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 안정 도움주며 큰 호응
- “꿈과 희망 주는 그림에 용기”

지난달 30일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본관 1층 로비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개막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제3회 힐링아트페스티벌’. 갤러리아라 제공

이곳에 입원 중인 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을 위로하는 ‘제3회 힐링아트페스티벌’이다. 부산 기장군 갤러리아라는 2017년부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소속 작가들의 ‘힐링’ 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를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는 갤러리위즈아츠와 함께 이상열, 이준기, 김찬주, 이홍주, 이영실, 김용득 등 작가 12명의 작품을 모아 이달 말까지 전시회를 연다.

갤러리아라 박덕남 관장은 “아픈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병마를 이겨내 따뜻한 봄을 맞이하도록 응원하는 취지에서 해마다 전시를 열고 있다”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위주로 선보여 환자들이 용기를 얻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박 관장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김민석 연구센터장이 환우들에게 공연과 같은 단발성 행사를 넘어 좋은 예술작품을 장기간 보여줄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김 센터장은 한동안 병원에서 매주 열린 작은 음악회의 기획을 맡았을 만큼 예술에 조예가 있다. 그는 예술품 감상이 정서 안정과 정신건강뿐 아니라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박 관장이 먼저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대여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로비 공간을 전시장으로 제공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전시 기간 거의 날마다 이곳을 찾아 작품을 보는 환자가 있고, 의료진도 점심시간이나 휴식 때 작품을 보러 온다. 갤러리 홈페이지에도 “병원에서 이런 좋은 전시를 볼 수 있을지 몰랐다. 많은 힘이 됐다”는 감사의 글이 쇄도했다. 전시회가 큰 호응을 얻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병원 내 상설 전시도 구상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고향 풍경 등을 주제로 한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가족이 암 투병 중이라며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김용득 작가는 통영 자개를 아크릴 물감에 섞어 아름다운 통영항과 해맞이 모습을 그린 작품을 내놨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예삼옥 작가는 여름을 화사하게 수놓는 ‘수국’을 석채(돌가루) 물감을 사용해 풍성하게 표현했다.

이영실 작가는 도자기와 꽃으로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작품이 여성적이고 장식적인 데 비해 작업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한 달 반 넘게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덧칠해 완성한 부조 회화는 바탕이 주는 진중한 맛에 볼수록 밀도감이 느껴진다. ‘나무 화가’로도 불리는 이상열 작가는 감나무와 매화나무 등 고향 풍경을 유화물감의 두꺼운 마티에르로 표현했다. 사람도 일도 열매를 맺기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반려동물이 꿈, 생명,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홍주,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바다의 윤슬을 표현한 이종갑, 달항아리의 작은 균열까지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장개원, 일반 아크릴 물감이 아닌 풀을 먹인 펄프죽을 캔버스에 붙여 안개꽃을 표현한 이인호 작가의 작품 등 보기만 해도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박 관장은 “지역 부녀회와 차 동호회 등도 많은 도움을 줘 행사가 매년 풍성해지고 있다. 시민들도 전시를 보고 새해 희망의 기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010-6207-0767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