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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 세상에 딱 하나, 나를 위한 향기

‘나만의 향수’ 만들기 공방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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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향단계 첫·중간·끝 3개로 구분
- ‘향수 심장’ 미들노트 향이 메인
- 꽃향기에 과일향 등 레시피 첨가
- 6가지 이상 ‘부케’ 타입이 유행
- 공병 담아 일주일 숙성하면 완벽

“먼로, 당신은 잠잘 때 무엇을 입나요?” “샤넬 넘버 5.”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향수 공방 ‘로디너리’ 강준우 대표가 공병에 향료를 넣고 있다. 향료는 소수점 세 자리까지 철저하게 계산해 정해진 양만큼 넣어야 한다.
1952년 ‘라이프 매거진’과 마를린 먼로의 강렬한 인터뷰이다. 먼로의 말처럼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다. 스스로 즐기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남긴다.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보니 향수를 사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의 성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라는 ‘니치 향수’의 탄생 배경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중에 파는 향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들은 기성 제품이 아닌 ‘나만의 향수’를 갖고 싶어 한다.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최근 이런 층을 겨냥한 향수 공방이 속속 문을 열었다. 공방의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해 2~3시간만 투자하면 세상 둘은 없는 ‘나만의 향수’를 가질 수 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로디너리’ 향수 공방에서 향수 만들기를 체험해 봤다.
■ 톱, 미들, 라스트 노트란

   
시향용 향료 81가지.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기존 향료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향을 만든다. 새로운 향료를 만드는 ‘컴파운딩’이 아니라 완성된 향료로 새로운 향을 만드는 ‘블렌딩’에 해당한다. 수업은 크게 ▷조향 이론 ▷향료를 시향하고 기억하는 후각훈련 ‘올팩션(Olfaction)’ ▷자신만의 향기 레시피를 작성하는 ‘포뮬라(Formula)’ ▷제품 만들기 순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향수는 발향단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톱 노트’는 향의 첫인상으로 2시간 이내에 휘발되며 상쾌한 느낌을 주는 향이다. ‘미들 노트’는 2~6시간 지속하며 향수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향기의 심장’이다. ‘라스트 노트’는 6~24시간 지속하는 ‘잔향’을 의미한다.

향수를 만들 때는 톱, 미들, 라스트 노트에 쓸 향료를 각각 골라야 한다. 미들 노트가 가장 많은 비율로 들어간다. 라스트 노트에 쓰이는 향의 경우 단독으로 맡았을 때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향수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기에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표준이다. 톱, 미들, 라스트 노트가 따로 ‘놀지’ 않게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향도 있다. 톱 노트에서는 ‘베르가못’, 미들에서는 ‘뮤게(은방울꽃)’, 라스트에서는 ‘샌달우드(백단)’다.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은 꼭 들어가야 한다. 메인 향에 변화를 주는 향(변조제)도 있다. 예를 들어 꽃향기를 메인으로 구성했지만 살짝 달콤한 과일향을 첨가해 주는 것이다.

■ 부케 타입 or 싱글 타입

   
향료를 넣은 공병에 향수베이스를 채우는 장면.
로디너리 공방에는 81가지의 향료가 준비돼 있었다. 향료의 가짓수와 종류는 공방마다 다르다. 시향에는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강준우(33) 로디너리 대표는 “30분 동안 모든 향을 맡아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미들 노트를 구성할 ‘플로랄(꽃)’ 향을 중점적으로 시향해보라”고 했다. 시향과 동시에 향에 대한 인상과 호불호를 공방이 제공한 종이에 기록했다. 다음은 자신만의 향기 레시피(포뮬러)를 바탕으로 작은 튜브에 향료를 떨어뜨려 샘플 향수를 만든다. 샘플 향수는 두 가지 종류로 만들도록 안내받았다. 하나는 6가지 이상 꽃향기를 미들 노트로 구성하는 ‘부케(꽃다발) 타입’이고, 하나는 자유 주제다. 강 대표는 “부케 타입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 데다 실패 확률이 적어 한 번쯤 만들어보도록 안내한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자유 주제로 만든 싱글 타입을 실제 향수로 제작하기로 했다. ‘다마스크 로즈’ 향을 미들 노트의 메인으로 쓰고 톱 노트로 베르가못과 녹차, 라스트 노트로 사향(musk) 등 모두 10가지 향을 섞은 향수였다. “싱글 타입은 다소 밋밋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다마스크 로즈 향에 매료돼 듬뿍 집어넣었다.

   
향수는 향료의 농도(부향률)가 8~15%인 ‘오 데 퍼품’으로 만들었다. 향료마다 필요한 양을 직접 계산한 뒤 저울 위에 올린 공병에 스포이트로 한 방울씩 조심스럽게 떨어뜨린다. 사랑스러운 선물 상자에 나만의 향수가 포장됐다. 세상 어떤 비싼 향수도 부럽지 않은 기분이었다. 강 대표는 “일주일 이상 숙성시키면 향이 더 조화롭게 완성된다”고 했다.

30㎜ 용량 향수를 만들면 5만5000원, 50㎜ 6만 원, 100㎜ 7만5000원이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디퓨저나 드레스 퍼품, 룸 스프레이도 만들 수 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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