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으로 독립영화제 잇단 수상
- 옴니버스 ‘단, 비’로 관객 만나

- 시네마테크·BIFF·영화의전당
- 지역 영화교육으로 성장한 사례
- “부산에 살았기에 기회 얻었다”

“영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부산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 수업을 쫓아다녔어요. 부산에 살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기회였을 겁니다.”

	단편 영화 ‘엄마 풍경 집’, ‘손님’ 등을 연출한 부산의 신예 감독 김민근.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예 감독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김민근(27) 감독이다. 부산 영화 교육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인재여서 더욱더 반가운 그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최근 만났다. 김 감독은 지난 3년간 ‘엄마 풍경 집’(2016), ‘나는 보았다’(2017), ‘손님’(2018) 등 단편 영화 세 편을 완성했다. 이 중 ‘엄마 풍경 집’과 ‘손님’은 그 해 열린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시민배급단 선정작으로 뽑혔다.

김 감독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제도권 교육 대신 부산 영화 교육 인프라를 통해 성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김 감독은 영화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네마테크 비평 수업을 들었다. 수료 후 부산국제영화제(BIFF) 시민평론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BIFF를 누비며 영화 보는 눈을 길렀다. 이후 직접 영화를 만들고자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영화제작워크숍’을 수강했다. 김 감독은 “고교 졸업 후 1년 정도 혼자 영화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대학에 가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고 대학 대신 영화제작워크숍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제작워크숍은 참가자들이 팀을 꾸려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이다. 김 감독은 1기에서 촬영을 맡은 덕분에 공간 활용과 로케이션 선정 감각을 얻을 수 있었다. 군대 제대 후 수강한 7기에서는 연출을 맡아 ‘엄마 풍경 집’을 탄생시켰다.

“부산의 영화 교육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됐다. 시네마테크 비평 수업으로 심도 있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됐고, 영화제작워크숍을 통해 영화도 만들고 함께 할 팀원도 만났다. 그 덕에 계속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에는 전문 영화 인력은 물론 일반인을 위한 영화 수업이 많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배울 기회가 충분하다”는 김 감독의 말에 그와 같은 인물이 앞으로 많아지겠다는 기대가 자연스레 생겼다. 실제로 부산에는 영화의전당, 부산영상위원회 등 주요 영화기관을 포함해 여러 시민 단체에서 다양한 영화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영화의전당은 아카데미를 통해 1년에 40여 개 강좌, 영상위원회는 아시아영화학교, 영상아카데미, 영화·영상전문인력양성 과정 등 수 많은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과 만날 때 ‘가족’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작품이 모두 가족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았다. 덕분에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샀다. 김 감독은 “어릴 때부터 가족의 부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가족은 잠깐 이별할 수도, 영원히 이별할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부재를 말하지만 희망적이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작품을 접하고 싶다면 옴니버스 영화 ‘단, 비’를 찾자. 시민배급단의 선택을 받은 김 감독의 ‘손님’이 ‘단, 비’에 포함돼 지난 19일부터 부산, 서울, 대구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민근 감독의 단편 연출작 ‘엄마 풍경 집’ 스틸컷.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