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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보기만 해도 힘이 불끈, 보약 같은 한 상

약선요리 전문점 ‘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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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민 기자
  •  |  입력 : 2018-11-28 19:09: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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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 들어간 깔끔한 궁중만두
- 흑임자 바로 갈아 넣은 버섯우동
- 두부소박이와 먹는 참나물 겉절이
- 하나 하나 손 많이 가는 조리법
- 정성 들여 만들어 코스처럼 내 놔
“세트 메뉴라도 한 상에 차리지 않고 코스로 냅니다.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먹어야 맛있고 건강을 더욱 북돋워 주니까요. 치킨이 식으면 맛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음식이 보약이 되는 약선요리 전문점 ‘나탄’의 코스 요리. 음식 가짓수에 집착하지 않고 샐러드, 반찬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다. 서순용 선임기자
사진 촬영을 위해 코스 요리를 한 상에 차려달라고 요청하자 부산 부산진구 약선요리 전문점 나탄(051-504-7733)의 허진 대표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상 차림 사진을 본 고객이 ‘바쁘니까 나도 한 상에 차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요리가 최적의 상태일 때 내고 싶은 주인의 욕심과 배치되지만 고객의 요구를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곤란해지죠.”

사진 한 장 찍는 데도 주인장의 요리에 대한 고집과 철학이 느껴졌다. 경남 창원에서 시작해 김해, 부산 동래구 사직동을 거쳐 17년간 약선요리점을 운영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이런 주인장의 진정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허 대표는 먼저 궁중만두 규아상(1)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만두 전문점이 아닌 약선요리점에서 빚은 만두가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할까 싶었다. 한입에 넣어 씹으니 아삭아삭한 오이와 부드러운 두부, 소고기가 조화를 이뤘다. 이를 재료로 썼지만 비리기는커녕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만두였다.

허 대표는 “지금은 오이가 흔하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귀한 식자재였어요. 장마철 왕가에서 입맛을 돋울 음식으로 오이를 넣은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궁중에서 해삼을 규아라고 했는데, 만두를 빚은 모양이 해삼 같다고 해서 규아상이라 부릅니다. 오이를 씻어 물을 짜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너무 많이 짜도 적게 짜도 이 맛이 안 나죠.”

일식 냉우동(붓카케 우동)을 연상시키는 ‘흑임자 버섯우동(2)’도 예상 밖의 맛이었다. 한식집이나 뷔페에서 나오는 면 요리는 대개 메인 요리가 아니라 특별한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탄의 우동요리는 달랐다. 차가운 면에 살짝 매운 양념과 흑임자 가루를 섞었다. 면은 수타면처럼 쫄깃했고, 소스도 매운맛과 고소한 맛이 절묘한 균형을 이뤄 입맛을 돋웠다. 허 대표는 “면은 주문해 쓰지만 다른 식당보다 비용을 더 들여 좋은 면을 쓴다. 흑임자는 미리 갈아놓으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손님상에 내기 직전에 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 접시에 차린 두부 소박이와 참나물 겉절이를 맛봤다. 두부 소박이는 두부 안에 다진 표고버섯을 넣고 얇게 찹쌀 반죽을 입혀 튀긴 요리다. 재료 맛을 한껏 살린 음식이라 먹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심심하다 싶을 땐 참나물을 곁들인다. 나탄만의 비법 소스로 무친 참나물 겉절이와 두부 소박이가 완벽한 궁합을 이뤘다.

   
담백한 두부 소박이와 참나물 겉절이. 스님도 먹을 수 있는 채식 메뉴다.
“참나물 겉절이 만들기가 단순할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갑니다. 나물을 정리할 때 가위로 떼면 갈변하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떼야 해요. 평범한 나물도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일품 식자재로 바뀌어요. 그런데 고객이 이런 작은 차이를 몰라줘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일식당에서는 비싼 요리를 드셔도, 한식당의 코스 요리는 비싸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많아요.”

일본식 계란찜(자왕무시)을 연상시키는 해물 계란찜(3)도 별미다. 부드러운 계란찜에 새우, 오징어, 전복 등 갖은 해물과 채소가 들어갔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계란찜이다. 위를 달래는 식전 요리가 아니라 나탄이 자랑하는 메인 요리다. 다른 요리를 먹는 중간중간 계속 손이 갈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통각을 자극하는 맵고 짠맛이 아니라 은근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나탄의 음식은 하나하나 허 대표와 주방을 책임지는 부인 강태현 씨의 정성이 가득 담겼다. 평범한 듯 보이는 샐러드에도 국산 오디를 토핑으로 올렸고, 도토리묵은 밀가루를 넣지 않고 100% 도토리로 만든다. 코스 마지막에 나오는 밥은 잘게 썬 다시마를 넣고 나탄만의 노하우로 지어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나탄의 밥은 숟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을 사용해야 밥알을 짓이기지 않아 주인장의 정성을 마지막까지 음미할 수 있다.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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