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 등 소재로 창의적 아이디어와 실험
- 삶과 죽음·인간군상을 작품으로 표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험으로 한국 미술의 새 흐름을 일궈낸 현대 작가 5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떠오르는 젊은 작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미술 애호가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태호 작가의 ‘내재적 근원’. 갤러리 오로라 제공

경남 양산시 ㈔스페이스나무 복합문화공간 내 ‘갤러리 오로라’는 5명의 작가를 초청해 ‘현대조각 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다. ‘망치 작가’로 유명한 박주현 작가를 비롯해 금속을 잘 다루는 박경석, 김태호, 유상화, 정다솔 작가가 참여했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김태호 작가를 제외하면 모두 부산 출신이다. 이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부터 타인과의 상호 관계, 주변의 사물과 상황, 풍경 등을 관찰하며 느낀 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동아대 조각과와 부산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박주현 작가는 다듬이와 홍두깨 나무를 조각한 ‘낚시하는 김씨’ 등 일곱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구, 생활 도구 속에 다양한 인간군상과 이들의 에피소드를 담아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시켜왔다. 작품 ‘낚시하는 김씨’는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인들이 낚시를 통해 사유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다소 익살스러운 작품 속에서 작가의 고된 작업 과정과 사유가 드러난다.

	박경석 작가의 ‘피크닉3’.

박경석 작가는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재료로 한 특유의 동물 조각 작품 여덟 점을 내놓았다. 박 작가는 금속을 다루면서 덩어리가 아닌 선으로 이뤄진 조형물을 빚어내 입체 조각이지만 회화성을 드러낸다. 이번 작품 ‘피크닉’과 ‘소싸움’은 동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찰나의 순간을 작품으로 나타냈다. 간결한 선으로만 표현했는데도 동물의 강력하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태호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 ‘내재적 근원’ 등 여덟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 고민의 흔적들을 작업을 통해 풀어나간다.

	박주현 작가의 ‘낚시하는 김씨’

정다솔 작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작업의 주제로 삼아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준 연인과의 스토리를 작품에 담아냈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는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간다. 정 작가는 신라대 미술학과(조소 전공)를 졸업하고 을숙도 부산작가 프로젝트, 부산미술대전 통합 대상 등의 수상 경력을 가진 실력파다.

동아대 조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유상화 작가는 일상 속 사물의 움직임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 궤적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다. 예컨대 작품 ‘물리적 구조’는 당구공의 궤적, ‘중력적 구조’는 뉴턴의 사과가 떨어지는 궤적을 선과 색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러한 작업은 보는 사람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인지하고 사유하게 한다. 다음 달 9일까지. 월요일 휴관. (055)374-350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