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춤과 노래로 혼례과정 재연
- 웰메이드 국악뮤지컬 탄생 기대

- “외국인 대상 ‘K-컬쳐’ 자신감 …
- 내년 에딘버러 진출도 계획 중”

개원 10주년을 맞은 국립부산국악원(이하 부산국악원)이 다음 달 4일부터 9월 30일까지 3개월간 국악 뮤지컬 ‘천생연분’으로 ‘국악 한류’ 불을 지핀다. 부산국악원이 2015년부터 3년간 장기 공연한 한류 상설 공연 ‘왕비의 잔치’ 후속작으로 군무와 노래, 대사, 영상 등 뮤지컬 요소와 위트를 더했다.

	다음 달 4일부터 3개월간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국립부산국악원의 ‘천생연분’에서 주연을 맡은 윤형삼(오른쪽) 단원이 연습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난 25일 부산국악원 연습실은 국악원 소속 기악단의 라이브 연주와 무용단원들의 춤사위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천생연분’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부산국악원 무용단원 윤형삼(31) 최현지(여·29) 단원은 지난 ‘왕비의 잔치’ 공연에도 참여해 실력을 검증받은 터. 두 주역은 관객을 사로잡는 표정 연기와 노래, 춤으로 신랑 신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윤 씨는 “춤, 노래, 연기를 모두 연습해야 해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춤의 표현력도 향상된 것 같다. 스토리가 있어서 관객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남자 주인공 ‘천생’과 남장 여자 ‘연분’이 처음엔 남자로 만나 우정을 나누다 사랑에 빠지고 둘이 함께 춤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주인공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걸음걸이, 표정, 숨 쉬는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송경옥 씨는 33명의 출연 단원에게 “느려요, 느려요!” “감정을 더 살려요!” 계속 주문한다. 공연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욕심도 불어난다. 그는 “한복, 궁중춤, 우리 소리, 전통혼례까지 국악 뮤지컬이라는 형식에 우리 문화의 매력을 담은 케이컬처(K-Culture)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생연분’은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인 ‘결혼’을 주제로 전통혼례의 의미와 서민의 신명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국악 뮤지컬이다. 연출진 송경옥은 공연예술학을 전공했고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기획·제작했다. 작곡가 김백찬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VIP 입장 배경음악 등을 작곡했다. 부산 동래지역 사대부의 결혼식을 통해 한국전통혼례의 의미와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공연은 의혼, 납채, 택일, 신부수업, 함, 혼례, 첫날 밤 등 여러 예식 절차의 재미난 이야기를 춤사위와 음악으로 풀어낸다. 피날레인 잔치 장면에서 경쾌한 타악 연주와 함께 관객과 배우들은 잔치한마당을 벌이듯 신나게 어우러질 수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이 외국인을 상대로 처음 만든 상설공연 ‘왕비의 잔치’. 국제신문DB

이번 공연의 특징은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통춤에 스토리, 노래를 얹은 종합무대라는 점이다. 학춤, 한량무, 정재 등 전통춤과 ‘월월이청청’ 같은 향토민요의 원형을 내용에 맞게 변형해 관객의 보고 듣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혼례를 둘러싼 우리 민족의 전통 풍습을 볼 수 있고 신랑 신부와 주례, 마을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장치, 영상, 음향 등도 다채롭게 활용한다. 공연장 전체를 마을 결혼식 공간으로 구성하고, 밤하늘의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했다. 잔칫상 못잖은 ‘진수성찬’이 기대된다.

부산국악원은 국악 관객층이 두껍지 않지만, 3개월간 장기 공연에 나설 만큼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국악원 주재근 장악과장은 “국내외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한류 콘텐츠 브랜드로, 내년 에딘버러 페스티벌 시범공연을 목표로 작품을 만들었다. 부산국악원의 전통예술 공연 역량을 잘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왕비의 잔치’ 시즌 1~3은 모두 463회 공연에서 7만5828명의 관람객과 평균 80.1%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또한 공연을 위해 5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문화 부문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다. 전석 3만원, 부산시민 1만 원. (051)811-0034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