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파 화가 명작 디지털 매체로 재해석
- 스파이더맨 등 슈퍼영웅도 대거 등장
- 영상·평면 신작 20여 점 부산서 공개

고 백남준 작가의 뒤를 잇는 한국의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이 인상주의 대가의 작품을 실험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이남 작가의 영상 작품 ‘확대된 풍경-모네 해돋이’(5분)의 캡쳐 화면. 모네의 ‘해돋이’를 세 가지 버전의 영상으로 나뉘어 연작 형식으로 재해석했다.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이이남(49)은 정지와 운동, 이미지와 영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고전 시대와 현재 등 대비되는 요소를 충돌시켜 고정된 사유를 부순다.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예술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예술로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매체와 접목한 실험적 작업으로 ‘제2의 백남준(1932~2006)’으로 불리며 세계 곳곳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가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Dare to be True : 진리를 위하여’ 전을 열고 있다. 영상과 평면 신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미적, 개념적 표현을 연구하는 이이남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시다.

쇠라(1859~1891), 모네(1840~1926), 고흐(1853~1890) 등 프랑스 인상주의 대가의 작품을 실험한 영상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색채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쇠라의 대표작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를 재해석한 신작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시각착오(Bathers at Asnieres - Optical illusion)’는 규칙적으로 작은 점을 찍어 올린 색채 기법을 디지털 비트로 변환해 보여준다. 작은 점이 확대된 비트는 모자이크로 바뀌어 전체로 어렴풋하게 보여주다 점차 추상적으로 확대돼 미니멀한 색면으로 전환된다. 쇠라는 순수한 색채를 만들어 감상자의 눈 속에 색이 혼합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당시 페인팅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이남은 오늘날 컬러 모니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인상주의 화가의 당시 ‘이상’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모네는 ‘건초더미’ ‘포플러’ ‘루앙 대성당’ 등 연작을 통해 같은 소재를 유사한 구도와 다른 분위기로 반복해서 그렸다. 작품에는 변화하는 날씨와 대기 조건, 빛과 그림자가 담겼다. 이이남은 모네의 ‘해돋이’를 세 가지 버전의 영상으로 나누어 연작 형식으로 재해석했다. ‘매화꽃’ ‘감시사회’ 등 다양한 소재와 영역을 넘나들며 색채와 이미지, 영상을 실험했다.

평면 작품에는 영화나 TV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의 슈퍼 영웅이 대거 등장한다.

독수리 오형제, 건담,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불의에 맞서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강렬한 캐릭터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단호한 얼굴의 작품 속 영웅은 마치 작가의 분신 같다. 그는 지난해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광주 남구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해 역사 문제를 환기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전국 순회전으로 ‘미디어아트 큐브’ 전에 참가해 공존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작가다. 오는 20일까지.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