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후쿠오카시의 초청으로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시카노시마를 지면에 소개한 뒤 1년여 만에 또다시 후쿠오카시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후쿠오카는 뻔한 곳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있던 기자는 시카노시마를 만나면서 우리가 모르는 후쿠오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차에 후쿠오카시에서 연락이 온 것은 필시 또 다시 놀라운 코스를 개발했다는 뜻일 테다.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코스를 소개할까 설렜다. 하지만 웬걸. 후쿠오카의 7개 구 중 하나인 사와라 구 남쪽지역에서 자연여행(nature trip)을 떠난다는 것 외에는 특정 장소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손에 쥐기 힘들었다. 국내 최대 포털조차도 사와라 구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일본인 특히 후쿠오카 시민도 잘 모르는 ‘딥 후쿠오카(Deep Hukuoka)’인 사와라 구를 사실상 최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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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우치 계곡으로 향하는 관광객들. 이날 후쿠오카 TV에서도 트레킹 장면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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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뚫을 듯 치솟은 편백숲
- 높이 15ｍ의 보즈폭포
- 울창한 노고우치 계곡 등
- 지역민에게도 덜 알려진
- 청정 자연에 저절로 힐링
- 가을은 단풍·봄엔 벚꽃 활짝
- 마가리후치댐도 둘러볼 만
- 건강식 뷔페 ‘농가 바이킹 유’
- 인근 농가 야채로 조리해
- 정갈한 가정식 같은 분위기
■깨끗한 물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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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에서 일본으로 유학온 학생들이 후쿠오카시 사와라 구의 호텔인 유수이 센코쿠노사토에서 출발해 보즈가타키폭포로 가기 위해 편백숲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자연여행의 메인 무대는 보즈(가타키)폭포다. 고지대에 위치한 호텔인 유수이 센코쿠노사토(Yuusui sengoku no sato) 주차장 옆으로 난 폭 2.5ｍ의 편백 숲길을 걷는다. 하늘로 삐죽이 솟은 편백 숲을 따라 20분가량(편도 1.1㎞) 걷다 보면 어느새 높이 15ｍ, 폭 3ｍ의 폭포에 도달한다.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폭포가 한껏 물이 올라 과도할 정도로 남성미를 뽐낸다. 이를 상징하듯 폭포가 떨어진 뒤 이어지는 계곡에 어디서 뽑혔는지 모르는 커다란 나무가 맥없이 뿌리를 드러낸 채 누워있다. 떨어질 때 요란했지만 이내 침묵을 지키며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때문일까. 오묘한 기운을 수도승들이 알아봤는지 한때 많은 수도승이 찾아 수행했다고 한다. 후쿠오카시 히데키 바바 관광자원활용계장은 출발하면서부터 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연신 “이이네(좋네)”를 남발한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산책하고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마주한 이라면 끊임없이 “이이네”를 외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다음에 찾은 곳은 마가리후치댐과 댐 파크. 1923년에 지어진 이 댐은 후쿠오카에 물을 공급하는 제1 댐이다. 후쿠오카시는 연 강수량 1600㎜(한국은 2500㎜)로 일본의 대표적인 물 부족 도시다. 이에 무로미가와강 등 5개의 강 상류에 마가리후치댐 등 댐 8개를 만들어 하루 42만6000㎥의 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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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즈가타키폭포에서 한 관광객이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높이 15ｍ, 폭 3ｍ의 폭포가 힘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
댐 오른쪽으로 겹겹이 둘러싼 산들이 구름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댐 관리사무소 뒤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댐 아래로 내려가면 화려한 단풍과 만난다. 이미 일부 단풍나무는 잎을 새빨간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댐 아래로 내려가는 게 힘들다면 마가리후치 댐 파크 주차장으로 곧장 가도 된다. 주차장 인근이 최고의 단풍 포인트이기 때문. 유난히 붉은 기운을 띠는 곳으로 가면 찍는 사진마다 인생샷이다.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가는 이때가 단풍 명소 마가리후치댐을 찾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봄에는 벚꽃 명소로도 손꼽힌다.
