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대표 예술영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연기의 교과서로 알려진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뒤틀린 사랑의 아픔을 그린 ‘팬텀 스레드’로 뭉쳤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두 거장이 그려낸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팬텀 스레드’. UPI 제공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종업원 알마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의 뮤즈이자 연인이 된 알마는 레이놀즈의 의상실 겸 집에서 함께 산다. 사랑의 기쁨도 잠시, 자신만의 규칙 속에서 드레스만을 생각하며 사는 레이놀즈에게 온전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알마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규칙적인 삶 속에 사랑마저도 가둬버린 완벽주의자 레이놀즈와 극단의 선택을 해서라도 규칙을 깨뜨리고 진정한 사랑을 얻으려는 알마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야 살아갈 수 있는 기묘한 동거인이다. 그래서 규칙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과 사랑을 원하는 알마는 독버섯 요리로 레이놀즈를 병들게 하고,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든다. 이에 알마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이 만든 규칙을 스스로 깨지 못하는 레이놀즈는 결국 독버섯 요리임을 알면서 먹는다. 독버섯 요리를 먹을 때 미묘하게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은 가슴 시리게 다가오고, 특히 미소를 짓는 레이놀즈를 보면 연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화려한 드레스와 고급스러운 의상실 우드콕과 이에 어울리는 음악은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여기에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완벽한 연기와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었음이 느껴지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미장센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치명적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을 담은 ‘팬텀 스레드’는 두 거장이 열정으로 빚어낸 영국 명품 도자기 같은 품격이 느껴진다. 개봉 8일.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