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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백년가게를 찾아서 <3> 일송면옥

30년간 물리지 않는 돼지갈비·밀면 “비법 별것 없어… 좋은 재료 아낌없이”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4-03 19:28:0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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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 없는 돼지갈비·밀면으로
- 1985년 금강공원서 10년 장사
- 금정세무서 근처로 이전 개업

- 국내산 돼지고기 냉장육 고집
- ‘돼지갈비 고기 질 낮다’ 편견 깨
- 육수 재료도 3배, 면 직접 뽑아

- “체인점 열면 음식 질·맛 변해”
- 사위 6년 전부터 이어받을 준비

“30년 넘게 장사해도 손님이 없어 걱정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직접 뽑는 면을 삶는 정 대표. 박수현 선임기자
돼지갈비와 밀면. 가족 외식으로 선택하기에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메뉴다. 그래서인지 이 종목으로 창업하는 사람도 많고, 반짝 보였다가 이내 사라지는 식당도 많다. 치열한 외식사업 경쟁 속에서 돼지갈비와 밀면 메뉴로 30년 넘게 불경기도 모르고 장사했다는 식당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인 부산 금정구 부곡동 ‘일송면옥(051-514-3381)’이다. 백년가게는 개업한 지 30년 넘은 음식점, 도·소매점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소상공인 육성 정책이다.

일송면옥은 정현택(65) 대표와 부인 김점덕(61) 씨가 밤낮으로 일군 식당이다. 돼지고기 메뉴는 암퇘지갈비와 삼겹갈비, 식사로 밀면 메밀냉면 갈비탕 돼지불고기백반 등을 판매한다. 정 대표는 19살 때부터 10년간 부산진구 서면의 유명 한식당에서 일하며 요리의 기본을 익혔다. 이후 독립해 1985년 온천장 금강공원 근처에 ‘암돼지갈비’를 창업해 10년간 운영했다. 1995년 금정세무서 근처인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일송면옥’ 간판을 걸었다.

정 대표는 가게가 장수한 비결을 “질 좋은 재료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항간에는 이런 말이 돈다. ‘돼지갈비에 쓰는 고기는 삼겹살 고기보다 질이 낮다’. 손님이 고기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삼겹살 메뉴는 최대한 좋은 고기를 쓰지만, 양념으로 ‘포장’할 수 있는 돼지갈비는 아무래도 질 낮은 고기를 쓴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송면옥’에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일송면옥 대표메뉴인 밀면과 돼지갈비. 차가운 밀면에 달짝지근한 돼지갈비를 싸서 먹으면 별미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일송면옥은 돼지갈비에도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를 쓴다. 부경양돈농협의 돈육 브랜드 ‘포크밸리’다.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냉동이 아닌 냉장, 이 정도면 대중식당에선 최고로 질 좋은 고기를 쓴다고 볼 수 있다. 밀면 육수가 진한 것도 재료를 아낌없이 쓰기 때문이다. “닭고기를 다른 집보다 훨씬 많이 넣는다”고 했다. 남들이 밀면 육수에 쓰는 재료의 ‘3배’는 족히 쓴단다. 간장 하나를 사도 “조금 더 좋은” 물건을 산다. 채소는 직접 농수산물시장에서 사 온다. 재료를 소홀히 하고 오래가는 식당은 없는 듯했다.

싱싱한 재료에 손맛을 더하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돼지갈비 양념은 간장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레시피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만큼 차별화하기가 힘들다. 남들과 다른 ‘한 끗 차이’가 승부수를 만든다. 정 대표는 이 차이를 ‘비율’이라고 했다. “양념 소스의 비밀을 막상 알면 ‘별것 아니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작은 차이가 남과 다른 맛을 만드는 거죠.”

정 대표는 밀면도 육수는 물론 면까지 직접 만든다. 돼지갈비와 곁들여 먹는 파무침도 기계를 쓰지 않고 하루에 1시간씩 직접 썬다.

지글지글 구운 일송면옥의 달짝지근한 돼지갈비는 ‘밥도둑’이다. 고기 질이 좋으니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먹기 좋게 썬 돼지갈비 한 조각을 진한 육수가 매력인 밀면에 둘둘 싸서 먹으니 꿀맛이었다. 정 대표의 손주들이 일주일에 나흘은 돼지갈비를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밀면(왼쪽)과 돼지갈비.
사시사철 장사가 잘되니 체인점을 내달라고 찾아온 이도 많았다. 정 대표는 번번이 거절했다. “체인점을 내주면 본부도 돈을 벌고, 가맹점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처럼 좋은 재료로 장사하면서 양쪽 다 돈을 벌 수는 없습니다. 본부만 돈을 벌거나 아니면 음식의 질이 낮아지겠죠. 그런 결과는 원하지 않습니다.”

   
일송면옥 정현택(오른쪽) 대표와 함께 일하는 사위 박광명 씨.
100년 동안 존속하려면 정 대표 뒤를 이을 후계자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일송면옥은 100년을 바라보게 됐다. 사위 박광명(40)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6년 전부터 일송면옥에 합류했다. 정 대표는 레시피를 계량화해 사위에게 맛의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박 씨는 “아버님은 음식 만드는 머리가 좋다. 음식의 비율을 직감적으로 조율하시고, 제철 재료를 활용해 뚝딱뚝딱 맛있는 반찬을 만드신다. 멋진 말로 표현을 못 하셔서 그렇지 백종원 씨 같은 외식업계의 선구자”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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