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알친구 진수는 용접공/봄날 약수 뜨러 산 오르듯 아무렇지 않게/맨몸으로 난간을 탄다… 오십 넘도록 혼자 사는 친구는 그래서 불꽃 같은 여자보다 전구가 약해 흐릿한 불빛마냥/따뜻한 여자가 그립다고 한다/술 취하면 엄마도 보고 싶다고 운다’(‘불꽃처럼 사는데도’ 중)

시인 정성환(사진)이 등단 1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문학의전당 펴냄)이다.가슴 속을 조금씩 적시며 스며들어오는 쓸쓸함이 그리고 그 쓸쓸함을 쓸어내리는 온기가 느껴진다. 한 편 두 편 읽을 엄두가 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미덕이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자신은 그 의미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시어들이 난무하는 시 세상에서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시가 해독이 된다는 것, 공감이 된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위로가 된다는 것은 독자에게 좋은 일이다.

‘사랑한다는 말 참 외로운 말/나 여기 있으니 꼭 안아달라는 꽃말//영원히 사랑한다는 말 참 쓸쓸한 말/찬바람 불 때는 당신 곁 떠나지 않는다는 꽃말//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 참 눈물 나는 말/한 번도 그대 보낸 적 없다는 꽃말/사랑할 수 없다는 말 참 서글픈 말/세상에 꺾이는 모습 보이기 싫다는 꽃말//사랑했다는 말 참 저리게 하는 말/일찍 전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다는 꽃말’(‘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 중)

정성환 시인은 영산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기업체에 있을 때부터 홍보 일을 오래 했다. 아, 50대 초입의 평범한 남자는 이렇구나. 이렇게 쓸쓸하고 유약하구나, 여전히 사랑을 생각하는구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친구가 애닯구나, 별 일 없는 일상이 지겹구나, 그래도 안도하는구나…그의 시집에는 삶이 담겼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