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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연애의 풍속도에 담긴 청춘 세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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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9 19:03: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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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2019)의 도입부는 빼어나다. 영화는 주인공 준호(심희섭)가 전 애인과 헤어지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준호는 결별을 통보하는 애인에게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모니터 속 부부의 웨딩 사진 보정 작업에 골몰한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장면이지만 정대건 감독은 영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배경과 장치들을 세심히 배치하고 작품의 주제를 미리 누설한다. 연애 관계가 파탄 난 현실과 모니터 속 결혼의 가공된 이미지 사이의 괴리감,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만 할 거야?” 묻는 애인, 학자금 대출 상환을 독촉하는 문자. 3분 남짓한 시간 안에 작품의 모티브와 한국의 청년 현실을 단번에 함축해버리는 도입부의 합리적 구성, 묘사의 사실성이 단연 돋보인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메이트’ 스틸 컷.
‘메이트’는 점차 무너져가는 근대적 가족 질서의 환상에 관한 영화이다. 근대적 가족의 형태는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과 ‘짝’(mate)으로서 부부 관계 안에서 삶의 안정을 갈구하는 주부(그리고 보호와 관심 아래에 놓이는 자녀)로 이뤄진다. 그러나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영화 속 청년세대는 가족을 구성하고픈 욕망을 갖고 있지만, 그 실현으로부터 차단당한 계급으로 존재한다. 은지(정혜성)의 대사는 이들 세대의 욕망을 정확히 지적한다. “그래도 얘는 팔자 좋네. 누가 밥도 주고, 집도 있고”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소라게는 안정된 삶에 대한 준호와 은지의 욕망이 투사되는 대상이지만, 그에 이르는 길은 유리장으로 은유되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깊은 연애 관계를 회피하는 준호의 심층 심리에는 한국의 자본주의 환경 앞에 놓인 청년의 자폐적인 절망과 허무가 깔려있다. 근대적 가족 질서에서 연애는 결혼의 전 단계이며, 이를 통해 가정을 꾸린 가장은 일가족의 경제를 짊어지고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장 내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가 거의 불가능한 현재의 상태에선 가족을 받쳐 줄 돈이 없다. 데이트 앱으로 만나는 일회적인 관계를 추구하지만, 정작 은지의 사생활에 집착하는 준호의 모순은 무거운 짐을 지탱하기엔 허약하고 부실한 자신의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가장되기를 욕망하는 이중성에 기인한다.
서로 상반된 연애관을 가진 준호와 은지를 묶는 공통분모는 가족의 붕괴에 대한 경험이다(그런 점에서 ‘메이트’는 ‘초록 물고기’(1997)와 ‘박하사탕’(1999)에서 해체된 한국적 가족의 후일담 같다). 사회적 기반의 변화에 따라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인식 또한 달라진다. 취재 나온 벽화 마을에서 은지는 길가에 버려진 낡은 물건들을 바라보며 지속가능한 관계가 어려워진 세태에 대한 불안을 투사한다. 연애의 풍속도에 사회의 변화상을 응축한 ‘메이트’는 한 발 더 나가 남녀 관계의 성적, 도덕적 이중성과 도덕적 긴장감에 대한 탐구를 잊지 않는다.

   
연애 상대에 대한 정절(fidelity)과 무의식 저편에서 꿈틀대는 욕망의 충돌, 둘의 관계에 대한 전망을 쉽사리 밝히지 않는 결말의 영리한 처리는 은연중에 ‘아이즈 와이드 셧’(1999)까지 연상시킨다. ‘메이트’는 정제된 영화언어로 자기 세대의 당대를 투영하는 한국영화의 차세대가 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괄목할만한 증거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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