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 등 수많은 영화제를 휩쓸고, 지난 5일 열린 아카데미에서도 6개 부문 7개 후보에 올라 남우조연상(샘 록웰)을 수상한 ‘쓰리 빌보드’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그리스 희극 같은 인간의 다양한 본성이 깃들어 있는 이 영화는 블랙 유머가 섞인 독특한 범죄 드라마영화다.

‘쓰리 빌보드’.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살인 사건에 관한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어머니 밀드레드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실어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가 세간의 주목을 끌며 마을의 존경 받는 경찰서장 월러비와 경찰관 딕슨은 믿을 수 없는 경찰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월러비가 자살하고, 딕슨은 해고당하면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간다.

‘쓰리 빌보드’가 호평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일반 상업영화의 룰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딸을 잃은 어머니는 선이고,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은 악처럼 그려지지만 ‘쓰리 빌보드’의 인물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 어머니는 딸의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경찰서에 불을 지를 정도로 맹목적인 인물이고, 월러비 서장은 미안함과 예의를 아는 인격체이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인 딕슨 경관은 감정조절을 못하지만 불의의 화상을 입은 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정의감도 있는 인물이다.

또한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도 흥미롭다. 밀드레드의 광고로 촉발된 사건은 계속해서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반전 같은 끝맺음으로 이어진다. 인물들의 성격이 사건과 연동되면서 변화하는 것도 ‘쓰리 빌보드’를 보는 재미다.

‘쓰리 빌보드’는 각종 연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의 인생 연기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마틴 맥도나 감독의 창작력에 박수가 저절로 나는 영화다. 개봉 15일.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