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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지친 몸, 기분마저 저기압일땐…가자, 고기 앞으로!

부산 수영구 ‘한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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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장동 등서 고기 갖고와
- 기름 뗀 상태로 무게 달아 판매
- 신뢰 위해 ‘양심저울’까지 놔둬

- 씹는 맛 좋은 늑간살에 소금 콕
- 고소한 살치살은 양파간장소스
- 살짝 느끼해졌다 싶으면
- 선지해장국·약고추장밥 마무리

여름 내내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열기를 버텨내다 보니 기운이 없다. 그럴 땐 고기를 찾게 된다. 더위 앞에선 숯불을 두고 고기를 구워 먹는 자체가 좀 힘들었지만 이제 더위도 한풀 꺾였으니 축난 몸에 에너지를 넣어줄 때가 됐다. 한우를 기름을 뗀 상태로 무게를 달아 파는 곳을 찾았다.
   
참숯 위 노릇노릇 구워진 살치살과 늑간살.
부산 수영구 광안동 ‘한우래(051-752-4441)’는 기본과 양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가게다. 가게에서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거래명세서(영수증)가 떡 하니 걸려 있다. 고기를 받아올 때마다 발행하는 전자영수증으로 원산지는 물론 들여오는 원가까지 다 나와 있다. 김영근 대표는 “고깃집에선 좋은 고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부위별로 어떤 고기를 내놓는지 고객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해 개업 이후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서울 마장동과 김해 주촌에서 고기를 주로 받는다고. 양심 저울이라고 고기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까지 마련해 뒀다. 이 정도면 믿고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암소를 사용한 육회.
굽기 전 맛본 것은 육회. 육회는 기름이 적은 우둔이나 홍두깨살을 쓰는 게 보통이다. 홍두깨살은 우둔보다는 약간 질기지만 좀 더 고소하고, 우둔은 좀 부드럽지만 고소함은 덜하다. 이곳에선 2등급 암소의 채끝을 쓴다.

김 대표는 “고소한 홍두깨살과 부드러운 우둔의 장점만을 살린 것이 이 부위의 특징”이라고 했다. 쇠고기 부위별로 상세한 설명을 막힘없이 내놓는 모습에 신뢰가 갔다. 알고 보니 가게를 열기 전 뼈에서 살을 분리하고 부위별로 나누는 식육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김 대표는 “그래야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있고 고기를 골라올 때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약간의 파, 마늘, 소금, 참기름, 간장이 들어간 육회는 간이 세지 않고 아주 부드러웠다. 배는 따로 내서 물이 생기지 않게 했다. 통통한 국수를 먹듯 호로록 빨아들인 육회는 많이 씹지 않아도 꿀떡 넘어갔다. ‘육회가 이 정도면 이 집 고기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큼지막한 선지를 자랑하는 선지해장국.
따로 주문한 육회 외에 고기를 굽기 전에 주는 선지해장국도 칭찬할 만했다. 도가니, 스지, 한우 갈비 덧살을 다 같이 넣어 5~7시간 끓여낸 깔끔한 국물에 큼지막한 선지가 두 덩이 들었다. 잘 끓인 쇠고깃국에 선지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무, 토란대, 시래기가 들어가 부드럽게 익힌 채소의 맛에 마지막은 땡초의 얼큰하고 알싸한 맛을 더해 깔끔한 국물맛을 완성했다. 선지에서도 비린내나 잡내 없이 고소한 맛만 났다.

고기를 굽는 열원은 숯이다. 숯은 강원도 참숯만 쓴다. 김 대표는 “흔히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근내지방이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흩뿌려진 투플러스 쇠고기는 숯불에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쇠기름의 고소한 맛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고 표면이 숯의 열기로 익어서 내는 향기가 정말 좋다”며 숯불부터 넣었다.

숯의 열기에 늑간살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늑간살은 갈비에 바로 붙은 살로, 뼈에 붙은 살이 맛있다는 속설에 걸맞은 맛이다. 등심이나 살치살보다는 씹히는 맛이 나게 조직이 탄력 있다. 고기 러버들에게 고기와 가장 좋은 조합이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소금이다. 육즙이 배어 나올 듯 알맞게 익힌 고기에 소금만 찍어 입에 넣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근내지방이 숯불에 녹아 육즙과 함께 촉촉하고 고기의 살을 어금니로 씹다 보면 고소함이 올라온다. 이러한 고소함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게 소금이다.

   
다음은 살치살.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치즈 같은 고소함이 특징이다. 몇 번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워 자르지 않고 한입에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기자는 소금으로 충분하지만 기름기가 좀 돈다 싶을 때 간장 소스에 잠긴 양파와 숙주를 먹으면 입속이 정리된다. 마지막은 등심. 두툼한 두께만 봐도 입속에서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다. 폭신폭신하면서 입속에 가득 찬 육향이 만족스럽다.

마지막 마무리는 꼭 빼놓지 않기를 추천한다. 다진 쇠고기에 고추장을 넣어 밥에 비벼 먹게 만든 약고추장이 입맛을 확 당겼다. 향긋한 향을 곱씹어 보니 깻잎이었다. 깻잎의 향긋함이 더해지니 누린내는 전혀 없다. 무채와 김, 약고추장을 넣어 비빈 밥은 맛이 없기가 힘들다. 여기에 짭조름하게 끓여낸 된장찌개를 한 숟갈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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