 봐도 정의롭게 살려고 한다. 그런 지점이 비슷한 것 같다. 한 번 정 줬던 사람과 멀어질 때 마음 아파하는 지점도 비슷했다. 

-‘1987’와 ‘골든슬럼버’는 부정한 권력에 저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영화가 기획되지만 ‘1987’은 우리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는데 한 번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기획됐다고 생각한다. 1987년 민주항쟁 30주년에 맞춰서 개봉하자는 것도 있었다. 정치적인 영화라고 하지만 30대 후반의 국민으로서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왜 정치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정치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골든슬럼버’는 사회적·정치적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불의와 그에 맞서는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갈수록 지식들이 쌓여 가고 공부하면서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균형감도 생기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명확해진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영화가 지닌 의미나 메시지를 많이 생각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