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클로즈업 배우로서 부담
- 감정 연기에 칭찬 너무 감사
- ‘아갈머리’ 대사하니 너무 신나
- ‘쓰앵님’ 제가 한 말이라니…
- 요즘 학생 정말 힘들겠다 생각
- 학부모로서 교육관 변화 계기

지난 1일 종편·케이블 최고 시청률인 23.8%(닐슨코리아·유료가구 기준)로 종영한 JTBC ‘스카이 캐슬’은 방영 내내 화제를 모으며 많은 시청자로부터 ‘인생 드라마’라는 평을 들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한서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염정아.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스카이 캐슬’은 상류층 자제가 모여 사는 스카이 캐슬을 배경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벌이는 극단의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했다. 특히 배우 중 딸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한서진 역을 맡은 염정아는 스카이 캐슬의 모든 사람과 갈등을 겪는 동시에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김서형)과 협력과 대립을 병행하며 전체 이야기를 이끌었다. 예상치 못한 대사였던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와 “쓰앵님(선생님)” 등으로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의 엄마이자 정형외과 전문의 남편을 둔 염정아를 드라마 종영 후에 만나 그간 말할 수 없었던 ‘스카이 캐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드라마 성공을 축하한다. ‘스카이 캐슬’이 큰 화제를 모으며 종영해 뿌듯하겠다.

▶인사를 너무 많이 들어 행복하다. 열심히 한 작품이 정말 많은 분께 사랑받아 기쁘다.

-초반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을 텐데,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나.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 주 시청자층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20대와 연령이 많은 분들, 특히 남자 시청자들까지 보더라.

-드라마 속의 남편인 강준상(정준호)의 직업이 의사다. 실제 염정아 씨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동탄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의사 남편과 살고 있어서 설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준상은 저희 남편과는 아주 다르다. 강준상은 ‘시어머니 폭’에서 곱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고, 제 남편은 훨씬 남자답다. 아이들은 유치원 때까지는 엄마들과 함께 키즈 카페도 가고, 수영도 배우고 그랬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들끼리 그럴 시간이 없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에 대해 말이 많았다. 특히 대본 유출과 겹치면서 혹시 결말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소문이 나기 전부터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 끝나기 몇 주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 한서진 캐릭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시청자분들이 추리한 결말을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더라. 혜나(김보라)가 저의 딸이었다는 것이나 진진희(오나라)가 황치영(최원영)과 불륜 관계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빙성이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김서형 씨는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혹하기도 했다고 하더라.

-마음을 담는 촬영이 좋아서 칭찬이 자자했다.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클로즈업도 매우 많았다. 입술과 그 주변의 작은 떨림까지 느껴지더라.

▶조현탁 감독과 오재호 촬영감독이 연기자의 감정을 화면에 반영하기 위해 들고 찍기(핸드헬드)로 촬영했다. 클로즈업은 배우로서 무척 부담스럽다. 몰입해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입술이나 볼이 자연스럽게 떨리게 되더라. 대개 클로즈업을 보는 시청자는 배우의 주름과 모공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연기를 봐주신 것이 고맙더라. 조 감독과 오 촬영감독을 믿고 가니까 얼굴 피부의 단점이 보여도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김주영 선생을 연기한 김서형 씨는 속을 알 수 없는 악역이라서 부담스러웠다고 하더라. 한서진은 모든 캐릭터를 상대해야 하고, 김주영 선생과도 가장 많이 갈등을 겪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제일 신경 많이 쓴 것은 인물과의 관계였다. 모든 인물과 부딪치는데, 한 번도 같은 상황과 감정이 아니었다. 계속 상황과 감정이 변하니까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대본에 체크를 안 하고 전체 흐름을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이전 장면에서 어떤 감정이었고, 상황이었는지 다 써놓았다. 많은 장면에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작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연기하면서 외로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가.

▶한서진은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다. 예서를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말했기 때문에 짐을 혼자서 다 지고 간다. 김주영 선생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기 때문에 한서진은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사 중 ‘아갈머리’와 ‘쓰앵님’이 유행어가 됐다.

▶‘아갈머리’를 대본에서 보고 이런 말이 있나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평소에 교양 있게 행동하던 한서진이 갑자기 그 대사를 하니 너무 신났다. ‘쓰앵님’은 제가 한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선생님’을 빨리 발음하다 보니 그렇게 들렸나 보다. 제가 발음이 좋은 편인데.

-학부모로서 ‘스카이 캐슬’ 이후 교육관이 변할 것 같은가.

▶변할 것 같다. 제가 연기를 했지만 객관적으로 방송을 보면서 애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애들이 초등학생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