노고우치 계곡도 사와라 구가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700ｍ의 길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미니 폭포와 조금 더 큰 폭포를 만난다. 왕복하는 데는 40분이면 족하다. 숲이 우거져 한여름 최고 피서지다. 돌다리를 건너 꽤 긴 폭포를 만났다면 이제는 되돌아갈 시간이다. 길이 좀 더 이어졌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장수의 비결 일본인의 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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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출신 일본 유학생인 다오 티왕안(여·23) 씨가 농가 바이킹 유 뷔페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고 있다. |
뷔페 식당인 ‘농가 바이킹 유’는 입구부터 다르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는데, 일본 가정에 초대받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내부 공간은 아기자기하고 음식도 정갈하다. 인근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야채 등 재료를 사용한다. 닭고기와 튀긴 닭날개, 빵 피자 스파게티 밥 카레뿐 아니라 커피 주스 푸딩까지 마련돼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건강식이지만 과식하면 건강식도 소용없으니 주의할 것. 테이블은 10개 정도 있는데 번잡하지 않아 식사시간 90분이면 후식까지 여유롭다. 가격은 중학생 이상 1600엔, 초등학생 800엔, 3세~미취학 아동은 500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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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와라 하카타 인형 공방에 전시된 작품. 세필로 섬세한 표정을 연출한 수작이다. |
보즈폭포의 출발점이기도 한 유수이 센코쿠노사토 호텔은 사와라 구를 여행하는 이라면 숙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숙박은 물론 식사와 목욕까지 해결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면 맨발로 식당과 목욕탕, 각자 방까지 모두 마루로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점심은 600엔(4~6세)부터 2000엔(중학생 이상), 저녁은 700~2400엔으로 즐길 수 있다. 유리로 된 낮은 칸막이 위로 바람이 들어와 노천온천은 아니지만 뜨거운 물에 담근 몸을 바람으로 식히는 풍욕도 가능하다. 고지대에 위치한 까닭에 유리창 너머로 마을이 저 멀리 내려다보인다. 욕실만 이용하려면 300~650엔이 든다. 숙박과 뷔페식 식사, 목욕탕을 이용하는 데 1인당 1만1000엔 정도 생각하면 된다.
# 여행 팁
- 후쿠오카 공항~사와라 구, 렌터카로 이동이 가장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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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타카 쇼유 양조장에서 직원이 용기에 간장을 담고 있다. |
후쿠오카에서 사와라 구로 가려면 렌터카가 가장 편리하다.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도착로비에서 한국어로 할 수 있다. 렌트가 어렵다면 후쿠오카공항과 하카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컨시어지 택시를 타자. 기사가 들고 있는 지도에서 목적지를 가리키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사와라 구를 찾는 방법도 있다. 하카타역에서는 3, 17, 20번 버스를 타고 사와라 영업소로, 후쿠오카공항과 하카타만에서는 도시철도로 텐진 미나미역을 거쳐 노케역으로 간 뒤 버스로 사와라 영업소에 간다. 이후 사와라 영업소에서 버스 또는 도보로 사와라 구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된다.
사와라 구에는 ‘카지와라 하카타 인형 공방’이 있다. 기자는 이누시시(멧돼지)에 물감을 입히는 작업을 했는데 워낙 섬세한 작업이라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체험에 나선 베트남 유학생 괜 티 랑(여·23) 씨는 “중학교 졸업 후 이렇게 집중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나라 농업기술센터와 유사한 ‘오이스카(OISCA)-인터내셔널’에서는 야크와 타조보다 덩치가 작은 에뮤 등을 볼 수 있으며 시기에 따라 고구마 캐기, 떡메 치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일본의 국보 157호인 범종을 관리하는 사이코지 절과 야마타카 쇼유(간장) 양조장도 들러볼 만하다.
글=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사진=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취재협조=후쿠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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