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

- 발레에 현대무용 요소 적용
- 전쟁 신·갈매기 떼 군무 눈길
- 윤 장군 고뇌·극복과정 다뤄

마른하늘에서 비가 흩날리고, 동네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윤흥신 장군의 동상을 다대포로 옮겨오자고 외쳤기 때문이다. 꼬마 숙녀 윤슬은 동네에서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에게 다대첨사 윤흥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오르고, 날이 맑아짐과 동시에 노을 지는 몰운대 일대 풍광에 빠져든다. 마법 같은 이야기 속 윤흥신 장군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을까?

	임진왜란 때 부산 다대포를 지킨 윤흥신 장군이 발레컬 ‘후리야 후리야 윤흥신 찾기’로 되살아난다. 사진은 오는 29, 30일 초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모습. 김옥련발레단 제공

임진왜란 당시 부산 다대포를 지켜냈던 장군 윤흥신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죽음을 불사하고 왜군을 막아내 전쟁에 공을 세운 인물임에도 크게 조명되지 않았던 윤흥신 장군의 업적을 재미와 감동을 더한 무대로 풀어낸다.

김옥련발레단은 오는 29, 30일 네 차례에 걸쳐 부산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발레컬 ‘후리야 후리야 윤흥신 찾기’를 초연한다. ‘발레컬’은 발레와 뮤지컬을 결합한 형태로 스토리가 있는 공연에 발레, 음악, 대사가 함께하는 종합극이다.

창작 발레컬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옥련발레단은 ‘운수 좋은 날’ ‘날개’ ‘운현궁의 봄’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왔다. 을숙도문화회관 상주단체인 김옥련발레단은 이번 공연에서 사하구의 역사적 인물 윤흥신을 소재로 선택했다. 현재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윤흥신 장군 석상을 다대포로 이전하자는 이야기도 함께 담는다. 극은 그물 싣는 소리, 용왕제, 노 젓는 소리, 그물 당기는 소리 등 모두 네 개의 과장으로 구성돼 전개된다.

여러 장르가 녹아있는 공연인 만큼 볼거리도 풍부하다. 우아한 몸짓의 발레를 바탕으로 하되, 현대무용의 요소를 대폭 적용해 모던한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지며 전쟁 신과 갈매기 떼의 출몰 장면 등이 군무를 통해 스펙터클하게 표현된다.

연극인, 성악가, 무용수가 적절히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협업도 눈길을 끈다. 박훈영 연출자(연출·대본), 최병규 김병수 안무가, 전현미 음악감독(작곡)이 참여했고 유상흘 임성규 한정현 방도용 등 배우와 무용수가 다양하게 출연한다.

박훈영 연출은 “지역민과 가까이서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을 만나고 싶었다. 윤흥신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 어제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지침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옥련 예술감독은 “작품을 만들어 갈수록 윤흥신이라는 인물에 애정이 갔다. 역사적인 사건보다는 개인의 고난과 고뇌,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도전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보려 한다. 다대포 후리소리 등 자료 조사를 통해 발견한 지역적 요소도 풍부하게 다뤘다”며 “특히 지역민들의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1995년 창단한 김옥련발레단은 예술의 일상화를 비전으로 활동 중이며 창작 발레 활성화와 예술교육 프로그램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달 16일에는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발레컬 ‘해운대 연가’를 공연할 계획이다. ‘후리야 후리야 윤흥신 찾기’는 29, 30일 오전 11시, 오후 8시. 5세 이상 관람가. 전석 1만 원. (051)626-9486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