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까지 시민회관 ‘갤러리 창’

탁구공 3000개를 이어 붙인 몽글몽글 구름이 신기한지 아이들이 유리창 안을 유심히 바라본다. 이색적인 갤러리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부산시민회관 ‘갤러리 창’의 요즘 모습이다.

	부산시민회관 ‘갤러리 창’에서 열린 오유경 작가의 설치미술전 ‘Dreamlike-꿈결같은’. 부산시민회관 제공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의 이색적인 전시공간 ‘갤러리 창’이 세 번째 초대작가로 부산 출신 설치미술가 오유경(39)을 선택했다. 갤러리 창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입구 중앙에 마련된 작은 공간(1.8ｍ×6.0ｍ)이지만, 앞뒤가 유리창으로 뚫려 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설치작가들이 ‘탐내는’ 전시장이다.

오유경(39) 작가는 부산예술고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ENSBA)에서 이탈리아 ‘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중심 작가인 쥬세페 페노네를 사사했다. 아르테 포베라는 ‘가난한 미술’을 뜻하는 말로 보잘 것 없는 재료를 통해 물질이 함유한 본질을 탐구하는 사조다. 1960년대 미술 시장에 나타난 거센 자본 개입에 반발해 나타난 미술 운동이다.

오 작가도 아르테 포베라의 영향을 받아 의자 종이컵, 탁구공 같은 일상의 소소한 사물에 대한 연민을 녹여낸 작품을 만들어왔다. 최근엔 사물에 대한 연민의 시선과 함께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아우르는 작업으로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갤러리 창 기획전 ‘Dreamlike-꿈결같은’은 3000개의 탁구공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한 조각 같다. 구름은 물방울과 작은 얼음입자가 모여 만들어졌다. 오유경의 작품도 보잘 것 없는 탁구공이 모여 형성됐다. 단순하고 보잘 것 없어 보였던 사물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계 부품처럼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현대사회 속 개인도 탁구공 같은, 구름의 물방울 같은 존재가 아닐까. 오유경 작품 중간 중간 설치된 거울에 관람객 자신이 비친 모습을 보면 ‘나도 탁구공 같은 존재는 아닐까’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오 작가는 “구름은 지상에서 천상으로 향하는 통로다. 바쁜 일상 속 현대인이 이상향과, 그 통로로서 구름의 모습을 살피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탁구공들이 형상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재료에서 벗어나서 본질로서 스스로를 투영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오는 9월 30일까지. (051)630-5232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