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 이상 짖거나 으르렁거릴 땐
- 입 주변을 붕대로 감아주면 완화

- 목 아래 가슴 돌려묶는 쿼터 랩
- 보호받는 느낌 줘 불안해소 효과
- 하프 랩 소화불량·변비 완화 도움

- 아난티 타운 하울팟서 세미나
- 개주인·반려견 함께 수업듣고 실습

이젠 ‘반려견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게 식상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반려견을 정성 들여 돌보면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며 눈총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들이 자신의 가족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노력한다는 데 나쁜 시선이 필요할까. 최근 아난티 타운 하울팟에서 반려견을 위한 마사지와 밴딩 요법을 알려주는 세미나가 열렸다.

	쿠 강사가 몰티즈 종인 모모를 모델로 귀 주변 긴장을 풀어주는 보닛 감기를 한 뒤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반려견 마사지 테라피스트인 마커스 쿠 씨가 맡았다. 그에게 한국에선 어려서 말썽도 많이 부리고 아주 활동적인 강아지를 어린이에 비유해 ‘개린이’라고 부른다고 하자 그는 “타이완에선 라디오 방송이나 공중파 TV 방송에서도 자신의 반려견을 언급할 때 마오하이(毛孩:털이 있는 아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개린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며 재미있어했다.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마사지 수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실습도 할 수 있어 세션마다 참가자가 꽉 차 있었다. 이 세미나에는 몰티즈 3마리와 퍼그 1마리, 꼬똥 드 뚤레아까지 총 5마리와 견주가 참석했다. 수업의 시작은 개의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배와 앞 다리를 마사지 할 때는 반려견의 등을 견주의 배 쪽에 대고 기대게 하면 편안하다.

가벼운 소개 후 참가자들에게 압박붕대를 나눠 주며 ‘붕대 감기’에 대해 알려줬다. 영어로는 ‘보디 어웨어니스 랩(Body Awareness Wraps)’이라고 하는데 강아지의 특정 신체 부분을 붕대로 가볍게 감싸주면 스스로 자기 자세가 이상한 것을 깨달아서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마사지 수업에 참여한 반려견 중에 몰티즈 모모(3살·암컷 중성화 완료)는 견주의 지시에 얼마나 잘 따르고 의젓한지 참으로 놀라울 정도였다. 모모의 견주인 정정화(45·서울 관악구) 씨는 “모모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는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제 맘대로였다. 다리도 4개 모두 균형이 맞지 않아 걷는 게 몹시 부자연스러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정 씨는 그래서 펫 피트니스와 장애물 이용 활동인 어질리티를 하고 마사지도 배워서 해주고 훈련을 시켜서 지금처럼 의젓해졌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주둥이 쪽에 붕대를 감는 시연은 하울팟의 모델견인 시추 행복이가 하는 대신 모모가 나섰다. 태어나 처음 받아 보는 붕대 감기였지만 모모는 얌전히 쿠 강사에게 몸을 맡겼다.

쿠 강사는 “입 주변을 한 번 돌려 감는 이 붕대 감기는 필요 이상으로 짖거나 으르렁거리는 반려견의 턱과 입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꼬리 아래를 감는 데비 랩(왼쪽)은 꼬리가 처진 반려견의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목 아래 가슴 쪽을 돌려 묶는 쿼터 랩은 반려견에게 보호받는 느낌을 주므로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하프 랩은 소화불량이나 변비, 설사 완화에 도움을 준다. 모든 붕대 감기는 힘을 빼고 견종의 몸 크기에 따라 붕대 길이를 조절해 묶어준다. 꼬리 아래를 돌려 감싸는 데비 랩은 반려견의 자신감을 상승시켜 주고 처진 꼬리를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쿠 강사는 “붕대 감기는 매일 한 번씩 5~10분 하다가 횟수를 늘려가면 반려견의 정서나 신체 모두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날 수업 중에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슬개골 탈구는 몰티즈종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데 이로 인한 통증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선 수조 속에 설치된 워터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게 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쿠 강사는 한국의 개 농장이나 번식 방법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면서 “근육과 힘줄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하중을 덜 받는 워터 트레드밀에서 걷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영은 좋지 않다. 반려견의 발이 닿지 않으면 슬개골과 관련된 근육 외에 몸의 균형을 잘 잡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레드밀이 어렵다면 반려견의 발이 닿는 얕은 수조 안을 걷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발바닥에는 신경이 모여 있어 살살 눌러주면 반려견이 편안해 한다.

보디 어웨어니스 랩 다음으로 간단한 마사지 시범이 이어졌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림프가 모이는 겨드랑이, 귀, 서혜부 쪽을 마사지를 해주면 혈액 순환과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된다. 하울팟 모델견 행복이를 허벅지 위에 앉힌 뒤 양쪽 귀 뒤쪽을 마사지를 해주자 행복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굳은 어깨 목 등을 부드럽게 마사지 받으면 지을 법한 표정이라 행복이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났다.

수강생들도 “에미야, 거기다. 좀 더 주물러라~”하는 얼굴이라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똑같은 마사지를 모모의 견주인 정 씨가 해 주자 모모도 행복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 모두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강아지의 발바닥을 살살 눌러주는 마사지를 설명했다. 모델견 행복이는 고개까지 뒤로 젖히고 거의 잠들기 직전이었다. 쿠 강사는 “발바닥에도 많은 신경이 모여 있어 잘 주물러 주면 피로가 풀려서 반려견이 편안해 한다”고 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